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새날에오면’ 양혁주 사무국장 인터뷰
“가출 청소년이 아니에요. ‘가정 밖 청소년’입니다.”
사단법인 ‘새날에오면’은 만 14세부터 21세 길 위 여성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신림동에 있는 자립매장 ‘걸작카페’에서 만난 양혁주 새날에오면 사무국장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무너진 가정에서 탈출한 아이들”이라며 “스스로 집을 나왔다기 보다는 사실상 가정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이라고 했다.
“건강한 가정에서 믿음과 사랑 속에 자라 자연스럽게 자립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가정 밖 아이들은 사회적 배제부터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 인(人)자의 두 획이 서로 기댄 모습인 것처럼,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좋은 어른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꾸준히 신뢰를 주는 어른이 있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새날에오면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도산하며 노동자들이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정이 붕괴됐다. 무너진 가정에 있던 아이들은 거리로 나왔고, 이들을 돕고 싶었던 당시 감리교 여성 목회자들이 1998년 국내외 후원을 받아 ‘새날을 여는 청소녀 쉼터’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쉼터에서 단순히 숙식만 제공했어요. 그러다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늘푸른 교육센터’를 만들었고, 사회 진출을 위한 실제적인 훈련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지금의 자립매장 걸작카페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지난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새날에오면은 가정 밖 여성 청소년들의 사회적 진출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담당한다. ▲고졸검정고시 ▲인문학 교육 ▲심리상담지원 ▲바리스타 교육 ▲제빵 수업 ▲텃밭 활동 등 학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도움과 직업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자립매장 걸작카페에서 일하려면 하루 3시간씩 일주일 동안 수업을 받고 두 달간의 인턴 훈련을 거쳐야 해요. 이후 1년간 실무 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매니저’ 직함을 달고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죠. 중도에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지만 저희는 절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아요. 힘들 때 와서 기대기도 하고, 앉아서 쉬면서 힘을 찾는 곳. 아이들에게 그런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양 사무국장은 “2015년 한 소녀의 변화를 보며 ‘신뢰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18살 때 집을 나온 소녀의 유일한 소원은 ‘서른 살에 죽는 것’이었다. 조금만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보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소녀는 새날에오면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았다. “자립매장 걸작카페에서 일하는 이혜진 매니저가 그 소녀예요. 고맙고 뿌듯하죠. 묵묵히 기다려주고 믿어줬더니 이렇게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 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새날에오면은 주식회사 벽산의 후원과 개인 후원으로 학교 밖 여성 청소년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 양 사무국장은 “후원금으로 운영비나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면서 “꾸준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여러 기관들과 연대해 국회에 ‘가출 청소년’이란 용어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을 가출청소년이라고 부르는 건 마치 ‘예비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것과 같아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을, 들어줄 수 있는 어른, 들어줄 수 있는 가정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수연 청년기자(청세담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