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2.0] ②승차공유 ‘반반택시’ ‘모두의셔틀’
합승 원하는 승객·택시 이어주는 ‘반반택시’
ICT 기술로 기존 합승 부작용 해결해 호응
출근길 비슷한 사람 매칭하는 ‘모두의셔틀’
이용객 이동 편리, 전세버스업은 수익 창출
‘타다’는 공유경제인가.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주제였다. 규제를 피해 기사와 렌터카를 함께 대여하는 사업 모델을 두고 “비싼 콜택시”라고 비판하는 쪽과 “시민의 선택권을 넓힌 혁신”이라는 주장이 부딪쳤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타다는 공유경제의 전형”이라고 항변했으나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은 “소수 플랫폼에 힘이 쏠리면서 ‘유휴 자원의 공유를 통한 이익 분배’라는 공유경제의 가치와 상충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반반택시’와 소셜벤처 ‘모두의셔틀’은 운수 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이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상생의 길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반택시는 오래전 사라진 ‘택시 합승’을 다시 불러내 승객과 기사가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두의셔틀은 전세버스 사업자와 직장인을 연결한다. 시민에게는 쾌적한 승차 경험을, 전세버스 사업자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다.
택시업계와 경쟁 대신 상생 택한 ‘반반택시’
40여 년 전만 해도 택시 합승은 흔한 풍경이었다. 승객은 다른 승객과 동행하는 대가로 요금을 감면받고 기사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요금 정산 과정에서 승강이가 벌어지기 일쑤였고 기사들의 과도한 호객행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다. 승객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택시 합승은 1982년 법으로 금지됐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나투스는 불법이 돼 버린 택시 합승을 되살려냈다.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자로 선정돼 지난해 8월부터 합승을 원하는 승객과 택시를 잇는 플랫폼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심야시간대(오후 10시~오전 4시)에 종로·강남 등 일부 중심 상권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지만, ICT로 기존 택시 합승의 부작용을 해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2년간 사업할 자격을 얻었다.
사업 모델은 단순하다. 합승을 원하는 승객들이 택시를 호출하면 반경 1㎞ 안에서 노선이 70% 이상 일치하는 경우 매칭이 이뤄진다. 합승은 동성끼리만 가능하고, 앞뒤로 좌석을 미리 지정해 승객 사이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 사건·사고에 대비한 보험 상품에도 가입돼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요금은 승객들이 각자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미터기 요금 총액을 나눠서 낸다. 계산과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과거처럼 요금 문제로 언성을 높일 일이 없다. 택시 기사는 승객들이 추가로 낸 4000~6000원의 호출료를 합승에 따른 ‘인센티브’로 받는다. 승객과 택시 기사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만명의 승객과 6000명의 기사가 반반택시에 가입했는데, 승객은 월평균 1만2093원을, 택시 기사는 월평균 1만7077원의 이익이 났다. 한 달에 최고 37만3000원의 추가 수익을 가져간 택시 기사도 있다.
반반택시는 택시업계 내부에서 혁신을 시도한 첫 번째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택시 면허를 사들이든, 타다처럼 규제를 피해 기사와 렌터카를 대여하든,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은 결국 택시를 경쟁 상대로 봤다. 반반택시는 경쟁 대신 상생을 택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다면 택시를 둘러싼 사회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택시를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뒀다. 실제로 반반택시의 심야시간대 운송 성공률은 55%에 달한다. 승차를 요청한 승객 100명 가운데 55명은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의 심야시간대 평균 운송 성공률이 30%를 밑도는 것의 2배에 가깝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택시업계 바깥에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플랫폼은 많았지만, 택시업계와 함께 뛰려는 플레이어는 없었다”며 “안전장치를 동반한 합승 모델이 ‘승차 거부’ ‘택시 업계의 저임금’ ‘승객의 요금 부담’ 등 문제를 해결할 설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승 지옥’도 승차 공유로 해결
반반택시가 승차 경험 개선보다 승객과 기사의 이익 공유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면, 소셜벤처 ‘모두의셔틀’은 특정 집단의 승차 경험을 개선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모두의셔틀의 주요 소비자는 ‘직장인’이다. 쾌적하게 출근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웃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3~4차례 갈아타는 ‘환승 지옥’에 빠졌거나, 옴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꽉 들어찬 ‘만원철’에 매일 오르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출근 버스’를 운영한다. 주거지와 일터의 위치가 비슷한 직장인들을 플랫폼을 통해 모은 다음 전세버스 업체와 연결해 환승 없이 한 번에, 앉아서 출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가령 위례신도시에 살면서 여의도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8호선 산성역으로 이동해 다시 9호선 급행열차로 갈아타야 하지만, 모두의셔틀을 이용하면 집앞에서 버스를 타서 직장 앞에서 내릴 수 있다. 이동 시간은 모두 1시간 내외로 비슷하다. 다만 요금에는 차이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달에 4만5000원꼴인데, 모두의셔틀은 약 9만원을 받는다. 30㎞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0만원이 들지만, ‘삶의 질’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다. 2018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이용자가 4만명에 육박했다. 운행 경로만 2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9호선 지옥철에서 드디어 탈출했다’ ‘경기도민도 이제 앉아서 출근한다’ 등 모두의셔틀에 대한 만족감을 담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의셔틀과 계약한 전세버스 사업자들의 호응도 높다. 오전 출근시간에 1~2시간만 투자해 한 달에 100만~2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오후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장지환 모두의셔틀 대표는 “국민의 이동 편익을 높이는 것이 승차 공유의 기본이지만, 환경과 플랫폼 참여자들의 이익 공유도 신경 써야 한다”며 “모두의셔틀은 작게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크게는 유휴 자원의 활용을 높여 전체 차량의 운행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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