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분과별 국정 과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향후 5년 국가 정책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영리, 사회적경제 등 소셜섹터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대선 과정이나 인수위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더나은미래는 지난달 27~28일 교수·법조인·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소셜섹터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소셜섹터 활성화 과제’에 대한 자체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비영리와 사회적경제는 좌우 진영을 초월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소셜섹터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역대 정권서 무산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필요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법률 마련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개념적으로 이해를 하는 상황에서는 해당 분야가 성장할수록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황준호 사회적기업연구원 사회적기업센터장), “사회혁신의 제도적 기반이 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현재 16개 부처 55개 사업으로 나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시행할 수 있다”(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포함한 이른바 ‘사회적경제3법’ 마련을 추진하고,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육성법 개정도 필요하다”(변형석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등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역대 정부마다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매번 무산된 대표적인 법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막식에서 “사회적경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가치법, 사회적경제판로지원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1대 국회에도 5건이나 재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입법 정체에 가로막힌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나왔다.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는 “사회적 금융·투자의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기타 금융법제에서 사회적채권, 사회적대출, 임팩트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 등의 특수성을 고려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럽처럼 기업과 금융기관의 지속가능 활동·금융을 공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위한 ‘소셜택소노미’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관에 특화된 ESG 공시제도는 없고, 상장법인의 공시의무화도 범위가 너무 좁고 일정도 늦다”고 덧붙였다.
청년 유입으로 비영리 일자리 확대해야
비영리 분야에서는 ‘기부 문화 활성화’와 ‘비영리 일자리 확대’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았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개정으로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소셜섹터 전반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 유지와 확대를 위해 운영비 사용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인건비를 포함한 모집 비용 사용 비율은 최대 15% 내로 제한돼 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현행 기부금품법은 모집 목적이나 사용 방법이 제한적이라 사회적가치와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등의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모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오늘날 온라인 환경에서 자유로운 접근과 판단에 따른 기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확대 측면에서 청년들의 비영리 분야 유입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비영리 산업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소셜섹터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사회적가치 측정과 평가 제도로 리스크에 대비하라는 전문가 조언도 이어졌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이나 한국벤처투자·산업은행 등의 출자로 투자받은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가치 자가공시제 도입으로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을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현상 교수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소셜벤처와 기업의 ESG 활동 등을 광범위하게 묶어 임팩트 생태계로 보고 이를 전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임팩트 생태계에서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고, 공유하는 노력에 대한 체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문일요·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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