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불신을 깬 곧장기부, 어떻게 가능했을까?
행복나눔재단 ‘임팩트기부’에 2751명 참여
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곧장기부’는 기부금 100%를 기부처에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부 방식이 ‘내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불투명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곧장기부는 기부처가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기부자가 선택해 지원하는 직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제 영수증과 배송 과정은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운영비와 카드 수수료는 행복나눔재단이 부담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지난 4년간 누적 기부금은 31억2756만 원, 누적 기부자는 1만3691명에 달했다. 기부를 통해 4993개의 모금함이 개설됐고, 전국 아동센터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14만1133명 분량의 물품과 서비스가 지원됐다.
작년 4월 곧장기부는 기존의 즉각적 물품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임팩트기부’를 론칭했다. 임팩트기부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절실함과 중요성에 공감하는 기부자들이 ‘꼭 필요한 곳’에 기부금을 핀셋처럼 집중하는 방식이다.
“점자 문제집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백만 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집을 사용하는 시각장애 학생은 전국에 15명도 되지 않습니다. 비용 대비 이용자가 적다 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학습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열린 ‘곧장기부 Impact Day’에서 이보인 행복나눔재단 본부장이 현실을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행복나눔재단의 ‘임팩트기부’를 통해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점자로 번역해 제공했다”며 “점자 문제집 파일을 무료로 공개하고 학습 환경이 개선된다면 이용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작은 지난해 6월이었다. 시각장애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2명에게 2학기 수업에 필요한 수학Ⅱ 문제집을 점자로 번역해 선물했다. 시험을 앞두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단원별로 제작했으며, 제작 기간만 두 달이 걸렸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수학 문제집이었다. 책을 제작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724만1300원. 247명의 기부자가 뜻을 모았다. 책을 받아든 한 학생은 “열심히 수학을 공부해서 프로그래머의 꿈을 이루겠다”는 감사의 후기를 전했다.
이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자료 지원은 올해까지 8차례 이어졌다. 한국사 요약노트, 국어 기출문제집, 10월 모의고사 등 다양한 자료가 점자로 번역돼 학기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부자는 2751명, 기부금은 7543만7900원에 달했다.
지금까지 열린 임팩트기부 모금함은 총 37개에 이른다.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흰지팡이부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옷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특히 올해에는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최중증 지체장애인을 위해 머리 움직임과 입바람으로 작동하는 특수마우스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도 처음 시작됐다.
누적된 임팩트기부 모금액은 총 1억5266만8900원, 그중 올해만 1억1662만7000원이 모였다. 임팩트기부는 사회문제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부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임팩트기부를 통해 지원된 물품들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발달장애 아동이 불안감을 느낄 때 심부 압박으로 안정감을 주는 ‘포옹조끼’는 바깥의 펌프를 누르자 금세 부풀어 올랐다. 무게는 300g에 불과해, 아동이 종일 입고 있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기부자들은 한결같이 “기부를 더 신뢰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대학생 김나린 씨는 “곧장기부는 기부금이 100%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믿고 기부했는데, 오늘 직접 설명을 듣고 나니 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내가 기부한 소방관 심리상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직접 보니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임팩트기부를 오늘 처음 알았는데, 이제는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긴 참가자도 있었다.
이보인 본부장은 “곧장기부가 기부의 투명성을 보장했다면, 임팩트기부는 기부금이 ‘세상을 바꾸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부금 15~16억 원을 목표로 임팩트기부의 비중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