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멈춰주세요”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드위 사웅 팀장(오른쪽)과 메이키 웸리 서부 자바 지부장. ⓒ그린피스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가 인도네시아 환경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운영사인 현대건설은 군수에게 뇌물을 증여한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에 한국 정부의 공적자금이 계속 들어가고 있으니, 한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멈춰 주십시오.”

지난 7일 열린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장에 두 명의 인도네시아 시민단체 활동가가 참고인으로 등장했다. 환경단체인왈히(Walhi)’ 소속 드위 사웅(38) 에너지팀장과 메이키 웸리(46) 서부 자바 지부장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현대건설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주 찌레본 지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에게 5억3000억원 가량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내용이다. 두 활동가는 “석탄화력발전소는 2012년부터 두산중공업(1호기), 현대건설(2호기) 등 한국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며 “환경 오염이 심각해 주민 반대가 거센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수억원대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이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증언했다. 국정감사 출석 이튿날인 8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질문에는 주로 사웅 팀장이 답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지역 환경과 공동체 망가져

국감에서는 어떤 증언을 했나.
“지난 2017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건립을 위해 현대건설이 지역 군수였던 순자야 뿌르와디 사스트라에게 지역 주민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잠재워달라며 65억루피아( 5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환경 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가 혐의를 포착한 사안이다. 환경이나 공동체 파괴도 매우 심각한데 시간이 없어 구체적인 진술을 못했다.”

-KPK는 어떻게 뇌물 공여 사실을 알아냈나.
“KPK는 인도네시아의 각 정부 부처나 기업들의 부정부패 혐의를 수사하는 정부 기관으로, 재판을 하고 형을 확정할 정도의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주민들을 비롯한 환경 단체들이 여러 증거 자료를 모아서 수사에 협조했다.”

한국까지 와서 증언한 이유는?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는 2012 1호기 건립을 시작한 이후 줄곧 지역사회에 문제를 일으켜 왔다. 그런데 2017년부터 2호기 건립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주민 반대가 심하다. 이 사실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한국 정부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에 어떤 피해를 입혔나.
“찌레본은 작은 어촌 마을인데 발전소에서 뜨겁고 더러운 물이 흘러나와 인근 바다에서 더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던 사람들이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셈이다. 공기가 나빠지면서 폐 질환자도 늘었고,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순자야처럼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주민들 사이에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건 민간 기업이다.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호소하는 이유가 뭔가.
“찌레본 석탄발전소 사업 자금 대부분이 수출입은행 등 공적투자자금이다. 정부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을 금지하거나, 자금 투입을 금지하면 이 사업을 멈출 수 있다.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건립에도 수출입은행 6200억원을 투자했고, 한국중부발전이 500억원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반대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 신변 위협 받아

-석탄화력발전소 뇌물 수수 관련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인도네시아 KPK가 현대건설이 자문 계약을 맺은 회사에 보낸 돈이 현금으로 인출돼 순자야에게 최종 지급됐다는 것을 지난해 10월 확인했다.  현대건설이 계약한 회사는 당시 군수였던 순자야가 지정한 곳으로, 사실상 자문과 전혀 관련 없는 대관 업무를 하던 회사다. 또 이 회사의 실소유주는 순자야의 부하직원인 리타 수사나의 가족이며, 리타의 남편은 찌레본 면장이자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관련 비리 혐의로 KPK 조사를 받고 있다. 순자야는 지난 4월 매관매직으로 7년형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뇌물 수수 관련해서는 최종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미 순자야가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민원 중재 관련 자문 비용으로 돈을 지급하긴 했으나 그 돈이 뇌물로 쓰일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사업이다. 또 발전소 관련 비리에 현지 관료들이 연루돼 있어 시민단체나 환경단체 등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 두 활동가가 한국행을 준비하던 지난 3, 같은 단체 소속 활동가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웅 팀장과 메이키 지부장은 “외신들도 이번 사망 사건을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반대하면 당신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가 사망했다. 한국에 와서 목소리를 낸 일이 알려지면 본인들도 위험해질텐데.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우리 지역의 환경이 영영 파괴되고 공동체가 깨지는 것이다.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의 경우 허가를 받기도 전에 땅을 갈아 놨다. 허가가 나올 걸 알았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시위도 여러 번 일으켰고,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사이 좋던 마을 사람들이 갈라지는 걸 보는 게 가장 힘들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를 멈추면, 다른 나라나 기업이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 기업이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찌레본에, 나아가서는 지구 어디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말라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오염된 바닷물과 공기는 결국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피해는 인도네시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이 빠져나가고 다른 나라가 찌레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한다고 해도 다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한국 정부 태도가 바뀔 거라고 믿나.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이 다른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는데 쓰이고 있고, 비리에도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나. 그러면 결국 한국 정부도 태도를 바꿀 것이라 생각한다.”

 

사웅 팀장과 메이키 지부장은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비리를 계속해서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가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했지만석탄발전소 건설이 정부 사업인 만큼 수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등 국내 환경단체도 이들과 협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정부 기조와도 충돌한다며 “정부가 금융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왈히와 협력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