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원부터, 심사는 나중입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돌보는 든든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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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무한돌봄사업 현장을 가다
기존 지원 대상 벗어난 위기 가정 도와 도내 복지기관망 중심축 역할 톡톡히 해
“먼저 지원부터, 심사는 나중입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돌보는 든든한 말 한마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수혁(가명·47·경기도 광주)씨는 지난달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턱 막힌다. 지난 4월 21일, 이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던 아내 리엔(가명·28)씨를 발견한 건 새벽 2시경이었다. 입에는 거품이 가득했고, 온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119 대원이 도착할 무렵 아내의 호흡과 심장은 꺼져버렸다. 제세동기(심장 충격기)로 가까스로 아내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지만, 병원으로 옮긴 뒤 이틀이 지나도록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뇌사 상태였던 아내는 이틀 후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당장 병원비가 문제였다. 심박이 너무 약해 멈출 위험이 있는 리엔씨에게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이식해야 하는데, 그 수술비만 해도 당장 700여만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로 은행 거래가 전부 막힌 이씨가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했다. 이씨는 “2010년 결혼 이후 늦은 나이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1년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장애가 있는 어머니, 아내의 베트남 부모님까지 부양하느라 빚이 불어났다”고 했다. 고민하던 이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기도 광주시 남부 무한돌봄센터였다.

(왼쪽부터)지난해부터 경기도는‘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를 가동해 법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정 5502가구를 발굴, 지원했다.(오른쪽)경기도의 위기 가정 무한돌봄 사업을 통해 긴급 의료비를 지원받아 아내를 살린 이수혁(가명·47)씨가 경기도 광주 남부 무한돌봄센터에 보내온 감사 편지.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제공
(왼쪽부터)지난해부터 경기도는‘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를 가동해 법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정 5502가구를 발굴, 지원했다.(오른쪽)경기도의 위기 가정 무한돌봄 사업을 통해 긴급 의료비를 지원받아 아내를 살린 이수혁(가명·47)씨가 경기도 광주 남부 무한돌봄센터에 보내온 감사 편지.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제공

“사채를 빌려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무한돌봄센터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병원비 마련은 가능한지 등을 물으셨어요. 아내의 친구가 저희 아이들을 위해 센터에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그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부터 저희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급여 등 경제 상황을 설명하니 차상위 계층에 속하지 않아 복지부 긴급 의료 지원비 대상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대신 ‘무한돌봄 사업비로 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다음 날 서류를 준비해갔습니다.”

‘위기 가정 무한돌봄사업(이하 무한돌봄)’은 2008년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경기도의 대표 복지 브랜드다. 이혼·사망·중한 질병·실직 등 실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부의 법적 지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도움받지 못하는 위기 가정(최저생계비 170% 이하)이 그 대상이다. 지금까지 9만3540가구에 약 1000억원을 지원했다. 지주연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사무관은 “‘송파 세 모녀’만 해도 긴급 복지 지원 제도 대상이었지만, 이씨처럼 그마저도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가 많다”면서 “이러한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 지원해야 극빈층 전락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한돌봄사업의 열쇠는 ‘신속성’이다. 이에 ‘선(先) 지원 후(後) 심사’를 원칙으로 한다. 이씨 역시 전화 상담 이후 4일 만에 의료비 전액 지원이 결정된 덕분에, 아내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무한돌봄센터 담당자들은 병원·국민건강보험공단·시청과 직접 소통하면서 당장 지원이 가능한 제도와 범위를 판단, 신속하게 집행했다. 이씨는 “센터에서 지불 보증을 해준 덕분에 수술이 당일에 바로 진행됐고, 토·일요일에도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퇴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주셨다”면서 “지인들이 ‘이전에 복지재단 등에 의뢰했다가 심사만 보름 넘게 걸렸다’면서 놀라더라”고 했다.

경기도 무한돌봄센터는 현재 권역별로 총 32개 센터에 95개 네트워크팀이 운영되고 있다. 학교, 경찰서, 병원, 보건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경기도 내 복지기관을 하나로 묶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기 가정이 발견되면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무한돌봄센터에 다 같이 모여 회의한다. 전해진 경기도 광주시 남부 무한돌봄센터장은 “이씨가 지원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무한돌봄센터로 이씨의 사연을 전한 덕분”이라면서 “처음엔 공공이 센터를 만들어 직접 나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담당자들이 직접 관련 기관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하자 협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4만3470가구가 무한돌봄센터의 지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기관 2만7112곳이 7131차례나 회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의 중심축이 된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는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를 가동, 도 및 시·군이 함께 1만3428가구를 방문해 위기 가정 5502가구(41%)를 발굴·지원했다. 혹시 모를 재원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도 공무원, 경기도 주민들로부터 모금도 진행했다. 이렇게 모인 무한돌봄 성금만 58억원(2013년 12월 기준)을 넘어섰다. 이씨 역시 무한돌봄 최대 지원금 500만원을 넘어선 의료비는 무한돌봄 성금을 통해 지원받았다. 김문환 경기도 무한돌봄센터장은 “위기에 처해도 정보가 없거나 지원 제도가 미비해 도움받지 못하는 도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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