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부’ 중간 점검해보니
굿워터 프로젝트, 클릭 몇 번으로 기부
기존 복잡한 절차 빼 참여 이끌어냈지만
기부금 사용 과정 몰라 ‘투명성’엔 문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국제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블록체인 기부인 ‘굿워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지난달 16일. 한 달 만인 이달 14일 기준 1639명이 블록체인 기부에 참여해 7만4714.17 클레이(Klay)를 기부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5600만원이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암호 화폐 지갑 클립(Klip)에 가서 ‘기부’ 버튼만 누르면 가상 자산인 클레이가 굿네이버스의 가상 지갑으로 이전되는 방식이다. 굿네이버스는 모금 종료 시점인 이달 31일 이후 클레이를 현금화해 잠비아 아동의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블록체인 기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카카오톡과 같은 수퍼앱에서 블록체인 기부를 도입한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X는 “기존의 블록체인 기부는 복잡한 인증 절차를 통해 계좌를 개설해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용자의 불편함이 컸다”면서 “클립을 통한 기부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기부를 가능하게 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블록체인 기부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부는 비교적 기부 참여율이 저조한 젊은 세대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달여간 굿워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용자들의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20~30대 비율이 60%에 달했다. 지난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30대 기부율은 각각 17.6%, 29.1%로, 40·50대의 기부율인 35.9%, 31.8%보다 낮았다. 상대적으로 기부를 적게 하는 20~30대가 블록체인 기부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낸 셈이다.
SK C&C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함께 자체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 출시가 목표다. 가상 화폐 거래소 포블게이트는 기부 전용 코인인 ‘엔젤 코인’을 내놨다. IT 기업 이포넷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 기부 앱 ‘체리’를 운영하면서 1억8000만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그라운드X가 이번에 선보인 클립 기부처럼 최근 등장한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부 서비스는 사용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한계는 이용자가 모금 플랫폼에 기부하기까지의 과정은 기록되지만, 단체에 기부금이 간 이후에는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굿워터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클레이 역시 굿네이버스로 전달되는 과정까지만 기록되고, 이후 굿네이버스가 현금화해 사용하는 과정은 기록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기존 기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이포넷은 “올 연말까지 기부금 수령 단체의 자금 사용 내역도 블록체인 내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이사장은 “금전적 거래 내역만 단순히 늘어놓으면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어 단체들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것이 기부자들이 알아야 할 투명성 관련 정보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구현해야 효과적인 블록체인 기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