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수익 아닌 ‘건물 보존’ 위한 부동산 투자 실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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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팩트 투자사 ‘공공그라운드’ 배수현 대표 인터뷰

공공그라운드는 2017년 8월 서울 대학로의 ‘샘터’ 사옥을 사들여 사회 혁신 실험 공간 ‘공공일호’로 탈바꿈시켰다. 배수현 대표는 “가치 있는 건물을 보존하고, 이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공공그라운드의 미션”이라고 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설립 두돌을 갓 넘긴 공공그라운드는 ‘부동산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는 소셜벤처다. 역사·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사들여 이를 사회 혁신의 실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이들의 미션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공공일호’에서 만난 배수현(35) 공공그라운드 대표는 “부동산 임팩트 투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낯선 모델”이라고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는 ‘투기’에 가깝게 이뤄지고 있어요. 건물을 사서 땅값이 뛰길 기다렸다가 비싸게 팔거나, 임대료를 높여서 최대한 수익을 내는 식이죠. 공공그라운드는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방식을 실험 중입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대학로 명물 샘터사옥 사들여 소셜벤처 실험장 조성

공공그라운드 이야기는 공공일호에서 시작된다. 공공일호는 대학로의 ‘샘터’ 사옥을 사들여 조성한 공간이다. “2017년 부동산 시장에 샘터 사옥이 매물로 나왔어요. 샘터 사옥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작품인데다, 40년 세월을 거치며 대학로의 상징이 된 유서깊은 건물이어서 당시 시장에서도 화제가 됐어요.”

몇몇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지만 건물이 워낙 고가(高價)라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샘터 사옥으로 임대 수익을 내려면 증축하거나 아예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자칫하면 건물이 원형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때 제현주 전(前) 대표가 공공그라운드 법인을 세우고 투자자를 모아 300억원을 마련해 샘터 사옥을 사들였어요.  당시 저는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의 유통·소비재 기업 컨설팅 팀장으로 있었는데, 제현주 대표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공공그라운드에 합류했어요. “

배 대표는 2018년 1월 공공그라운드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샘터 사옥은 꼭 필요한 개보수 공사만 거친 뒤 2018 2월 공공일호 간판을 달고 다시 문을 열었다. 1·2층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이 들어와 있지만, 나머지 공간인 지하 1·2층과 3~5층은 소극장, 대관공간, 교육·미디어 분야 소셜벤처들의 공유 오피스 등으로 조성됐다. 배 대표는 “사회 혁신 조직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그라운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의 명물 ‘샘터’ 사옥의 예전 모습(왼쪽)과 2018년 초 새롭게 문을 연 ‘공공일호’ 모습. 외관은 거의 변한 게 없다. ⓒ공공그라운드

 

투자자 모으는 게 관건日 손태장 회장으로부터 150만달러 투자 유치

공공일호에 이어 공공이호, 공공삼호를 여는 게 공공그라운드의 목표지만 투자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익률은 보통 8~10% 수준입니다. 공공그라운드는 수익률을 그보다 낮은 2~3%대에 맞추고 있어요. 저희의 투자 목적은 수익이 아니라 건물의 보존이니까요.”

공공그라운드의 최대 과제는 이들의 취지에 공감해 낮은 수익률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다. 주로 재단, 학교 발전기금 운용부서 등 안정자산을 보유한 주체들이 설득 대상이다. “대부분 재단 출연자금이나 학교 발전기금은 은행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공공그라운드에 투자하면 은행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의 이율을 보장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손실 위험도 낮고요.” 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며 망설인다”고 했다.

지난 7월 일본의 벤처 투자사 미슬토로부터 150만달러( 18억원) 투자를 받은 일은 공공그라운드에게 투자 유치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성과다. 미슬토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이자 벤처기업가인 손태장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회사로,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이 큰 곳보다는 사회 혁신을 위한 실험을 하는 조직에 주로 투자해왔다. 배 대표는 손태장 회장 자신도 오래된 건축물과 공간을 유지하는 일에 관심이 있던 터라 공공그라운드의 부동산 실험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들었다공공그라운드의 부동산 임팩트 투자 모델의 가치를 지지하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슬토는 자회사 비비타가 운영하는 창의 교육·놀이 공간 비비스톱을 국내에 조성하는 작업도 공공그라운드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그라운드는 도시와 공간을 주제로 한 강연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고 있다. 음악·문학·영화 속 서울의 풍경을 살펴보며 사람들과 공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함께 되새기기 위해서다. 공간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뿐 아니라 사고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고유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이용자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죠. 지켜야 할 건물들이 참 많아요. 이런 건물들을 보존하고 여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함께할 파트너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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