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4일(금)

사회문제, 기업도 함께해야 ‘진짜’ 해결된다 [2025 ERT]

2025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 데이 현장
기업이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는?

“우리 사회는 긴밀히 연결돼 있어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영역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방치한 채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이 어렵습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1일 열린 ‘ERT 멤버스 데이’에서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T 멤버스 데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회원사를 비롯해 5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ERT 멤버스데이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회문제 해결 방식의 3가지 접근법

기조연설에서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선순위 ▲리워드 시스템 ▲관계의 가치 등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우선순위는 시급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국민 관심이 높지만 기업의 참여가 부족한 사회문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워드 시스템은 사회문제 해결 노력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더 사회적 가치가 확장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기업이 수익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별개의 개념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열린 ‘2025 ERT 멤버스 데이’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관계의 가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연대를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하나의 주체가 해결할 수 없기에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이 협력해야 한다”며 “ERT는 이러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이 힘 보태야 사회문제 풀린다…청년부터 디지털 소외까지

행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주요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를 공유하는 세션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국민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문제와 기업이 집중하는 영역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 대표는 “특히 고용·소득·주거 등 다른 사회문제와 연계성이 높은 청년 문제는 다층적인 구조를 통해 이해한 뒤 접근해야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지역 청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청년 로컬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명석 메이드인피플 대표, 나영훈 포스코홀딩스 상무보, 김재구 명지대 교수가 청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실업부터 교육 격차, 지역사회 소외까지 청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협력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우재 숭실대 교수가 ‘기업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표했다. 한 교수는 “청소년 정신 건강, 인간의 사회적 고립, 노후 준비, 디지털 전환 소외 문제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고 끝나는 전통적인 해결책과 다르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성수 토스 브랜드마케팅팀 리더, 박수빈·이대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박중근 행정안전부 과장이 기업과 비영리단체, 정부의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공유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정경선 현대해상 CSO가 “기업이 전문성을 살려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치범 안랩 상무(판교 ESG 얼라이언스),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장애인연계고용 사업모델), 홍진아 카카오임팩트 팀장(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솔루션)이 각 기업의 전문성과 특성을 살린 협의체 구성과 사업 모델 개발 경험을 전했다.

각 세션 이후 질문을 남길 수 있도록 마련된 단체 채팅방에서는 60여 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학계와 정부,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현장에서 논의한 내용을 더나은미래가 정리했다.

한우재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기업 사회공헌의 가장 큰 유인책은 ‘국민이 기대하는 기업의 모습에 부합하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 인식과 기대가 기업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 2023년 대국민 ESG 설문조사에서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이 ‘사회공헌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지원(18%)’이었다. CSR이나 ESG 같은 구호가 사라진다 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회공헌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각 기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중근 행정안전부 과장

“정부 역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와 협업하고 있다. 특히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아야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음을 절감한 사례가 지난해 8월 추진된 ‘빈집 정비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13만 호에 달하는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TF가 구성됐다. 농어촌 지역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도시 지역은 국토교통부가 각각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으며, 기업과의 협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제주 지역의 방치된 빈집을 숙소로 개조할 때 노루페인트가 리모델링을 지원했고, LG전자가 가전을 제공했다. 또한, 더본코리아는 경남 창녕의 빈집을 식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창업 컨설팅을 맡았다. 이처럼 빈집 문제를 포함한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성수 토스 브랜드마케팅팀 리더

“청소년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사회공헌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외부보다 내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핀테크 스타트업 특성상 의사결정이 철저히 논리와 숫자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토스의 사회공헌 캠페인은 이제 막 첫발을 뗀 단계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과 단체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문제가 점점 복잡해지는 만큼,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내부의 공감을 얻어야 사회공헌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이대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함께 모색해야 한다. 비영리단체와의 협업이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협업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은 양측의 미션이 맞닿아 있을 때다. 지난해 쏘카는 ‘모든 사람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 환경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계단뿌셔클럽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쏘카 임직원이 이동약자를 위한 접근성 정보를 수집했고, 쏘카 플랫폼을 활용해 계단뿌셔클럽 홍보를 진행했다. 이러한 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기관이 ‘막힘없는 이동’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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