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전 세계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최대 26억 명의 인류가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 WG2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제목은 ‘영향과 적응 그리고 취약성(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으로 67개국 과학자 270명이 작성하고 IPCC 195개 회원국 대표단이 검토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생태계 변화와 식량·물 부족, 감염병 위협 등 기후위기로 전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이 담겼다.
우선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 절반이 서식지를 고위도, 고지대로 옮겼고 1950년대 이후 해양 생물종의 서식지는 10년 당 최대 55km씩 북쪽으로 이동했다. 해양 생물종의 계절변화도 10년 단위로 3~7.5일씩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로 멸종 위기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오르면 이번 세기 말까지 육상 생태계 전체 종의 3~14%가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도 상승 폭이 3도일 경우에는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큰 종이 최대 29%까지 올라간다. 최악의 경우인 5도가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선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하는 종이 48%에 달한다.
보고서는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현재의 작물생산, 축산 지역이 2050년까지 10%, 2100년까지 30% 넘게 먹거리를 생산하기에 부적합한 기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번 세기 말 해양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각각 6%, 9%가량 감소해 수산 자원의 최대 15.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극한 기상현상 빈도와 강도 증가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식량 안정성을 감소시켰다”라면서 “농업 생산성이 전반적으론 높아졌지만, 기후변화로 향상이 둔화해왔고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는 어업과 양식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물 부족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지구 온도가 1.5도 오를 경우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온도 상승 폭이 2도까지 오르면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4억1000만명으로 600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연간 총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 간 편차가 커지고 기후 적응 대책이 뒷받침하고 있지 못해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 현상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보고서는 이번 세기 후반 16억~26억명이 수인성 감염병이나 매개 감염, 전염병 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뎅기열 바이러스는 계절이 길어지면서 더 넓은 지역에서 확산할 것”이라며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금세기 말까지 수십억 명이 전염병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세계 경제 구조 변화가 빨라지고 불평등이 심화해 7억명의 인구가 극심한 빈곤에 처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각국 기후변화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전 세계 170개국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적응을 포함하고 있지만, 적응정책 대부분이 규모와 분야를 한정해 단기적인 위기를 해결하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마누엘 풀가 비달 세계자연기금(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총괄은 “각국 정부가 기후 적응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응이 늦어질수록 우리 사회와 경제, 생태계가 치러야 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부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등을 향후 기후 적응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