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4일(금)

기후테크로 코스닥에 입성한 ‘그리드위즈’의 성장 스토리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2>
기후테크 상장사 ‘그리드위즈’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한 59개 사 중 19%(11곳)이 기후 관련 기업으로 분석됐다. 2024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저탄소 선박 개조’, ‘축 발전 시스템’ 등 친환경 솔루션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으며, 민테크, 코칩, 제일엠엔에스, 엘엔에프, 이닉스 등 이차전지 유관 기업들도 다수 포진됐다.

이 중 ‘그리드위즈’는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한 대표적인 기후테크 기업이다. 2013년 설립된 그리드위즈는 전력수요관리(Demand Response·전력거래소에서 전력 감축 지시를 내리면 수요관리사업자가 기업에 감축 요청을 하고, 줄인 만큼 정산금을 지급하거나 감축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시스템)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 키노트 세션에서 연사로 나선 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은 “창업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태양광, 전기차,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세 가지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영역으로 여겨졌었다”며 회고했다.

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이 지난달 26일 문을 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2013년 창업해 올해 6월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소풍벤처스

“사업 초기엔 많은 투자자들이 만류했어요. 에너지 산업 분야는 굉장히 큰 투자가 필요하고,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선택을 했고, 이후로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했어요. 오랜 시간 힘들기도 했지만, 설립 11주년인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리드위즈는 창업 후 3년이 지난 2016년이 되어서야 기술보증기금과 아주IB에서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산업용 통신제어 반도체와 제어장치를 개발해 앱을 공급하는 기업 ‘위즈네트’의 동료였던 세 명이 그리드위즈의 공동 창업자다. 기존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해외 시장에서 에너지 관련 분야 흐름이 심상치 않은 것을 목격했던 것이 창업에 불을 붙였다. 

창업 초기 대다수의 우려와는 다르게 에너지 시장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클린테크 100’ 기업에 선정됐고, 올해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도 발탁됐다. 현재 그리드위즈의 전력수요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1700여 곳에 이르며, 시장 점유율 1위다.

그리드위즈의 핵심은 ‘에너지 데이터’에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자인 기업 고객의 전력 감축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받은 정산금을 다시 고객에게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매출이 된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 전기차 확산 등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효율적인 관리는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최근, 그리드위즈는 또 다른 선택의 순간에 봉착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전력 사용량 및 재생에너지 발전 예측, 배터리 시스템 로그 분석 등에 AI를 활용하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투자하시는 분들의 기후테크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런데 이제 에너지 분야도 AI와 함께 새롭게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기후테크와 AI를 어떤 방식으로 잘 접목해야 할지, 그 선택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한편,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처스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됐다. ‘기후기술과 인공지능(Climate Tech x AI: Breaking Boundaries)’을 주제로 기후 생태계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 130여 명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행사 실황이 담긴 영상은 추후 임팩트클라이밋 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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