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희의 NPO 이노베이션] 미국 부자들, 재단 대신 LLC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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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기부하고 있다. 전통적 방식인 재단 설립 대신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라는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부의 사회환원을 통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페이스북 지분의 99%(약 450억 달러)를 평생에 걸쳐 기부하겠다고 밝힌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와 이베이 공동 설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르 등이 LLC를 선택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전통적 방식인 재단 대신 LLC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으로 LLC는 조합원들이 출자한 자본으로 운영되는 ‘조합’에 가깝고 동시에 본인이 출자한 지분만큼만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런 LLC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익재단과는 다르게 세법상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한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고액자산가들이 LLC를 택하는 이유는 장점을 갖기 때문이다. 예로 LLC는 일반 재단들과는 다르게 투자영역에 대한 자율성을 갖는다. 동시에 유한회사의 운영에 대한 일반적인 사적 권리 및 통제권을 갖는다. 미국의 경우, 재단은 의결권이 있는 타 기업 주식을 20% 이상 보유할 수 없고, 매년 순 투자자산 총액 중 5%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의무적으로 지출(5% payout rule)해야만 하고, 이를 어기면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한다. 즉 재단은 세제상 혜택을 받는 것만큼 투자, 지출, 운영 면에서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LLC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예로,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의 구분 없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심지어는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위해 재원을 지출하는 것에서도 자유롭다. 아프리카 출신 IT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 저커버그와 개도국의 빈곤계층을 돕기 위해 영리 소액금융기관에 투자한 오미디아르 등의 사례는 LLC 접근방식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좀 더 자유롭게 부를 환원하는 데 사용되는 LLC 방식에 대해선 비판도 많다. LLC는 정보공개의무가 없고 LLC 회사의 특성을 활용하여 상속세 없이 지배권을 가족에게 넘길 수 있어 편법적 증여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액자산가들의 사회에의 환원 활동은 엘리트주의적 속성을 지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LLC는 이러한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된다. LLC 설립자 개인의 가치관 및 선호에 따라 사회적 의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엘리트주의적 성향이 강한 자선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외부의 감시와 견제 및 정치활동에의 참여에서 자유로운 LLC는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 LLC 방식의 자선이 선택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도 LLC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이다. 우선, LLC를 선택하는 것은 자선 활동에서 높은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은 부의 환원 과정에서 사회적 규제와 견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원천적 동기(native motivation)를 갖는데, LLC가 바로 이런 동기의 촉발제가 되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LLC가 새로운 자선 방식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부유층의 편법증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 정부에 의한 규제 및 견제에 대한 대중적 선호 등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LLC가 촉발시킨 여러 가지 논의는 부유층의 자선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LLC와 같은 새로운 자선 방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촉발되고 제고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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