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금)

“왜 이 등급이 나온거죠?” ESG 등급 발표 두고 와글와글 [이 달의 ESG]

한국ESG기준원 2024년 ESG 등급 발표
등급 컷은 알아야 vs. 부작용 막기 위해 ‘미공개’

지난 10월 25일, 한국ESG기준원(KCGS)은 기업들의 2024년 ESG 등급을 발표했다. 등급이 발표된 이후 ESG 실무자 관련 익명 오픈카톡방에서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ESG기준원(이하 기준원)은 국내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으로 2003년부터 기업 지배구조 평가를 해왔다. 2011년에는 평가범위를 지배구조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S) 전체로 넓혔다. 매년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해 7개 등급(S, A+, A, B+, B, C, D)을 부여한다. 올해는 1066개의 평가 대상기업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794사를 평가했다.

작년과 올해 모두 최고 등급(S)을 받은 기업은 없다. 상위권 등급인 A+를 받은 기업은 SK이노베이션, 현대홈쇼핑 등 20사로, 기업 수는 작년보다 1개(비중 전년 대비 +0.1%p) 늘었다. A등급을 받은 기업은 KB금융, 두산 등 190사며 비중이 작년 대비 2.2%p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C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은 181곳으로 비중은 작년 대비 4.4%p 하락했다.

이를 두고 기준원은 “최상위권 및 최하위권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은 정체됐지만 중위권 기업은 약진해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위권 기업이 기후공시 및 사회책임경영 활동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지배구조개선을 노력한 결과, B+ 등급은 줄고 A 등급이 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준원은 하위 등급(C·D 등급)을 받은 기업이 49.2%로 절반에 가까워 ESG 경영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기업의 ESG 경영을 S부터 D까지 7등급으로 나눠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홈페이지 갈무리

각 기업은 전체 공개되는 요약보고서를 통해 ESG 등급과 동종산업의 ESG 평균 및 업종 선도기업과의 성과 비교치를 알 수 있다. 평가대상기업은 시장 및 업종 내 순위와 함께 각 ESG 지표별 원점수와 세부 항목 점수, 핵심지표 달성 여부를 전달받는다. 다만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갈리는 기준, 즉 ‘등급 커트라인’은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업 ESG 실무자 1000명이 모인 오픈카톡방에서 시작됐다. 등급이 발표된 직후 기업 ESG 실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등급 기준을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5일 오전, 등급이 발표되자마자 ESG 실무자들은 오픈카톡방에서 ‘등급 커트라인을 알고 싶다’, ‘환경 A등급을 받으려면 몇 점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싶다’ 등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실무자들은 등급 커트라인을 가늠해 보고자, 자발적으로 점수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당일 오후 2시 51분, 오픈카톡방에는 ‘평가정보 유출방지’를 이유로 “점수 공개를 지양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약 네 시간 동안 등급과 점수를 공유한 메시지 16개가 삭제됐다. 카톡방에는 “한국ESG기준원 관계자가 오픈카톡방 관리자에게 점수와 등급을 밝힌 대화를 가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메시지도 게시됐다.

더나은미래가 한국ESG기준원에 문의한 결과 “ESG 평가 원점수는 대외비며 해당 기업만 알고 있는 것이 원칙”이라며 “실제로 평가를 시작할 때 각 기업 담당자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한다”고 밝혔다.

정보 공유가 차단되자 오픈카톡방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정보 공유는 등급 기준 점수를 파악해 해당 점수를 목표로 ESG 경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기준원의 ‘정보 유출방지’라는 설명 또한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SG 실무자 A 씨는 “원점수 공유를 통해 알게 된 등급컷은 기업의 핵심 성과지표가 될 수 있다”며 “실무자들은 막연히 ESG를 잘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대신 원점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며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정보를 공유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기준원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무자 B 씨 또한 점수 공유를 통해 목표가 생기면 각 기업은 보다 ESG 경영 수준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B 씨는 “한국ESG기준원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 좋을텐데, 지금은 단순 평가자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등급 기준을 발표하면 기업들이 실질적인 경영 개선 대신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원에서도 투명한 기준의 장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기준 공개도 고려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재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기업 ESG 평가사들 또한 점수를 기반으로 등급을 매긴다. 매년 2회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기업을 구분해 ESG 평가를 내리는 서스틴베스트는 최종점수의 분포를 보고 기업 등급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한국ESG평가원은 S부터 C까지 7개 등급 기준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100점 만점 점수에서 80점 이상이면 가장 높은 S등급이며 이후로는 5점마다 등급이 갈린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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