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사회적 가치를 게임 안에서 찾다…임팩트 게임의 세계
사회적 가치를 게임 안에서 찾다…임팩트 게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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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콘텐츠에 사회적 가치를 도입하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른바 임팩트 게임’(Impact Game)이다.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와 게임(Game)을 결합시킨 신조어다. 플레이 자체만으로 이용자에게 사회적 메시지와 교감을 유도하기 위해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주제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사회 이슈를 게임으로 만들어 변화를 모색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교육, 건강 분야에 집중돼 대중들이 생각하는 전통적 게임의 개념과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 보니 흥행도 쉽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임팩트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14(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 최대 기능성게임 행사 ‘2020 G4C 페스티벌에는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다룬 스토리 게임 ‘MazM: 페치카가 처음으로 소개됐다. 또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가상현실(VR) 바리스타 직업훈련 게임 버추얼 바리스타를 선보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임팩트게임 개발에 나선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 /자라나는씨앗 제공

게임 업계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 제작사 자라나는씨앗은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조명받지 못한 20세기 초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녹여낸 모바일 게임을 내놨다. 게임명은 ‘MazM: 페치카’. 페치카(Печка)는 러시아식 난로를 뜻하는 단어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별명이다. 특히 올해는 최재형 선생의 순국 100주년이기도 하다.

게임 업계에서 연해주 독립운동을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는 겉핥기식 역사 콘텐츠로 남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검증을 바탕으로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게임 제작에는 역사연구자 모임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가 참여해 게임 속 내용에 대한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쳤다.

게임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플레이된다. 주인공은 조국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연해주 지역 조선인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만나게 된다. 또 게임 내 구축된 잡학사전을 통해 역사 지식과 더불어 당시 문화까지 찾아볼 수 있다.

김효택 대표는 게임에도 다양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콘텐츠의 방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해요. 상업적 게임은 물론 교육이나 재활 분야를 넘어 어떠한 목적으로든 게임이 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돼야 합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자 시도하는 게임 업체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임팩트투자 업계에서도 시야를 넓혀 게임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팩트 게임은 블루오션

글로벌 시장에서는 임팩트 게임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Games for Change(G4C)’는 게임 콘텐츠로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2004년부터 매년 ‘G4C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게임 제작사 유비소프트가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참전 군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발리언트 하츠: 더 그레이트 워(Valiant Hearts: The Great War)’를 페스티벌에 내놓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게임은 승패보다 전쟁의 위험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돼, 글로벌 대형 게임사가 만든 최초의 임팩트 게임으로 기록됐다.

뚜렷한 성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는 폴란드 게임 제작사 11비트스튜디오의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이다. 보스니아 내전을 기반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통한 전쟁의 이면을 표현한 게임이다. 2014년 출시 이후 인디 게임 페스티벌, 타임지 선정 베스트게임, 2015 SXSW 게이밍(SXSW Gaming Awards) 등을 수상했다. 또한 글로벌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STEEM)’ 내에서만 다운로드 수 100만을 기록했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11비트스튜디오는 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전쟁아동구호기구워차일드(War Child)’에 기부하기도 했다.

게임 원작은 영화·드라마 제작도 이뤄지고 있다. 1960년대 대만의 계엄령 시대를 다룬 모바일게임 반교(Detention)’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 게임 제작사 레드캔들게임즈는 반교의 흥행에 힘입어 판권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8월 개봉됐고, 대만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오는 12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인도의 미싱(Missing)’은 미국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5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매매로 이어지는 인도의 여아 납치 현실을 고발했다.

일본군의 전쟁범죄 단서를 수집하는 내용의 게임 ‘웬즈데이’는 당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8월14일에 출시하기로 계획됐지만 코로나19로 제작 과정에 차질을 빚으며 올해말로 출시일이 연기됐다. /겜브릿지 제공

 국내서도 임팩트 게임 첫발 내딛었다

세계 시장의 움직임과 달리 국내 임팩트 게임은 이제 첫발을 내딛는 수준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임팩트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제작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 주자는 겜브릿지.

게임이 갖는 강력한 몰입력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 이용자들이 게임의 주인공으로서 문제해결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죠. 모순적 상황을 만들어서 이용자가 해당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황마다 성취 요소를 배치하기 때문에 임팩트 게임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입증되고 있죠.”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는 2015 네팔 대지진을 바탕으로 재해의 참사를 그린 애프터 데이즈(After Days)’에 이어 일본군 성노예제를 다룬 웬즈데이(The Wednesday)’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에서 이름을 따왔다. 게임에서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수용소를 재해석한 공간에서 일본군의 전쟁 범죄와 관련된 단서들을 수집한다. 겜브릿지는 역사적 사실 관계를 따져가며 고증을 거쳤으며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발생한 강제 징용 문제도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도민석 대표는 애프터 데이즈 제작 당시 네팔에 직접 날아가 주민들로부터 피해 상황을 수집했고, 게임 수익금은 네팔 커피 농가들이 무너진 창고를 복구하는 데 쓰이도록 기부했다고 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있다. 인디 게임 개발팀 코스닷츠(COSDOTS)’는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텀블벅 펀딩을 통해 개발자금을 마련했다. 1인 개발자인 소미(SOMI)’는 정부 기관의 강요에 따라 민간인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사찰하는 게임 레플리카로 화제를 모았다. 테러 혐의 증거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갈등 상황에 느끼도록 한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해외 인디게임 축제인 인디케이드에서 임팩트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임소영 청년기자(청세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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