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이 온다] 해외에선 기후변화 대응, 환경부 아닌 ‘재무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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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기후금융 준비하는 금융위

최근 환경부가 우리나라 정부 기관 최초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지지 선언을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환경부가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수는 있어도 TCFD와 같은 ‘기후금융(Climate Finance)’ 이슈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2015년 설립된 TCFD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의 요청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조직이다.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2017년 발표했고, 전 세계 1000여 개가 넘는 기관과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7개 정부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에 환경부가 지지 선언한 것도 이 권고안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환경부의 선언도 좋지만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획재정부나 금융 당국의 선언이 나와줘야 영향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금융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게 기후금융의 핵심인데, 환경부는 금융 정책에 관여하기가 어려워 기후금융 어젠다를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환경부가 아닌 재정 당국이나 금융 당국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재무부 주도로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영국 재무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 보유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에 세금을 더 매기는 식이다. 올해 4월부터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의 세금을 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2011년에는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CPF(Carbon Price Floor)라 불리는 탄소세 정책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추가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통해 석탄발전소 퇴출을 촉진하고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 정책으로 2010년 40%에 육박하던 영국의 석탄화력 발전 비율이 2019년 2%로 크게 감소했다. 2010년 2.7%에 불과하던 태양광·풍력 발전 비율은 23.8%까지 늘었다.

더디지만 우리나라 금융 당국도 기후금융을 시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TCFD 지지’와 ‘NGFS(녹색금융네트워크)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NGFS는 주요국 금융감독기관들이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김수빈 금융위원회 글로벌금융과 사무관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조금 미뤄지긴 했지만 TCFD와 NGFS 준비는 연초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기후금융은 금융위원회가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금융 정책을 만들고 방향성을 정하는 금융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발표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탄 산업 투자를 철회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금융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TCFD와 NGFS가 결국 탈(脫)석탄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석탄 산업 투자를 꺼리게 되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투자를 받는 개별 기업들도 석탄 산업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금융 문제로 접근하는 건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면서 “금융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는 감독 조치만 해도 탈석탄금융, 기후금융의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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