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사회공헌 활동
“정부가 코로나 확산세를 잡기 위해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50인 이상 실내 모임·행사가 전면 금지됐고, 실외에서도 100인 이상 모일 수 없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반기로 잠정 연기한 일부 기업은 난감해하고 있다.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쉽지 않고, 소규모로 진행한다고 해도 참석자들의 안전이 걱정이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사회공헌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분주하다.
코로나 장기전에 사회공헌도 랜선으로
GS칼텍스는 사회공헌 활동의 비대면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낸 기업으로 손꼽힌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집단 예술치유 프로그램 ‘교실 힐링’을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게 다시 개발했다. 교실 힐링은 입학 초기 생소한 환경에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또래 관계 문제를 예방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에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학생 약 5000명이 참여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불안해진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처음 시도한 ‘온라인 교실 힐링’은 지난 5월부터 7월 말까지 서울·경기 지역 네 중학교 1학년 학생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예술 치료사와 학생들은 주 1회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에 동시에 접속해 미술·음악 등 집단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5~8명을 한 집단으로 구분했고, 회기당 40분씩 평균 8회기로 진행됐다.
초반에는 예술 치료사와 대면 접촉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 치료사들은 온라인 전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파일럿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조남욱 GS칼텍스 CSR추진팀 부장은 “코로나 초기부터 운영 기관인 대한민국교육봉사단과 예술 치료사들이 발 빠르게 대응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고, 교육지원청·학교와 긴밀하게 협의해 올해 1학기에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만족도는 높다.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활동 만족도를 설문 결과, 전체의 77.1%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협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라는 대답이 70.5%(중복 응답)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 담임교사는 “수업 시간에 볼 수 없었던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학생 지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GS칼텍스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적 역량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그램 전후 심리 변화를 진단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사회적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 여섯 가지(자아 존중감, 자기 성장 주도성, 자기 표현, 공감, 협력, 교우 관계 적응) 모두 상승했고, 평균 점수(5점 만점)로는 3.73점에서 3.88점으로 상승했다.
언택트 시대, 온라인으로 심리 다독인다
무기한 연기됐던 사회공헌 활동을 100%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새단장한 경우도 있다. ‘취준 동고동락’은 GS칼텍스와 한국메세나협회가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박 3일 일정의 캠프 사업이다. 지난 한 해에만 세 차례 진행하면서 취업 준비생 336명에게 정서 치유와 실전 취업 준비 노하우를 제공했다.
올해 4기 캠프는 지난 2월에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잠정 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는 오프라인 행사가 가능할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 온·오프라인 병행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면서 프로그램 구조를 온라인 중심으로 대폭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일 마무리된 4기 캠프는 100% 비대면 온라인으로 2주간 진행됐다. 온라인 프로그램의 집중도가 낮다는 점을 반영해 캠프 기간은 4배로, 참여 인원은 종전 140명 규모에서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 대학생과 졸업 3년 이내 취업 준비생 300명이 참가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채용 시장의 변화와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 정서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유튜브 채널 ‘면접왕 이형’으로 잘 알려진 이준희 대표의 ‘언택트 면접 전략’을 비롯해 직무별 멘토링, 자기소개서 첨삭 특강 등 실전 프로그램이 다수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조언을 해주는 ‘취준 심리상담소’는 유튜버로도 활약 중인 국내 최초 정신과 의사 형제 양재진·양재웅 원장이 맡았다.
조남욱 부장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접속 불량 등의 문제로 운영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 시도로 비대면 프로그램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