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일(화)

“이 기업 채식 잘 하네” 채식인의 날 맞아 맛 대결, 승자는?

“딱 한 입을 먹자마자 부드러운 텍스쳐가 느껴져요. 피의 익힘 정도와 간도 적당합니다. 이 만두, 합격입니다.”

10월 1일은 세계 채식인의 날(World Vegetarian Day)입니다. 이 날은 국제채식연맹이 2005년 정한 날인데요, 더나은미래 기자들이 직접 시중에 출시된 채식 제품을 구매해 맛을 평가했습니다.

10월 1일 세계 채식인의 날을 맞아 기자들이 직접 비건 음식 6종을 먹고 평가해봤습니다. /더나은미래

채식 열풍이 안정궤도에 이르면서 큰 식품 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채식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느 음식이 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까요?

겉모습도, 기업 이름, 가격도 전부 다 떼고 오직 맛으로만 가늠했습니다. 일명 더나은미래판 ‘흑백요리사’입니다. 흑백요리사가 음식 한 가지를 주제로 삼았듯, 유사한 제품군의 상품 두 가지를 놓고 비교했습니다. CJ제일제당, 농심, 롯데, 풀무원 4개 기업의 6개 상품을 먹었습니다.

20대 남자 조기용 기자와 20대 여성 채예빈 기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조기용 기자는 지도 앱에 맛집을 600개 넘게 저장해 놨으며 평양냉면도 즐길 줄 아는 ‘미식가’ 유형이고, 채예빈 기자는 마라탕과 초코라테가 영혼의 단짝인 ‘맵·단·짠’ 중독형입니다.

모든 조리는 사내 전자레인지를 활용했습니다. 가스불을 켜는 것도 귀찮은 현대인 컨셉을 잡고, 음식을 ‘덥힌다’라는 본질에 충실했습니다. 가격은 기업의 공식 판매몰을 참고한 것입니다.

◇ 만두 대결 : 만두 명가 CJ vs 이효리 ‘pick’ 풀무원

(왼쪽부터)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 ‘왕교자’, 풀무원 지구식단 ‘이슬만두 부추 새송이’. /더나은미래
CJ 플랜테이블 왕교자 – 385g 5400원 (g당 14원)

채예빈 : ★★★★ (4/5)
씹자마자 두부의 부드러운 텍스쳐가 느껴진다. 간이 적당히 짭조름하지만, 두부의 존재 때문에 순한 만두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마냥 심심한 만두는 아니다. 중간에 고기처럼 쫄깃하게 씹히는 게 킥이다.

조기용 : ★★★★ (4/5)
두부의 부드러움으로 오히려 고기만두가 갖지 못한 맛을 가졌다. 심심하니 간이 약해 먹으면 속도 편해질 것 같아 채식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든 맛이었다. 기존 만두의 채식 버전이 아닌 새롭고 특별한 맛을 가진 만두였다.
풀무원 지구식단 이슬만두 부추 새송이 – 180g 4500원 (g당 25원)

채예빈 : ★★★★☆ (4.5/5)
분명 만두를 먹는데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하교 후에 먹던 즉석떡볶이 집 군만두가 떠오른다. 당면의 존재감이 분명하다. 쫀득한 피는 학원을 몰래 빠지고 간 피시방에서 시켜 먹던 만두를 연상시킨다. 염화나트륨과 후추를 듬뿍 넣었는지 맛이 강렬하다. 교복을 입던 향수에 젖어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걸까?

조기용 : ★★★ (3/5)
당면을 많이 넣은 것이 특징이다. 간장과 후추 맛을 강하게 해 고기가 생각나지 않게 하는 점은 좋은 아이디어였다. 특히 분식점에서 파는 김말이 느낌을 구현하려 했던 것 같아 굉장히 맛있었다. 다만 평소 심심한 것을 선호하는 기자에게는 조금 간이 강했던 것 같다.

◇ 눈 감으면 깜빡 속는다, 농심 떡갈비 vs CJ 함박 스테이크

(위쪽부터) 농심 베지가든 ‘떡갈비’, CJ 고메 플랜테이블 함박 스테이크. /더나은미래
농심 베지가든 떡갈비 – 300g 8980원 (g당 30원)

채예빈 : ★★★★ (4/5)
비건 음식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다진 고기라고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성능 좋은 믹서기로 고기를 아주 잘게 갈아버린 느낌이다. 쫄깃함은 없고, 콩을 넣은 건지 매우 부드럽다. 평소 콩 냄새에 예민한데 콩으로 만든 대체식품 특유의 맛과 향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조기용 : ★★★★ (4/5)
우선 맛있다. 떡갈비와 굉장히 유사한 맛. 향도 좋고 텍스쳐도 부드러운 점이 밥반찬에 딱 맞았다. 채식이 아니라고 하면 일반 떡갈비로 착각할 맛이었다. 밥 한 숟갈과 같이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 함박 스테이크 – 540g 10900원 (g당 20원)

채예빈 : ★★★ (3/5)
한 입을 먹자마자 ‘나야, 버섯!’이라고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외치는 듯했다. 버섯 향이 강렬하다. 그럼에도 씹다 보면 왜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 버섯을 사용했는지 납득될 수밖에 없다. 음식을 삼킬 때까지 쫄깃함이 남아있다.

조기용 : ★★ (2/5)
우선 냄새부터 버섯 향이 굉장히 강했다. 평소 버섯을 좋아하는 기자였지만, 버섯 향이 너무 강렬해 버섯만 연상됐다. 고기맛을 구현하기 위해 버섯을 선택한 것과 ‘맛’ 자체는 나쁘진 않았지만, 음식에서 버섯만 생각난 것이 아쉬웠다.

◇ 아이스크림 대결 : 전통의 롯데 나뚜루 vs 신흥강자 풀무원

(왼쪽부터) 롯데 나뚜루 ‘비건 초콜릿&아몬드’, 풀무원 식물성지구식단 ‘플랜또 초코브라우니’. /더나은미래
롯데 나뚜루 비건 초콜릿&아몬드 – 14900원 474ml (ml당 31원)

채예빈 : ★★★★★ (5/5)
우유를 넣지 않은 게 맞나? 시중 다른 초코아이스크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트, 아몬드, 쌀 등 우유 대체 음료들을 평소에 자주 접했는데도 우유를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유제품의 공백을 견과류가 자연스럽게 채웠다.

조기용 : ★★★ (3/5)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의 초코아이스크림보다 크게 부족한 점이 없다. 아몬드를 첨가해 식감, 맛을 풍부하게 해 우유의 맛을 대신 극복하려고 한 것 같다. 꾸덕꾸덕함도 좋았고 단맛으로만 대결하려 하지 않고 적절히 달아서 좋았다.
풀무원 식물성지구식단 플랜또 초코브라우니 – 3980원 80ml (ml당 50원)

채예빈 : ★★☆ (2.5/5)
첫맛은 가벼운 초코아이스크림, 뒷맛은 코코넛이다. 단 맛과 초콜릿의 맛은 충분한데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요즘 말로 ‘맛의 레이어’가 많지 않다. 다만 시중의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매우 부드러운 매력이 있다. 냉동실에서 꽝꽝 얼린 아이스크림이란 걸 믿을 수 없다.

조기용 : ★★ (2/5)
우유를 넣지 않고도 부드러운 식감을 준 것은 신기했다. 처음 초콜릿 맛이 강렬해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인상도 잠시, 끝맛이 아쉬웠다. 핫초코를 우유 대신 물에 탄 맛. 만약 이 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을듯 싶다.

채예빈 기자 yevin@chosun.com
조기용 기자 excuseme@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