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플라스틱 없는 세상’ 외치는 아이들…청소년 기후 성명 발표

세이브더칠드런의 청소년 기후 모임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이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를 앞두고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 대표들이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 앞두고 각국 대표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규제하는 법적 문서 초안을 마련하는 마지막 협상 자리다. 지난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시작된 이 논의는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협약 체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칙을 논의한다. 지난 2022년 3월에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까지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 성안’에 대해 협상해 왔다.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회의가 마지막 협상자리다.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은 성명서를 통해 ▲구체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 마련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제도와 실천 방안 마련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 문제를 아동·청소년의 권리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을 전했다. 어셈블은 지구 환경의 운명은 곧 아동·청소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번 자리가 탈 플라스틱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촉구했다.

어셈블은 ‘지구를 위해 모였다(Earth+Assemble)’는 뜻을 담고 있으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아동·청소년들의 모임이다. 2023년 4월 지구의 날에 공식 출범한 이후, 매달 기후위기 이슈를 논의하고 강연·퍼포먼스·줍깅 등 시민 참여형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특히 지난해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앞두고 청소년 입장문을 전달하며, 국제 논의에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는 전국을 순회하며 아동의 기후위기 의견을 모으는 ‘국회로 가는 미래세대 기후 회담’을 열었고, COP29에 맞춰 세대 간 소통을 주제로 ‘국회 기후 대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어셈블은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가입은 공식 홈페이지(earthemble.sc.or.kr)를 통해 가능하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성명서 전문

플라스틱 협약 회의, 미래세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 되어야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불리며 인류에게 편리함을 안겨준 플라스틱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과도한 사용은 해양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생태계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 제한, 재활용 확대 및 처리방식 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Earthemble : Earth+Assemble, ‘지구를 위해 모였다’를 의미)’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범지구적 규칙을 만들기 위해 오는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유엔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국 대표단이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을 요구합니다.

첫째, 구체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플라스틱은 생산과 유통, 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탄소를 배출합니다. 2023년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는 “2020년 기준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억 3200만 톤에 달했고 이는 500MW의 석탄화력발전소 116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에 해당한다”며 “2030년까지 미국의 플라스틱 산업은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도 플라스틱 생산은 매년 증가해 2019년 기준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4.6억톤으로 2000년 약 2.3억톤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플라스틱 산업이 유발하는 탄소 배출과 기후위기 가속화를 막는 첫 걸음이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며, 국제사회는 이를 가능하게 할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계획을 플라스틱 협약에 담아야 합니다.

둘째,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제도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에도 한국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명확한 이유 없이 번복하거나 철회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플라스틱세 도입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에 더해 카페나 식당에 의무적으로 다회용기를 갖추도록 하는 등 플라스틱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포장·배달 시 ‘일회용품 받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야구장이나 콘서트장 등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개인이나 기업, 단체의 노력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 실정입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213만 톤이 넘었으며, 이 중 생활 폐기물은 488만 4092톤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배달 강국’인 한국에서 2020년 연간 생산되는 배달·포장 용기 생산량이 처음으로 10만 톤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21년 기준 90kg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정부의 제도 마련 등 정책적 노력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개개인의 변화와 실천이 있을 때에야 플라스틱 오염 없는 세상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 문제를 아동·청소년의 권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아동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담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4조는 ‘아동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으며, 깨끗한 환경, 의료서비스, 안전한 물,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해양과 토양 오염, 기후위기 가속화 등으로 미래세대가 살아갈 환경과 건강권을 위협합니다. 기성 세대의 책임 회피로 아동·청소년이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박탈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구를 지키는 것은 곧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자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임을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는 기성세대가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동·청소년은 이 지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살아갈 사람들입니다. 지구 환경의 운명은 곧 아동·청소년의 운명입니다. 인류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미래세대인 아동·청소년이 더 무겁게 지게 될 것입니다. 매일 셀 수 없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지 않도록, 탈 플라스틱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기를 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어셈블은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합니다.

2024. 11. 22.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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