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투자
상장 기다리다 돈 묶인 투자자들…임팩트 시장도 ‘세컨더리’ 주목 

‘엑시트 가뭄’ 속 출자자 유동성 확보 및 자본 재순환 마중물 역할올해 국내 벤처펀드 13조 원 만기…임팩트 회수시장도 과제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펀드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늘고 있다.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LP)가 자신의 출자 지분(권리)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IPO)이나 매각(M&A)이 줄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자,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2017년 전후 만들어진 국내 임팩트 펀드들이 7~10년의 운용기간을 채우면서 만기를 맞기 시작했다. 투자기업의 상장과 매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출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세컨더리 시장, 1분기 300억 달러 조달…임팩트 전문 펀드도 등장 펀드는 은행 예금처럼 필요할 때 자유롭게 돈을 빼기 어렵다. 출자자가 펀드에 돈을 넣으면 운용사는 이를 여러 기업에 투자한다. 이후 투자기업이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팔려 수익이 발생해야 출자자도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다. 세컨더리 거래는 이 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출자자에게 중간 회수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출자자가 펀드에 넣은 1억 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다른 투자자에게 8000만 원에 넘기면, 기존 출자자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현금을 즉시 확보한다. 새 투자자는 앞으로 펀드에서 나오는 원금과 수익을 대신 받는다. 세컨더리 시장은 전 세계 사모투자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사모펀드 세컨더리 펀드의 자금 조달액은 약 300억 달러(약 43조8500억 원)에 달했다.

청각장애 아이돌을 세계적 K팝 스타로…차해리 대표의 ‘발버둥’

[임팩트를 짓다]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진동·AI 훈련으로 무대 장벽 낮추고 해외 진출 “단순히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장애인 아티스트를 제작한 것이 아닙니다. 이 분야가 반드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차해리 대표는 장애인 아티스트 전문 기획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장애 아티스트에게 재능이 없었던 것도, 이들을 찾는 방송·광고 수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밀려드는 제안을 검토하고 출연료를 협상하며 일정을 관리해 줄 ‘전문 중개자’가 없었을 뿐이다. 차 대표는 바로 그 빈틈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설립된 파라스타는 장애 아티스트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청각·시각·뇌병변·지체장애를 가진 가수, 배우, 모델, 댄서 등 약 40명이 소속돼 있다. ◇ 에이전시에서 K팝 기획사로   차 대표가 처음 장애 아티스트 시장을 눈여겨본 것은 2018년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가 서울패럴림픽 30주년 행사의 사회를 맡으며 만난 선수들은, 미디어에 으레 그려지는 ‘도움을 기다리는 어두운 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건강하고 매력적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도쿄패럴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다. “에이전시가 없어 광고나 후원 제안을 놓친다”는 선수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실제로 유명 기업의 제안이 소셜미디어 메시지함에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 대표는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한민수 전 감독과 뜻을 모아 2020년 파라스타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해 모델, 가수들의 방송과 광고를 연결하는 에이전시로 출발했다. 휠체어 이용자의 욕창이나 화상장애 아티스트의 건강

[임팩트 비즈니스 리뷰] 사회연대경제 GDP 10%, 금융 인프라 없이 달성 요원하다

얼마 전 정부는 사회연대경제를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발표를 접하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이미 그 답이 될 경험이 있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단순히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중소기업은 담보가 부족하고 정보가 부족해 일반 금융기관이 선뜻 자금을 공급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이해하는 전문성을 쌓았고, 그 전문성은 오늘날 대한민국 중소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렇듯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성장한 뒤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다. 이제 사회연대경제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물론 그동안 민간에서는 임팩트투자사와 사회적 융자를 공급하는 재단 등이 사회연대경제를 이해하며 투자와 융자를 이어왔다. 정부도 재정지원이나 보증 등을 해왔다. 이들의 노력은 오늘의 사회연대경제를 가능하게 한 소중한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규모를 뒷받침하기에는 아직 금융의 규모와 전문성, 그리고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소셜벤처들은 사업 자체보다 금융에서 더 큰 한계를 겪는다. 이는 단순히 자금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사회연대경제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사회주택 프로젝트에 투자한 기관의 사례를 들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고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감사 과정에서는

“투자금만 늘린다고 될까”…한국 임팩트 생태계에 빠진 것은?

[임팩트 투자를 묻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이사장자본만으로는 부족…임팩트 조직의 역량 키울 생태계 필요 “루트임팩트가 투자하면서 회수하고자 하는 것은 재무적 이익이 아니라 조직의 자생력과 지속가능한 임팩트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허재형 루트임팩트 이사장은 루트임팩트의 지원 방식을 이같이 설명했다. 루트임팩트가 말하는 ‘투자’는 지분이나 원금을 회수하는 금융 투자가 아니라, 조직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과 전문성을 장기간 투입하는 방식이다. 2012년 루트임팩트를 공동 창립한 허 이사장은 지난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는 주로 사회문제 해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떠올린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ESG 리스크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부터 사회적 성과를 우선시하는 투자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벤처 투자 기법을 활용해 재정적·비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 역시 임팩트 지향 자본의 한 축이다. 허 이사장은 루트임팩트의 지원 방식이 벤처 필란트로피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처럼 대상 조직의 역량을 실사하고, 선정 이후 성장 과정을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한다. 루트임팩트 역시 초기인 2013~2014년에는 직접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생태계의 ‘빈 곳’을 고민한 끝에, 다음 단계의 자본으로 이어지게 돕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라 판단했다. 그는 “재무적 수익이라는 지표가 없기에 오직 임팩트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어떤 면에서는 가장 엄격한 투자”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영리조직 성장 지원 프로그램 ‘IP1’을 통해 최대 3년간 3억 원의 자금과 맞춤형 역량을 지원받고 ‘졸업’한 뉴웨이즈(젊은 정치인의 성장을 돕는 단체)다. IP1 지원 이후 뉴웨이즈는 조직 규모가

“빈곤·기후위기 대응에 26조 달러 필요”…AVPN이 던진 해법은

아시아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실제 집행으로 연결하기 위한 논의가 오는 8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다.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 AVPN(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은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AVPN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임팩트 투자와 혼합금융 등을 통한 실무적 자본 조달 방안을 모색한다. ◇ ‘혼합금융’ 전면 배치…실질적 자본 이동에 방점 2013년 시작된 AVPN 글로벌 콘퍼런스는 아시아 각국의 정부, 기업, 재단, 임팩트 투자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임팩트 생태계 행사다. 올해 주제는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이다. 이번 콘퍼런스의 배경에는 아시아의 커지는 자금 격차가 있다. AVPN에 따르면 아시아가 2030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빈곤, 기후 변화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 26조 달러(약 4경375조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공적개발원조(ODA)는 줄어드는 추세다. AVPN은 ODA 규모가 2025년 기준 23.1% 감소했고, 2026년에도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연간 자금 격차도 1조5000억 달러(약 2329조3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콘퍼런스는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현장으로 흐르게 할 것인가’를 핵심 질문으로 삼는다. 25일은 ‘아시아의 리더십 실천’을 주제로, 26일은 ‘전략적 자선 활동(Philanthropy)’을 다룬다. 마지막 날인 27일은 ‘임팩트 투자 데이’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전략과 사회적 투자 모델을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혼합금융이란 공공 자금과 민간 자본, 자선 재원을 결합해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낮추고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금융 구조를 뜻한다. 주최 측은 과거 국제 콘퍼런스들이

“월급날까지 왜 굶어야 하죠?”…아시아 금융지도 바꾸는 페이워치

[임팩트를 짓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급여 미리받기 EWA로 고금리 대출 의존 낮춰“이미 일한 임금을 필요한 때 쓰게 하는 것이 금융복지의 출발점” “페이워치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이 푼돈 때문에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게 해,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핀테크 플랫폼 ‘페이워치(Paywatch)’를 두고 한 평가다. 페이워치는 근로자가 이미 일한 시간만큼의 급여를 정해진 급여일 이전에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급여 선지급(Earned Wage Access, EWA)’ 서비스를 2019년부터 제공해 왔다.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B2B2C(기업-기업-소비자)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개 사의 31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500억 원 규모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가 이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근로자는 이미 일한 만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지만, 정해진 급여일 전까지는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이 생기거나 본국 송금이 필요할 때,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금리 대출이나 사채로 밀려나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단순한 금융 상품의 부재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안정성과 연결된 사회문제로 봤다. 그는 “부자들은 돈이 필요할 때 싸게 빌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필요할 때 비싸게 빌린다”며 “이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빚 대신 ‘정당한 권리’…금융비용 낮춘 급여 선지급  근로자는 페이워치 앱에서 이미 일한 급여의 일부를 국내 기준 건당 수수료 900원에 먼저

“투자 넘어 기업 성장에 뛰어들 때”…도현명이 말하는 AI 시대 임팩트 투자

[임팩트 투자를 묻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AI로 높아진 효율성, 투자 넘어 경영 파트너로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임팩트 투자사가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성수에서 만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AI가 임팩트 투자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I가 투자사의 고질적인 시간과 비용의 한계를 허물면서, 이제 투자 기업의 성장과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과거 IT 기업에서 온라인 게임 전략 업무를 담당했던 도 대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을 꿈꾸며 2010년 임팩트스퀘어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컨설팅에 주력했으나, 실질적인 변화를 빠르게 이끄는 ‘소셜벤처’의 가능성에 주목해 2015년 첫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2019년 첫 펀드 조성을 거쳐, 현재 임팩트스퀘어가 주목하는 다음 단계는 바로 ‘투자 기업의 성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 투자를 넘어 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도 대표는 “좋은 임팩트 투자란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투자 방식의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잘 고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표를 지지하고 기업을 ‘잘 키우는’ 조직이 될 것인가를 더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임팩트스퀘어는 작년부터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의 지분을 과감히 취득하고, 의사결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사업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난감 자원순환을 이끄는 임팩트 스타트업

“문제의 크기가 곧 시장”…‘초기투자 1위’ 전화성의 임팩트론 

[임팩트 투자를 묻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임팩트 기업도 고객과 매출로 증명해야 지속 가능”국내 1호 상장 AC 도전…“초기투자 산업화 위해 회수 구조 필요”  “저희에게 연락하는 창업자에게는 100% 피드백합니다. 만나고 싶다고 하면 가급적 다 만납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씨엔티테크가 국내 액셀러레이터 업계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 1위로 꼽히는 비결에 대해, 거창한 전략 대신 ‘답장’을 꼽았다. 그는 창업자들이 보내는 콜드메일을 단순한 문의가 아닌 ‘인바운드 딜 소싱(투자처 발굴)’의 핵심 통로로 여긴다고 했다. 2020년 액셀러레이팅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하며 세운 “연락이 오면 무조건 답하고 만난다”는 원칙을 지금껏 우직하게 지켜오고 있다. 전 대표는 이 과정을 “초기 스타트업에 ‘나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씨엔티테크는 본래 2003년 외식 프랜차이즈의 전화 주문, 매장 운영, 고객 응대 등을 전산화하는 사업으로 출발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지금도 인터넷 주문, 모바일 주문, 콜센터 주문,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개발·공급 등 외식 주문중개 기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회사를 키워본 전 대표는 2012년 이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보육과 투자(액셀러레이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씨엔티테크는 현재까지 1만500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육하고, 580곳 이상에 투자한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AC)로 성장했다. 정부의 팁스(TIPS) 선정 기업도 310곳 넘게 배출했고, 지난해에만 104개 스타트업에 234억 원을 투자했다. 전 대표는 “창업가 출신으로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가능성을 볼 때 사업계획서보다 고객 반응, 반복 매출 가능성, 대표의 문제 해결력 등 ‘실제로

자본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가 되는가…700개 기관 묶은 AVPN의 실험

[인터뷰] 나이나 서브버왈 바트라 AVPN CEO  700개 기관 묶은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 네트워크 비결 “공동 펀드·신뢰 플랫폼으로 네트워크 확장” “아시아에는 자본이 많지만, 해결해야 할 복잡한 사회문제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나이나 서브버왈 바트라(Naina Subberwal Batra) AVP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진행된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병목을 이렇게 짚었다. AVPN은 아시아 전역의 기부자, 재단, 임팩트 투자자, 기업, 정책결정자를 연결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본과 자원이 현장으로 흐르도록 돕는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다. 2011년 벤처 필란트로피 분야 인물인 더그 밀러(Doug Miller)가 설립했다.  나이나 대표가 2013년 취임했을 당시 AVPN은 서구에서 발전한 ‘벤처 필란트로피’를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벤처’는 비즈니스, ‘필란트로피’는 자선으로 받아들여져 두 단어를 함께 이해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나이나 대표는 이 개념을 그대로 설득하기보다, 아시아에 이미 뿌리내린 기부와 자선의 문화를 더 넓은 사회적 투자로 확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기부자, 재단, 기업, 임팩트 투자자, 정부, 현장 조직을 연결해 보조금과 대출, 투자, 기업의 자원까지 필요한 곳으로 흐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현재 AVPN에는 700여 개 회원 기관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공동 펀드’라는 자금 조성 방식으로 구체화됐다. 흩어져 있던 개별 기부금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의 자금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대규모 기부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기 꺼리는 아시아 자산가들의 정서도 반영됐다. AVPN은 이를 통해 총 15개

“돈은 늘 결과를 남긴다”…이덕준이 묻는 투자의 책임  

[임팩트 투자를 묻다]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한국 임팩트 투자 15년, 다음 과제는 ‘자본의 다양화’ 다변화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역할과 방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임팩트 투자를 묻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온 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임팩트 투자의 현재와 과제, 그리고 다음 자본의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투자는 당연히 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수익도 추구해야 합니다. 다만 그 돈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묻는 것이 임팩트 투자입니다. 저는 임팩트 투자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서 만난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금융이다.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2011년, D3쥬빌리파트너스는 정관에 이를 명시하며 출범했다. 이후 엔젤투자 커뮤니티와 액셀러레이팅을 거쳐 2018년 정식 벤처캐피털(VC)로 전환하며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함께해왔다. 국내 임팩트 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덕준 대표를 만나 한국 임팩트 투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 잘나가는 CFO가 임팩트 투자에 뛰어든 이유  과거 벤처 업계에서 G마켓의 나스닥 상장을 이끌었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이 대표는 주류 금융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사회혁신발언대] 창업자 눈으로 본 투자심사, 임팩트 투자에서의 AI

크런치베이스와 휴먼X가 공동 발표한 ‘2025 AI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I 관련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2110억 달러(약 306조 원)로,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AI는 이제 투자의 대상을 넘어, 투자 현장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임팩트 투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마주한다. 일반 벤처 투자가 재무적 수익성을 중심에 놓는다면,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창업자가 어떤 문제를 왜 풀려 하는지, 그 팀이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정성적 맥락을 읽는 것이 심사의 핵심이다.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나 효율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논의가 임팩트 투자 현장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에서 AI는 어떻게 쓰여야 할까. MYSC 투자기획팀 인턴으로 3개월을 보내며, 나는 그 질문의 답이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와 맥락에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이 글은 창업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투자자 시선을 처음으로 얹어보며 깨달은 것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와 임팩트 투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기록이다. ◇ 창업자에서 투자자 시선으로 나는 한 번 투자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1인 여행자 플랫폼 ‘모잉’을 창업해 시드 투자 유치와 법인 설립까지 경험했다.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법인을 해체했다. 팀원들과 비전이 갈렸고, ‘무엇을 팔 것인가(What)’에 매몰된 나머지 ‘왜 이 일을 하는가(Why)’를 잃어버린 탓이었다. 실패 이후에는 세대 간 교류 플랫폼 ‘연슐랭 가이드’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기후와 자본의 최전선] 자본의 新생존법, ‘그린 디펜스’

지난 수개월간, 우리 경제가 수천 킬로미터 밖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안전이라는 변수에 매여 있는 것을 보며 경제 주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정 지역의 파이프라인이 봉쇄되거나 독재자의 변덕 한 번에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광경은 우리가 누려온 성장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있었는지를 증명한다. 2026년의 호르무즈발 에너지 위기는 냉혹한 경고다. 화석 연료를 고집하는 한, 그 어떤 선진국이나 거대 기업도 진정한 의미의 경제 주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글로벌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화석 연료 시스템은 그 자체로 거대한 지정학적 인질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지정학적 충돌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파도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역사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이 시점에서 기후테크 투자의 관점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훌쩍 넘어서야 한다. 국가와 자산의 안위를 지키는 ‘그린 디펜스(Green Defense)’라는, 더 차갑고 단단한 논리로 확장되어야 할 때다. 그린 디펜스라는 개념의 뿌리는 2000년대 초반 미 국방부(DoD)의 전략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사 전략가들은 기후 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기존 갈등을 증폭시키고 예측 불가능한 분쟁을 야기하는 ‘위협 승수(Threat Multiplier)’로 규정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 사망자의 상당수가 전투가 아닌 연료 수송 행렬을 보호하다 발생했다는 통계는 군 수뇌부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군대는 보급로가 끊기는 순간 무력해진다는 뼈저린 교훈이었다. 이때부터 군은 전장에서 직접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화석 연료 없이도 장기 작전이 가능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