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 사회서 ‘기본소득’ 이슈 이끌 기회 왔다”

[인터뷰] 이원재 LAB2050 대표 각지서 기본소득 운영되지만 기준 없어정부가 나서 실험 주도, 사례 만들어야‘지역 맞춤형 기본소득’ 통해 효과 극대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담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논의를 수년째 이어온 시민사회에서는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되는 조짐에 반가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기본소득 논의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활발해졌지만, 정작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민간 싱크탱크를 설립한 뒤 기본소득과 불평등 해소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이원재(49·사진)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 ‘이니셔티브’ (주도권)를 쥘 기회가 왔다”며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그간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확신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9년 말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연구를 마친 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지피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았다. 기회만 있다면 방송이나 토론 등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선 마지막 단계로 정치권의 역할,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중앙정부 차원의 실험이 선행돼야 해요. 그리고 그 실험에는 구체적인 질문과 주제가 담겨야 합니다. 실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죠.” 이 대표는 기본소득을 ‘접촉면이 넓은 제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실험이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비슷비슷한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기본소득? 한 발 더 나아간 ‘기초자산제’도 있다

청년에게 최소한의 ‘자산’ 지급국내에선 4·15 총선 때 첫 등장 ‘기본소득’이 여야 정치권의 핵심 어젠다로 주목받는 가운데 ‘기초자산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매월 일정 소득을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 지급하자는 것이라면, 기초자산제는 일정 연령에 다다른 청년에게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산’을 주자는 것이다. 지난 2019년 9월 세계적 석학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을 발간하며 제안한 개념이다. 피케티 교수는 만 25세 되는 모든 청년에게 12만유로(약 1억5000만원)의 자산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기초자산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의당이 ‘만 20세 청년들에게 3000만원을 주자’는 내용의 ‘청년기초자산제’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1년에 최대 1000만원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3년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8조원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정의당은 청년당을 중심으로 해당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자산제는 청년 세대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기초자산제를 일종의 청년 복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생애 주기상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복지가 있지만 청년에게는 복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초자산제는 청년 복지를 넘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이 문제라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이라면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떠나 노동시장 재구조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주장일

세계가 주목한다, 한국형 기본소득

[Cover Story] 한국형 기본소득 어디까지 왔나 양극화 심화·산업구조 변화…해결책으로 떠오른 ‘기본소득’ 정치권도 여야 막론 기본소득 공들여진보 “기존 복지 유지·확대해 도입을”보수 “복지 정책 통폐합해 지급해야” “한국은 ‘기본소득’(Basic Income)에서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됐고, 앞으로도 모범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지난 4월 28~3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박람회의 기조연설을 맡은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형 기본소득’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특히 경기도에서 진행 중인 청년 기본소득 프로그램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천명 규모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만 24세 청년 17만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지급되는 보편성이 핵심인 만큼 대규모 실험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에 해외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1960년대부터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된 정책 의제다. 학계에 따르면 ▲무심사 지급을 통한 ‘무조건성’ ▲집단 모두에게 지급되는 ‘보편성’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성’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되는 ‘개별성’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등이 기본소득의 5대 원칙이다. 한마디로 전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성 소득을 뜻한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된 건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국내 상황에 맞게 적절히 도입되고 연구되면서 세계적으로 의제를 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인 민간독립연구소 LAB2050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느슨한 모임’이 세상을 바꾼다

작은 모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일단’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출발했다. 사회문제 하나씩 붙들고 할 일을 찾아 나선 모임들은 불과 2~3년 만에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 느슨한 모임은 번듯한 조직을 갖춘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인스팅터스’가 대표적이다. 인스팅터스는 콘돔과 월경컵 등을 유기농 혹은 식물성 비건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지난해에는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지금은 10명 넘는 직원이 일하는 번듯한 회사가 됐지만, 인스팅터스의 시작은 20대 초반의 또래 3명이 만든 작은 모임이었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콘돔은 건강한 성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인데, 왜 언급 자체를 터부시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면서 “이후 콘돔을 구하기 어려운 청소년, 발암 물질이 나오는 기성 콘돔 등의 문제로 옮겨갔고, ‘친환경 콘돔을 직접 만들어 팔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창업 6년 차가 된 올해는 퀴어 퍼레이드, 디지털 성범죄 방지 연구, 코로나19 의료진 등에게 돈과 물품을 기부할 정도가 됐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사업 모델이 기존 공익 활동과 다르다는 점에서 번번이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다”면서 “그렇게 2년이나 버텨야 했는데 마침 청년 모임에 모임비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청년허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최근 청년들의 공익활동 트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빈틈 메우기’라고 했다. “각자가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본다는 게 요즘 청년들 방식이에요. 시민단체나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기존 방식에 속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새로운 사회문제 해법이 나오지

코로나 사태가 불 지핀 ‘재난 기본소득’ 논의, 도입 필요성엔 의견 모였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의 소득 위기이자 생존 위기입니다. 사람이 버텨야 기업과 경제가 버팁니다.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해 주세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본소득이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올랐다. 논쟁에 불을 지핀 건 지난 1일 이재웅<사진>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에 청원 사실을 알리자 이 내용이 삽시간에 온라인상에 퍼져 나가며 언론 보도로 이어졌고 곧 정치권으로 번졌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튿날인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3일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도 “국민당 평균 50만원 이내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재난 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언급했다.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 공약으로 내세워온 정당인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등도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이 재난 상황에서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몸을 돌볼 권리를 갖기 위해 한시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 재난 기본소득? 재난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는 정당이나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큰 틀에서 정리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게 한시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에 이야기되던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은 자산 수준에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재난 기본소득은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기본소득은 이미 2016년부터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수당

“청소년에게도 기본소득과 주거권 보장을”…청소년 자립 주제 토론회 개최

청소년의 주거권과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과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 에서 ‘청소년 존엄을 말하는 두 가지 방식: 기본소득, 주거권’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재단법인동천, 한국도시연구소가 후원한다. 토론회 1부에서는 이상한나라가 시행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이상한나라는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청소년 주거 공동체로, 지난 2018년부터 거주 청소년들에게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해왔다. 토론회 2부에서는 청소년주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발제자로 나서 ‘청소년과 주거의 만남’을 주제로 관련 법제도 현황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논의한다.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국장은 “이번 토론회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청소년 기본소득과 주거권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라며 “청소년의 존엄한 삶을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함께걷는아이들에 사전 신청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 불평등 해결될까 재정 부담만 늘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자체들이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을 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만 24세 경기도민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시작한다. 전남 해남도 오는 3월부터 모든 농가에 매년 60만원을 지급하는 ‘농민수당’ 제도를 시행한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수준,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수당을 뜻한다.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의 생활비를 주는 ‘완전 기본소득’과 특정 세대나 계층, 지역에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으로 나뉜다. 청년배당과 농민수당은 부분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셈이다. 경기도와 해남의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과 실효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기본소득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과 예산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일자리 부족 양극화 문제 대안 될 수 있어” 우선 찬성 측은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불평등, 불안정성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자의 수입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근로자 중심이었던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새로 등장한 계층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다치거나 해고를 당해도 관련 산재보험이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나라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친(親)자본주의 성향의 인물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국가가 ‘안전한 놀이터’ 돼 줘야”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 양극화, 금수저론, 인구 절벽….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 사회에도 봄이 올 수 있을까.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의 이원재 기획이사(45)가 복잡한 정국 속, 시대를 읽는 두 권의 책을 연달아 펴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습니까?(이원재·황세원, 서해문집)’와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이헌재·이원재·황세원, 메디치). ‘지금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습니까?’는 작년 희망제작소 소장 재임 당시 ‘시대정신을 묻는다’는 주제로 사회 양극화, 임금 격차, 사회 안전망 등 분야별 전문가 11인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책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의 대담을 엮어 국가의 원칙, 주거, 교육, 소득 정책 등에 대한 국가의 역할, 이 원칙이 실제 사회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다. 지난 20일,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1년간 오피니언 리더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던 이 이사와 마주앉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근본 문제는 ‘개인’이 취약해졌다는 것 ―이 이사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과 동일하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개인이 너무 취약해져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갈 힘이 부족하다. 이런 상태가 오래돼서 의존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개인주의적이다. 둘 다 취약해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다. 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 때문에, 개인이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IMF 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