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행복한 삶 위해 존재”…”온라인 교육 전환만이 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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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좌담회] 언택트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길을 묻다

임학순 교수 “가상공간에서의 교육 등 상황의 다양성 논의해야”
김선아 교수 “대면·비대면 교육엔 차이, 상호 보완하는 설정 필요”
박동필 연구원 “과학기술 발달로 가려진 휴머니즘 되살리는 역할을”
제환정 교수 “기술 전달에 갇혔던 교육, 언러닝·언티칭 본격화해야”

국내 문화예술교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전국 학교는 물론 지역의 문화센터도 문을 닫으면서 특히 대면 교육 위주의 문화예술교육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교육정책과 교육 서비스 시스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좌담회 ‘언택트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길을 묻다’에 참석한 (왼쪽부터)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객원교수, 박동필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 R&D랩 전문연구원, 김선아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임학순 가톨릭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이한솔 C영상미디어 기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5월 25~29일 ‘2020 제9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묻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회는 임학순 가톨릭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가 진행하고 김선아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객원교수, 박동필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 R&D랩 전문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온라인 교육으로의 전환이 주목받고 있지만, 온라인 전환만이 답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예술교육 시스템 변화와 접근 방법의 확장성’ ‘교육 현장과 제도의 한계’ 등의 화두를 던졌다.

교육 현장 대혼란…문화예술교육 통한 창의성과 회복의 가치 이어가야

임학순 가톨릭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임학순 교수(이하 ‘임’)=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올스톱 상태다. 기존 교육이 면대면 기반으로 이뤄졌고, 또 물리적 공간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습자들의 교육 불능 상태는 곧 교육 관계자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김선아 교수(이하 ‘김’)=교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이다 보니까 현장은 혼란스럽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빚어진 혼란이라면 반성을 할 부분도 있을 거다(웃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건 기존 문화예술교육이 예술강사 개인의 역량에 너무 치우쳐 있었다는 점이다. 예술강사를 현장에 보내는 방식으로만 지원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강사가 갈 수 없는 상황이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다.

제환정 교수(이하 ‘제’)=무용 분야는 한 공간에 모이는 것부터 차단되니까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행정 지원이 없으면 자생하기 어렵다. 톱다운 방식으로 지원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교육 횟수·인원, 성과 등이 문화예술교육 행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화예술 쪽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됐던 ‘언러닝(unlearning)’ ‘언티칭(unteaching)’에 대해서 본격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존 예술교육이 아티스트의 기술을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러한 기술이나 지식 전달에 제한되지 않고 학습자들이 예술적 경험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임=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틀에 맞춰 교육하다 보니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제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객원교수

제=예술강사 개인의 능력은 탁월하다. 예측 못 한 상황에서 순발력을 발휘하는 게 예술 아닌가. 현 상황을 돌파할 방법을 예술교육가들이 고민해야 한다.

박동필 전문연구원(이하 ‘박’)=공교육 안에서 이뤄지는 ‘학교 문화예술교육’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역 사회에서 이뤄지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상황은 더 안 좋다. 전혀 제도적 지원도 없고 알아서 해야 한다. 교육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임=사회 전반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너무 피해 상황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다.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다뤄볼 필요도 있다.

박=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흔해졌는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요소들은 잘 모른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뭔가 다 해결해줄 거라는 인식 탓에 인간 소외가 발생한다. 과학기술 발달로 가려질 수 있는 휴머니즘을 문화예술이 다시 살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코로나 확산으로 성차별, 인종차별 등이 보건을 앞세워 이뤄지고 있다. 예술이 처방은 될 수 없지만 적어도 결핍과 갈등을 읽어주고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의 기능은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예술이 통용되도록 체질 개선해야

임=이제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코로나 뉴노멀 시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몇 해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 떠오르면서 예술교육에서도 가상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언택트 시대에 이를 접목한 문화예술교육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박동필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 R&D랩 전문연구원

박=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창의예술교육LAB을 운영하면서 교육과 기술을 접목해봤다. 크게 VR과 AR로 나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VR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VR 기술로 몰입도가 높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매우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대신 AR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현실적이지만, 아이들 마음을 확 끌 만한 감동 포인트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AR은 학생들이 교육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임=이것 역시 물리적 공간과 대면이 필요한 교육 방법 아닌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박=자연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소리와 빛 등을 수집해서 기계로 시각화하는 교육이다. 이를테면 바람 소리를 데이터화해서 LED 조명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학생마다 수집한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서로 다른 빛을 내게 된다. 또 빛을 수집해서 소리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감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교육할 수 있다. 공유 플랫폼만 따로 마련하면 각자 현장으로 나가서 데이터를 수집해와서 변환 작업을 하면 된다.

제=기술은 곧 돈이기 때문에, 상용화될 정도의 기술 보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용 같은 경우에는 언택트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다. 기존에는 예술학교 학생들이 2주에 한 번씩 어린이병원에 직접 가서 작은 공연을 열곤 했는데, 지금은 병원 방문조차 어렵다. 그래서 환아들이 사연을 보내오면 공연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줄 예정이다.

임=온라인으로 소통하면 서로 먼 거리에 있는 교육자와 학습자가 만날 수도 있고, 더 넓은 의미로는 국경도 뛰어넘을 수 있지 않겠나.

제=물론 그런 부분도 있다. 다만 고민은 남는다. 무대 공연을 직접 볼 수 없으니까 영상으로 제공하는 건 저작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인데, 일시적으로 저작권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것이야 가능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예술가의 소멸을 동반하게 된다. 지금 수많은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건 프로 예술가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프로들만 남고 아마추어는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김선아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김=교육 측면에서는 기술 편향의 이상론에 빠져서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보편적 교육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안 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서 미적 경험이 어떻게 이뤄지고 자기 조절 학습이 되는지에 대한 부분도 20~30년 전 컴퓨터 도입 전과 같은 수준이다.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시도도 이뤄져야겠지만, 문화예술교육이 기술 세대만을 위한 게 아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멀어지는 문제도 있다.

임=그렇다면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기존에 장르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보편적 사회 이슈를 다루는 인지적 과정으로서의 관심도 커질 거라고 전망된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가상공간 등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거라고 본다.

박=지금 문화예술교육은 하이테크로 가고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예술과 붙어버리면 그 기술을 이해시키는 데 더 매달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핵심은 ‘문화’와 ‘예술’이다. 또 세대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보단 거부해 버리기도 하는데,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기술 기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대면 교육과 비대면 교육의 가치는 서로 다르다. 대체의 문제라기보다 상호 보완 관계다. 이에 대한 교육의 설정이 필요하다.

제=지금 세대들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은 취향, 개인적 층위, 역량을 떠나서 예술을 일상에 통용되게 하도록 재설정해야 한다. 반드시 콘텐츠화하고 보여주는 형태로 전하는 기존 교육 방식도 깰 필요가 있다.

[정리=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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