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불 지핀 ‘재난 기본소득’ 논의, 도입 필요성엔 의견 모였지만…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의 소득 위기이자 생존 위기입니다. 사람이 버텨야 기업과 경제가 버팁니다.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해 주세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본소득이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올랐다. 논쟁에 불을 지핀 건 지난 1일 이재웅<사진>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에 청원 사실을 알리자 이 내용이 삽시간에 온라인상에 퍼져 나가며 언론 보도로 이어졌고 곧 정치권으로 번졌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튿날인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3일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도 “국민당 평균 50만원 이내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재난 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언급했다.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 공약으로 내세워온 정당인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등도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이 재난 상황에서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몸을 돌볼 권리를 갖기 위해 한시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 재난 기본소득?

재난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는 정당이나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큰 틀에서 정리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게 한시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에 이야기되던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은 자산 수준에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재난 기본소득은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기본소득은 이미 2016년부터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농민에게 연간 60만원을 지급하는 ‘농민수당’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조례 제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목되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에 반대하던 야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하고 관련 논의가 대중에게까지 확대된 점이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이 늘어나면서 ‘사회가 개인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기본소득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의 ‘선별적 복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서민들의 생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보편적이고 긴급한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자금이 확보된 것도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 코로나19 추경안을 의결하는 등 지금까지 총 30조원 규모 지원 대책을 내놨다. 이원재 시대전환 대표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가장 큰 논리가 ‘대규모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대규모 추경으로 이런 장애물이 사라져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안, 재난 기본소득 취지 못 담아”

한편 재난 기본소득에 대한 각 정당의 세부 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국민당 50만원 이내 긴급 생활지원금 지급’ 등을 언급했지만 지급 대상이나 시기, 기간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래통합당도 황교안 대표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발언 이후 추가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전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씩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내건 기본소득당도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는 찬성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난 기본소득을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서 민생당·시대전환 등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 추경이 실제 재난 기본소득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재난 기본소득의 취지를 추경안에 잘 담겠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지만,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경안에서는 재난 기본소득의 취지와 맞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재난 기본소득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에게 포괄적으로 현금성 소득 보전을 제공하자는 정책인데, 정부가 내놓은 안은 대부분 현행 복지제도상 취약 계층으로 구분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민생당 박주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추경안에는 재난 기본소득 취지가 거의 담기지 않았다”며 “추경안이 수정되도록 국회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전환 측은 “추경안에 저소득층 현금 소득 보전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