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州) 정부들이 석유·가스 기업을 상대로 연이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속여왔다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저지주 정부는 18일(현지 시각) 엑손모빌, 셸, 셰브론, PB, 코노코 필립스 등 5개 석유·가스 기업과 이들이 속한 미국석유협회(API)를 주 법원에 고소했다. 주요 혐의는 대중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는 커녕, 기후 문제의 존재와 원인, 영향력 등을 의심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펼쳤다는 것이다.
매튜 플래킨 뉴저지주 법무장관은 “이들 기업은 자체 연구에 근거해 자신들의 기업활동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미래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진실을 숨기고 뉴저지 주민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 생각을 오도했다”고 소장을 통해 비판했다. 뉴저지주는 “해수면 상승, 치명적인 폭풍 등 기후재난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은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며 피고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뉴저지주와 뉴욕시를 황폐화시켰던 폭풍 ‘샌디’ 10주년을 앞두고 진행됐다. 소송 시작을 발표한 리버티 주립공원도 당시 발생한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장소다. 숀 라투렛 뉴저지주 환경보호청장은 “뉴저지주는 기후변화로 인해 최악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가스기업에 소송을 건 것이 뉴저지주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들 기업과 주 정부·도시의 법정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코넷티컷주, 미네소타주 등이 소장을 내밀었다. 지난 4월 빌 더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소장에서 “석유 산업이 뉴욕시에서 ‘그린워싱’ 캠페인을 벌였다”면서 “모순적인 행동으로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석유기업들은 ‘가치 없는 소송’이라는 반응이다. 폴 아폰소 API 법무 담당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석유 업계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도 달성해왔다”고 주장했다. 케이티 노튼 엑손모빌 대변인은 AP통신에 “법적 조치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 의미 있는 행동을 진전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셰브론도 “법적 다툼은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아니며, 오히려 기후 대응에 대한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