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아프간, 탈레반 장악 1년… “여성 탄압에 맞선 현지 여성 활동가 200명”

[인터뷰]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

지난 15일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아프간 사회에서 여성은 지워졌다. 여성의 취업은 학교, 병원 등 일부 기관으로 제한됐고, 학생들은 중·고등교육에서 배제됐다. 또 여성부를 폐지한 대신 ‘권선징악부’가 부활하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른 각종 제한 조치들이 법제화됐다. 지난 5월에는 탈레반 정부가 여성의 부르카(눈 부위의 망사를 제외하고 온 몸을 덮는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1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은 “지난 1년간 탈레반 치하로 인해 아프간 여성이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면서 “월드비전은 꾸준히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은 “지난 1년간 탈레반 치하로 인해 아프간 여성이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면서 “월드비전은 꾸준히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제공

아프간에서 인도적지원을 수행하는 여성 NGO 활동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은 “지난 1년간 여성이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면서 “월드비전은 꾸준히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6월 취임한 찰스 회장은 탈레반 치하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간의 현실을 전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13일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탈레반 장악 후 아프간 여성 인권의 현주소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기 이전, 아프간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은 26%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다. 탈레반은 장관부터 사무직까지 여성 공무원들을 일제 해고했다. 여성의 사회활동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활동가들 사정은 어떤가?

“월드비전은 탈레반 정부에 ‘우리는 여성이 없으면 일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성 취업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탈레반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200여 명의 여성이 월드비전에서 일하고 있다.”

-여성에 좀 더 집중하는 이유는?

“여성과 여아가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여성의 인권을 제한하면서 여학생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조혼 위험에 놓이게 됐다. 심각한 경제적 빈곤에 처한 가정은 약 500~1000 달러(약 66만~132만원)를 받기 위해 아이를 팔기도 한다. 아프간 아이들은 나를 만나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내 꿈은 이대로 사라지는 건가요?’ ‘나는 어떤 노인과 결혼하게 될까요?’라고 묻곤 한다. 안타까운 현실 속 아이들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

-남자 아이들은 괜찮은가?

“남아도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 1년 새 18세 이하 남아 100만명이 아동노동자로 내몰렸다. 이들은 신발을 닦거나 식당에서 청소하는 등 허드렛일을 한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구걸하기도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1년간 청년 50만명이 실직자로 전락했다.”

-지원 활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식량배급, 현물지원, 생계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은 지난 1년간 100만명을 지원했다. 56만4568명이 식량안보·생계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았고, 22만4719명이 보건·영양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아동 15만666명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또 가구의 가장인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해 놓았다.”

-가장 힘든 부분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주요 곡물수출국인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공급받는데,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 자체에 차질이 생겨 식량배급 지원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정부와 후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아프간 재정지원도 줄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원이 줄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국립병원에 인큐베이터를 마련할 자금이 없어 수많은 조산아가 숨졌다. 지난 1년간 12만명 이상의 조산아가 태어났는데, 의료·보건 시설 부족으로 1만3000명 이상의 죽음을 맞이했다. 또 탈레반 치하로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다 보니 의사들도 아프간을 떠나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산모가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해 눈물을 흘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아프간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도 자신의 가정,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처한 인도적 위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지구촌 어디에서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아프간의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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