“산불 확산 조건, 기록상 가장 나빴다”
해외 연구진, 기후변화 연관성 지적
최근 경북과 경남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비영리 기후 분석기관인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과 기후 과학자 네트워크 ‘클리마미터(Climameter)’는 26일(현지 시각) 각각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산불 당시 기후 조건은 과거 유사 사례보다 확산 위험이 훨씬 컸다”고 밝혔다.

클라이밋센트럴은 자체 기후변화 분석 지수(CSI)를 활용해 이번 산불이 발생한 부산, 진주 등 남부 지역의 기온이 평년 대비 섭씨 4.5~10도나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그 기온이 발생할 가능성이 5배 이상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클리마미터는 기온 상승, 강수 부족, 풍속 증가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기온은 과거 유사 사건 대비 최대 2도 높았고, 강수량은 약 30% 줄었다. 풍속은 시속 4.8km, 약 10%가량 강해졌다. 여기에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 형성된 비정상적인 기압 차가 강풍을 몰고 왔다. 보고서는 “시속 50km 이상의 바람이 불면서 산불 확산을 키웠다”고 밝혔다.
클리마미터는 이번 기상 조건이 “관측 사상 예외적인 수준”이라며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산불은 단순히 고온과 강풍만으로 커진 게 아니다. 올 겨울 한반도는 이례적 강수 부족과 적설량 부진을 겪었다. 이로 인해 산림 바닥에 마른 낙엽과 초목이 두텁게 쌓였고, 습도가 낮은 날씨에 작은 불씨 하나에도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클라이밋센트럴의 선임 연구원 케이틀린 트루도는 “기후변화로 극단적 폭염과 가뭄이 빈번해졌고, 건조한 지형이 ‘위험한 화재 연료’로 변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기온, 강수량, 습도, 바람 등 모든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자주, 강하게 만든다”며 “산불의 빈도와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일본에서도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지난 23일부터 오카야마현과 에히메현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천 명이 대피했고, 최소 2명이 다쳤다. 앞서 2~3월에는 이와테현에서 2900헥타르가 소실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는 1989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들 지역 역시 화재 전 며칠간 매우 건조한 날씨가 지속됐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