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코앞… 서울 면적 절반이나 되는 도시공원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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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토지주,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지자체가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계획하고 개발을 제한한 토지가 20년 이상 방치될 경우 토지주에게 돌려주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다고 해도 장기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이 나온 이듬해 제도화됐다. 꼭 20년이 지난 오는 7월 1일부로 일몰 대상이 되는 도시공원은 전국에 1766곳. 면적을 다 합치면 서울시 절반에 달하는 363.6㎢나 된다.

시민단체들은 도시공원의 환경적·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국고를 투입해서라도 일몰 대상 지역을 모두 지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토지주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삽 한번 못 떠보고 재산세만 내온 땅을 이제 돌려 달라”고 외치고 있다. 도시공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토지주의 재산권을 보호할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땅 주인은 한숨만

‘공원부지 무단점용, 토지주는 피멍 든다.’

지난 40여년간 서울 서초구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은 말죽거리근린공원에 최근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나붙었다. 현수막을 내건 주체는 공원 땅을 나눠 가진 토지주들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말죽거리근린공원을 포함한 일몰 대상 도시공원(사유지)의 94.1%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묵은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는 용도 구역의 한 종류다. 건축·용도변경·토지형질변경 등 개발이 금지돼 사실상 도시공원을 그대로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난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막으려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도시공원(사유지)의 5.9%에 해당하는 2.4㎢만 ‘우선보상지역’으로 지정해 올해까지 사들이고, 나머지는 2021년부터 차차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도시공원을 모두 사는 데 16조56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토지보상예산(9944억원)을 매년 편성해도 보상을 완료하는 데 17년이 걸린다. 아직 구체적인 보상 계획도 없다. 서울시의회에서조차 “계획이 없으면 시민이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지자체가 서울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전, 대구, 경기 의정부,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 이뤄졌거나 검토되고 있다.

토지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사적재산권 보호’라는 도시공원 일몰제의 취지를 해친다는 주장이다. 강훈호 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는 “도시공원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토지주들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20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지자체들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늘리고 ‘녹지세’ 신설도 검토해야”

지자체들은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을 고려하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으로 시간을 벌거나, 도로변 등 개발 이익이 높은 토지를 우선 사들여 주변 지역의 개발을 막는 이른바 ‘공공 알박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일몰 대상 토지 매입 비용의 50% 국비 지원 ▲지방채 이자 전액 지원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시 토지주에 대한 세제 감면 허용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공원 조성은 지자체의 사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자체가 도시공원 매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만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 지자체들이 부담할 이자만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올해 국토교통부가 책정한 예산은 221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민간특례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지자체도 나오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도시공원 부지를 사들여 전체의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아파트 건설 등 개발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도 들이지 않고 공원을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면 ‘무늬만 공원’이 양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지원의 제도적 근거 마련’ ‘지자체 차원의 녹지 기금 조성’ 등 도시공원을 지켜낼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지세’ 신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지세는 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른 일종의 공원 사용료를 말한다. 지난 2008년부터 세금을 걷어 도심 녹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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