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긴급 SOS부터 말벗까지…인공지능으로 노인 돌봄 공백 채운다

첨단 기술과 결합한 비대면 노인 돌봄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범 사업으로 진행해온 ‘ICT 기반 노인 돌봄 사업이 실제 위기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목숨을 구하면서다. 정부는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노인 돌봄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면 돌봄 서비스 공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SKT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T 제공

 독거노인의 외침에 AI가 응답했다

아리아, 살려줘.”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내뱉은 말 한마디가 목숨을 구했다. 지난 728일 오전 735, 경남 의령군 부림면에 사는 A(82)씨는 새벽부터 고열과 답답함을 느끼다 다급하게 소리쳤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AI 스피커가 반응했다. A씨의살려줘라는 음성을 인식한 AI는 부림면센터, 보안업체로 긴급 구조 문자를 발송했다. 보안업체의 신고로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면서 A씨는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

경남도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가구마다 AI 스피커를 보급해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AI 스피커에는 음성 인식을 통한 긴급구조서비스뿐 아니라 날씨, 생활·건강정보, 복약시간 알림, 음악듣기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현재 창원시, 김해시, 의령군, 고성군 등 지역 1000가구에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AI 통합돌봄 서비스는 보급 1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 6, 낙상·어지럼증으로 119 응급처치가 이뤄진 사례 2, 자살 방지를 위해 긴급출동으로 연계된 사례 1건 등이 보고됐다. 경남도는 올해 하반기까지 추가로 1800가구에 AI 스피커를 보급할 계획이며, 7000가구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경남도 관계자는음성으로 작동하고 사투리도 인식하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는 ‘ICT 돌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8개 지자체가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강남구, 영등포구, 양천구, 서대문구, 중구와 경기 화성시, 대전 서구 등이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만65세 이상 독거노인 200가구를 대상으로 AI 스피커 등 IT 기기를 지원해오고 있다. 강남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어지럼증이 심해지자 AI 스피커에살려줘라고 외쳤고 119 구급대에 의해 삼성의료원에 이송됐고, 새벽에 급격한 허리 통증을 겪은 한 노인은 “도와줘라고 말하면서 즉시 응급실로 옮겨졌다.

노인 돌봄에 활용되는 첨단 IT기기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노인의 평소 생활 방식을 기록하며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학습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만약 평소의 생활 패턴에 벗어나는 이상행동이 감지됐을 시에는 담당 생활지원사에게 해당 정보가 전송된다.

 ICT와 돌봄의 결합…노인 복지 수요 해소할 것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8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7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5.5%를 기록했다. 고령인구 비율은 2000년만 해도 7.3%에 불과했지만, 최근 20년 새 가파르게 증가했다. 더불어 가족 형태도 변화하면서 노인 가구 세 집 중 한 집은 홀로 사는 1인 가구다. 지금 추세라면 2035년 독거노인 수는 30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문제는 급증하는 노인 돌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존 돌봄 체계에서는 각 지자체에서 선발한 생활지원사를 현장에 보내 독거노인의 안전 상태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역 내 한 명의 생활지원사가 약 25명의 노인을 담당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노인맞춤돌봄서비스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효율적으로 관리돼온 노인 돌봄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ICT를 활용한 비대면 복지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름 그대로 공공 주도의 일방형 돌봄 서비스에서 벗어나 노인 개개인에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사업 통합으로 서비스 다양화 ▲참여형 서비스 신설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ICT를 활용한 첨단 서비스 도입 ▲생활권역별 수행기관 책임 운영 등을 목표로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래 생활관리사를 현장에 파견해 취약 어르신들을 보살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첨단 기술과 연계한 ICT 돌봄 사업을 통해 돌파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AI 돌봄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1명의 돌봄 인력으로 취약계층 100여 명을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I 통합돌봄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디지털 뉴딜사업에 선정돼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6월 내놓은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디지털 뉴딜 사업의 주요 과제인 비대면 산업 육성 분야에건강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돌봄시스템 구축과제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취약계층 노인 12만명에 AI 통합돌봄 서비스 보급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통해 어르신들을 살피는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하지 않고도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해졌다며 “ICT 돌봄 사업이 노인 복지 수요를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말했다.

성소의 청년기자(청세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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