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온드림 소사이어티’ 탄생기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2021년 1월 3일 현대차정몽구재단 첫 출근 후 벌써 일년이 지났다. 재단에서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재단 최초의 브랜드 커뮤니티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비영리 영역에서는 아쇼카 코리아가 운영하는 사회 혁신 뮤지엄 ‘아쇼카 스페이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과 ‘마루 360′ 등이 브랜드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공간들을 벤치마킹하며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만들고자 하는 공간의 방향성을 수립해나갔다. 미래 세대와 함께 환경 관련 사회문제를 창의적,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태원, 성수동, 한남동 등 임대 가능한 빌딩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예전에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서초창의허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공간 입지와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선택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이후에도,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소개하는 건물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휑한 공간을 무언가로 채울 자신도 없었다.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페이지 명동’이라는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명동에 있는데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지명동은 사회혁신 기업 더함이 YWCA로부터 회관 건물을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위탁 운영하는 곳인데 1층부터 6층까지 공간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직접 방문해보니 마침 1층, 3층, 6층이 공실로 비어 있었다. 더함은 이 공간을 사회 혁신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이것은 사회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재단의 방향성과도 일치하였다. 명동성당과 남산타워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입지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공간이 사람을 바꾸고, 공간이 사회를 바꾸고, 공간이 시대를 만들어 간다는 페이지 명동의 철학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YWCA 연합회가 있던 페이지 명동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독립운동가였던 이회영·이시영 6형제의 집터였고,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인 윤선도가 살던 곳이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명동성당과 명동의 유산을 품고 있는 페이지명동에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첫 공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판단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았지만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었다. 사회 혁신가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간 운영도 임팩트 비즈니스 기업과 함께하기로 했다. 수개월 조사와 협의를 통해 히즈빈스, 아트임팩트, MYSC, 브라더스키퍼 등이 우리의 파트너가 됐다. 재단 공간 6층에는 라잇루트, 포이엔, 식스티헤르츠, 트레드앤그루브 등 친환경 소셜벤처 4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라잇루트는 폐 이차전지 분리막 필름을 활용한 고기능 리사이클링 소재를 개발해 의류, 차량용 패브릭을 생산하는 친환경 기업이며, 포이엔은 다양한 환경 문제를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풀어내고자 하는 소셜벤처다.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비료,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식스티헤르츠는 전국 13만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통합 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에너지 IT 소셜벤처이며,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 업사이클링을 통해 신발 등 패션 제품을 생산하는 타이어 업사이클링 슈즈 브랜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만든 공간 플랫폼의 콘셉트는 ‘BLUE ROAD’이다. BLUE 는 ‘Between Leverage Unite Environment’를 줄인 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영향력을 주고 연합하여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길(Road)을 가겠다는 뜻이다. 재단의 새로운 도전이 오는 3월부터 명동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그 공간 이름을 ‘온드림 소사이어티’라 부르기로 했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