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사회혁신발언대] ‘세상에 좋은 일’로 돈을 벌어라

임창규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전무이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전 세계 CEO들에게 보낸 새해 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환경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향후 회사 운용의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석탄제조업과 같이 환경 지속가능성을 해칠 위험이 큰 투자처로부터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운용 총자산 7조달러(약 8120조원)에 달하는 블랙록의 수장이 지속가능성 화두를 꺼낸 건 3년 전이며, 최근 들어 점점 그 논조가 강해지고 있다. 물론 블랙록의 이 같은 행보가 오로지 래리 핑크 개인의 신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바라는 블랙록 투자자들의 압박을 그 이유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기업들은 ESG로 불리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기업 경영 전략의 DNA로 삼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건 상장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와 비상장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임팩트투자’다. 만약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살상용 무기를 만들고, 인체에 해로운 담배를 생산하고, 도박 카지노업을 영위한다면 우리는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셈이다. 이런 기업들을 회피하는 것을 ‘소극적 사회책임투자’라 부르고, 회피를 넘어 사회환경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망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투자하는 것을 ‘적극적 사회책임투자’라 부른다. 임팩트투자는 특정 사회환경적 문제를 시장에 기반한 혁신으로 해결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책임투자와 임팩트투자 모두 재무적 투자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환경적 가치와 재무적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임팩트는 창출된 사회환경적 가치 즉, 사회 또는 사회 구성원이 얻는 유익(Benefit)을 말한다. 어떤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수록 사회구성원과 사회가 얻는 유익이 커진다면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유익 즉, 임팩트는 상쇄 관계(Trade-off)가 아니라 상승 관계(Trade-up)에 있게 된다. 두 마리 토끼가 한꺼번에 잡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장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음식 배달 서비스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배달된 음식의 가격 대비 질이 우수하면 소비자의 유익은 플러스이지만 과대 포장으로 쓰레기가 늘어나면 사회가 얻는 유익은 마이너스다. 배달된 음식의 질마저 건강에 좋지 않다면 이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유익은 크게 마이너스가 된다. 망하는 건 시간문제란 얘기다. 하지만 조리 방법의 혁신과 최소 포장법의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가 있다면 성공도 시간문제다.

래리 핑크의 이번 편지는 기업하는 방식과 투자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는 엄중한 선포다. 한국도 이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 다른 모든 트렌드에는 발 빠른 한국 사회가 유독 임팩트투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진 것은 바로 임팩트투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이다.

사회적 유익을 위해 재무적 수익을 희생하는 임팩트투자 모델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부르고, 재무적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모델은 ‘임팩트 워싱(washing)’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좋은 성과를 내는 임팩트투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임팩트투자는 사회주의적 논리가 아니냐 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재무적 수익을 강조하는 게 맞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무너진 지구에는 진보도 보수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임창규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전무이사(‘임팩트 투자, 투자의 미래’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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