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고산 지역서도 끊기지 않는 통신…첨단 기술로 조난자 신속 구조

네팔 안나푸르나 ‘ICT 산악구조센터’ 오픈
산악인 위치 추적·드론 물품 수송 등 서비스
원활한 통신 위해 장거리 무선 중계기 설치
오지 마을 보건소에 의료 ICT 설루션 제공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네팔 안나푸르나 지역에 개소한 ‘ICT 산악구조센터’에서 KT 관계자가 구조용 드론을 활용한 안전 설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KT

안나푸르나는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등정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위험한 산으로 꼽힌다. 프로 산악인은 물론 트레킹 관광객도 조난당하면 생사를 넘나들게 된다. 안나푸르나 방문객은 연간 10만명이 넘고,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만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네팔 정부 차원의 긴급 구조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부상자 이송과 치료에 어려움이 크다. 산타 비르 라마 네팔등산협회장은 “고산 지역의 조난자 구조는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라며 “헬기로 조난자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팀이 이동하는 종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KT는 안나푸르나 지역에 세계 산악인의 안전을 책임질 ‘ICT(정보통신기술) 산악구조센터’를 열고 산악인의 위치 추적, 드론을 활용한 물품 수송 등 산악 안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산악구조센터를 마련한 곳은 네팔 중부 안나푸르나(8091m) 중턱인 해발 3700m 지점이다. 이처럼 고도가 높은 지역에 통신 장비를 갖춘 산악구조센터가 들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안나푸르나에서는 통신 신호가 미약해 등산객이 조난을 당해도 구조센터와 연락이 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산악구조센터의 장거리 무선 중계기를 이용하면 등산객과 구조대원 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 라마 네팔등산협회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조난 지역에서 병원까지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게 됐다”며 “고산 지역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장소 섭외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모든 땅이 국유지로 묶여 있어 네팔 정부에서 토지 사용 승인을 받기도 어려웠다. KT는 해발 3700m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산장을 찾아내고 건물 매입을 위한 긴 설득에 들어갔다. 산장 주인은 낯선 이방인을 밀어냈지만, 오래 공들인 끝에 산장 매각 결정을 받아냈다. 산장 주인이던 떼즈 구룽은 “네팔을 찾는 전 세계인의 안전을 지키려는 프로젝트에 작은 부분이나마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네팔의 오지 마을에 의료 분야 ICT 설루션도 제공하는 사회공헌 사업도 진행 중이다. 네팔의 평균 수명은 약 47세로, 영아 사망률과 성인병 발병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의료 시설이 부족한 데다 대부분 산악 지형이라 병원 가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네팔에는 체계적 건강검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어떤 질환이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KT는 네팔 간다키주에 있는 마낭과 묵띠나뜨 마을을 찾아 보건소 의사들에게 디지털 건강관리 설루션을 제공하고 사용법을 교육했다. 이를테면 휴대용 모바일 의료 키트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네팔의 여름철 대표 질병인 뎅기열을 비롯해 당뇨 등 약 15가지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또 모바일 초음파 기기로 먼 거리 이동이 힘든 임신부, 노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의료진이 직접 마을을 방문해 정기 검진을 할 수 있다. 의료 기록은 지역의 보건소와 병원에서 공유하고 원격진료를 할 수도 있다. 람 찬드라 오자 묵띠나뜨 보건소장은 “지난해 시내 병원 병실이 부족할 정도로 뎅기열이 유행했는데, 휴대 기기로 간단하게 질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KT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글로벌 기가스토리’의 하나로 이뤄졌다. 기가스토리는 ICT로 도서, 산간 지역 주민의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7년에는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섬에 ICT 지원을 하면서 화상 회의 설루션 등을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 ICT 기반 진료를 통한 의료 공급 확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경제 활성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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