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기업이 아동노동 근절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고 있다.
6일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는 초콜릿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국내 주요 기업 6곳에 카카오농장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한 곳을 제외한 다섯 기업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커피와 비영리단체 보니따는 지난 2월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이 높은 농심,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제과, 크라운제과, 매일유업 등 6개 기업에 ‘카카오농장의 아동노동 착취 근절을 위한 제안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다. 제안서에는 ▲초콜릿 공급사슬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기 위한 기업 윤리강령 발표 ▲아동노동 착취 없는 공정무역 카카오 사용 계획 공표 ▲기업의 카카오농장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노력 홈페이지상 공지 등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요구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된 카카오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 착취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월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초콜릿 기업 7곳은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아동 강제노역을 방조한 혐의로 피소됐다. 원고인 아프리카 청년 8명은 코트디부아르 카카오농장으로 팔려가 수년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다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는 ‘2018~2019 아동노동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 최대 규모 생산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5~17세 아동 156만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했고, 이 가운데 148만명이 위험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인신매매를 통해 수년간 노동착취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아동노동 근절 요구에 답변을 내놓은 곳은 매일유업에서 수입·유통하는 글로벌 기업 ‘페레로’가 유일했다. 페레로 한국지부인 ‘페레로아시아리미티드 한국지점’은 제안서 수신 2주 만에 답변서를 통해 ▲카카오 공급망 100% 추적 ▲코트디부아르 아동을 돕는 프로젝트 진행 ▲우츠(UTZ),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공정무역 인증 등 아동노동 착취 금지 기준 포함한 인증 준수 ▲2020년 100%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 달성 등의 활동을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6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캠페인홍보팀장은 “일부 기업이 아동노동 착취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공정무역 인증 등을 공개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이 석달 넘도록 답변을 주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초콜릿을 먹으며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