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미등록 이주아동·기후약자…우리가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하는 사회문제

한국 사회에서 떠오르는 사회문제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에 더 문제가 커진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30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서울시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업 사회공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LG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인구구조 ▲주거(도시) ▲정신건강 ▲환경 등 사회영역별 이슈를 이해관계자가 함께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함께 만드는 변화’ 기업사회공헌 컨퍼런스 현장사진. /조기용 기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함께 만드는 변화’ 기업사회공헌 컨퍼런스 현장 사진. /조기용 기자

◇ 다문화 사회, 기후위기 속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인구구조 이슈에서는 ‘이주배경인’이 떠오르는 이슈로 꼽혔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정의한 이주민은 자신의 출생지(국)를 떠나 타국(지역)으로 이동한 사람이다. 이주배경인 정책은 전통적으로 이주배경 청소년 학업, 보건의료, 인권 보호 등에 초점을 뒀다. 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문화가족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펼쳤지만 이제 이주민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며 “앞으로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혜미 인천대학교 교수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미등록 이주아동은 국내 외국인 중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로 체류하는 18세 미만 아동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약 2~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행법상 이주민은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했을 때,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지난 7월, 의료기관이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지자체에 신고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됐지만 이주 아동은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있다.

김 교수는 “법무부가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15년 이상 체류하면서 한국 교육을 받은 이주아동에게 ‘조건부 구제 대책’을 마련했지만 기한이 내년 2월까지라 한시적이고 대상이 500명으로 국한된다”며 사각지대를 메울 새로운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원 사업을 통해 사회복지가 더 많은 대상을 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기후위기 속 '기후약자'라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기후위기 속 ‘기후약자’라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환경 영역에서는 이머징 이슈로 ‘기후약자’에 주목했다. 기후약자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피해를 보거나 더 큰 위험에 노출된 대상을 지칭한다. 안전성모니텅링위원회(IMDC)가 2023년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전쟁난민보다 기후난민이 15% 가량 더 많았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상에서 모두가 동등하게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니다”며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주체와 피해를 받는 대상이 일치하지 않다”며 기후위기의 불균형성을 역설했다. 이어 “기존 산업을 기후위기 대응에 맞춰 새로운 혁신과 일자리를 창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정신건강… 예방적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정신건강 이슈를 ‘치료’의 관점이 아닌 ‘복지’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1년 발표한 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서 전 국민 28%가 평생 한 번쯤 정신질환을 겪었다고 밝혔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살면서 정신질환을 경험할 정도로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2년 발표한 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신서비스 이용률은 12.1%로 미국, 캐나다 40% 이상 이용률에 대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권자영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이 그동안 전문영역에서 질환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다뤄졌지만 청소년 약물, 도박 등의 중독문제와 사회적 고립 현상이 나타나는 현실을 고려해 지원이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자영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정신건강을 치료영역에서 복지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권자영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정신건강을 치료영역에서 복지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히 청소년 정신건강에 주목했다. 성장하는 대상인만큼 조기발견과 지원을 통한 예방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년 발표에 따르면 만성 정신질환의 75%는 25세 이전에 발병하고, 초발 후 3~5년 내 기간이 회복의 결정적 시기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청소년의 자해, 도박 등 예방 프로그램이 마련됐지만 원인 분석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며 “예방적 접근과 함께 치료와 회복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나 민간의 자원을 활용한 통합정신건강서비스가 활성화돼 병원 외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동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역소멸을 지역과 도시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형동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역소멸을 지역과 도시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역소멸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공동 문제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소멸은 생산가능인구가 일자리, 첨단산업 등이 편중된 수도권으로 이동이 지속해서 증가한 것도 큰 원인”이라며 “지역의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 산업의 인프라, 인구구조가 변화해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사회공간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노출된 곳이기도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지역 산업, 사회복지시설 등 지역 인프라를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 육성을 통해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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