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같은 특정 직업으로만 내몰리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만나 본 시각장애인들은 다재다능하고 잠재 역량도 높았거든요. 이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답답했죠.”
사회적기업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다.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직접 강사 교육을 받고,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1대1 한국어 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교육을 받고 강사로 일하는 인원은 총 97명. 1년 만에 2배가 늘어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리안앳유어도어 사무실에서 김현진(31) 대표를 만났다.
-왜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아토피 흉터가 잘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픈 건 아픈 거고, 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무시당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에도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회에 화가 났어요. 제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죠. 대학생 때는 정신장애인도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는 카페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으니 당사자 삶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나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죠.”
-다양한 장애군 중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에 집중한 이유는요?
“다양한 장애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에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장애인이 국내에 25만명 정도인데 90%가 중도 실명인 거예요.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회 경험을 쌓아도 시각장애를 얻으면 경력이 단절돼 버리죠. 이들이 가진 역량은 여전히 높은데도요.”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떠올렸나요?
“우선 시각장애인이 뭘 잘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직접 커피 사 들고 찾아다니면서 ‘잠깐 인터뷰 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취미부터 별걸 다 물어봤어요. 그러다 보니 알게 된 게 이분들이 ‘말’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이 특기를 살려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떠올렸죠.”
-직접 강사도 양성한다고요.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160시간짜리 양성 과정을 운영해요. 대학교 학사 이상 졸업장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어요. 초급·중급·고급 25분 수업을 능숙하게 마칠 수 있게 우리 단체에서 다 가르쳐줘요. 교육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업을 모니터링하고 계속 재교육도 해요. 전문 교육 기관, 대학교에 우리 프로그램을 검수받으면서 커리큘럼이 점점 견고해졌어요.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재구매율’이라는 게 있어요. 한 학생이 선생님이랑 수업하고 또 결제하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이 비율이 80%를 웃돌아요. 굉장히 높은 비율이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중도입국 청소년이었던 수강생이 선생님한테 ‘선생님 저는 여태 우울했어요. 근데 선생님을 만나서 이제는 너무 즐거워요. 학교에 다시 가고 싶어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직접 가르치셨던 강사도 뿌듯해하면서 저에게 메시지를 보여줬죠. ‘선생님을 통해서 또 다른 사람이 희망을 얻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선한 교육의 힘을 느꼈어요.”
-가장 수요가 많은 나라는 어딘가요?
“글로벌 서비스는 90% 이상이 중국 학생이에요. 중국에 거주하는 학생도 있고 국내에 머무는 학생도 있죠. 처음엔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었어요. 문제는 베트남은 온라인 결제가 너무 어려운 나라더라고요. 페이팔 같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은 당연히 없고 신용카드도 없다 보니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수금을 해야 하는 거예요. 교육은 온라인으로 하는데, 결제가 너무 번거로웠죠. 그래서 우선은 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은 정말 많은 나라에 분포돼 있어요. 수요가 많은 곳이라면 어떻게든 서비스를 제공해보려고 해요. 올해 9월에는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에 입사 예정인 캄보디아 직원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할 예정이에요.”
-시각장애인 외에 다른 장애군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도 있나요?
“그럼요. 지금도 시각장애인 강사가 75% 정도고, 지체장애인·청각장애인·뇌병변장애인도 있어요.”
-앞으로 목표는요?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양성한 시각장애인 강사가 거의 100명이에요. 작년에 50명이었는데 딱 2배가 됐네요. 내년에 또 두 배가 늘어야겠죠? 200명, 400명…. 계속 많아졌으면 해요. 그만큼 좋은 일자리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신가은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