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경영, 잘 모르지만 잘하고는 있어요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프랑스 정부는 이달 초 ‘탄소 관련 홍보 기준에 관한 법령’을 발표했다. 기업의 환경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그린워싱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주요 내용에는 인터넷, 텔레비전 및 포스터 등 광고에서 ‘탄소중립’을 증명할 수 없는 제품은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따라서 기업은 초기 제조부터 제품 수거 또는 재활용을 통한 최종 변형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 홈페이지나 서비스 사이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성과와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탄소저감 방안과 보상을 위한 명확한 전략도 기재하도록 했다.

글로벌 자연보호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광고 중 멋진 자연을 질주하는 SUV 광고가 너무 많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고 속의 SUV는 아름답고 거친 풍경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SUV 차량은 타 승용차에 비해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자연을 위해서는 절대로 좋은 선택이 아니며, 항공부문에 이어 탄소발생의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그린피스, 지구의벗 등 환경분야 NPO들은 글로벌 정유회사인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벌인 환경캠페인이 그린워싱이라며 지난달 법원에 제소했다. 토탈에너지는 풍력 발전, 태양전지 패널 및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탄소중립 추구’ ‘넷제로 사회 달성’ 등의 메시지를 광고에 담았는데,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없고 회사가 제시한 전략이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넷제로’ 또는 ‘탄소중립’ 목표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021년 3월부터 최근까지 16개의 광고가 그린워싱에 해당하여 광고금지 명령을 받았다. 전년 대비 3배나 높은 수치였다.

이처럼 기업발 워싱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죽했으면 워싱을 못하도록 하는 법까지 만들게 되었을까? 시민단체의 고발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최근 어느 매체에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 세계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경영진 1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라고 꼽았다. 하지만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가 자신의 회사가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으로만 좁혀서 살펴보면 그 수치가 68%까지 증가했다. 또한 경영진의 3분의 2는 각 기업이 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경영진의 80%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평균 이상’ 등급을 부여했고, 지속가능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응답 기업의 93%는 임직원 보상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목표와 연계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65%의 응답자는 지속가능성 노력에 진전을 보이고 싶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경영진의 36%만이 지속가능성 노력을 추적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갖추고 있다고 했고, 지속가능성 전략을 최적화하기 위해 측정도구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이 설문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문결과를 요약해보면, 대부분의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진정성이 없거나 속이고 있다. 실제로 평균이상으로 잘한다고 말하는 기업조차도 과반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제대로 측정도 안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다고 하는 것 또한 난센스가 아닐까?

ESG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관의 현실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SG가 중요해지면서 너도나도 ESG경영을 선언하고 이와 관련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추진하는 곳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처럼 워싱을 하는 기업을 강하게 처벌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 광고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무탈할 곳은 어디가 있을까?

워싱. 단지 소비자를 오도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ESG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지속가능경영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기업존속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는 ESG라는 단어로 거짓을 말하지 말자. 이는 기업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고 시장을 속일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다. 세번 스즈키양이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외쳤던 “진짜의 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말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입니다”라는 문장을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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