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종단하며 모금가 자처…3년째 ‘종단 기부 프로젝트’ 벌인 김채울씨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채울씨. 그는 직장 출퇴근시 타고 다니는 스쿠터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문일요 기자

김채울(26)씨는 극지 탐험가이면서 모금가 역할을 자처한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극지 종단에 도전하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햇수로 3년째. 지금까지 ‘종단 기부 프로젝트’의 누적 모금액은 1500만원에 이른다. 이 돈은 고스란히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됐다. 지난 5일 만난 김씨는 자신이 걷고 또 걷는 이유를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

대륙 종단하며 기부 프로젝트 벌여…3년째 1500만원 모금

올해 종단 코스는 아일랜드 중부에서 남부로 향하는 200km의 긴 여정. 김채울씨는 지난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거대한 빙하 위를 지나고 화산 지대를 넘었다. 가끔 통신이 연결되면 현장의 사진을 개인블로그와 SNS에 올려 모금을 독려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이번 종단 기부에 참여한 65명의 기부금 317만원을 푸르메재단에 전달했다”며 웃었다.

김씨의 기부 프로젝트는 지난 2017년 나미비아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하루 10시간씩 총 250km의 거리를 달려야 하는 극한의 코스다. 맨몸으로 움직이기도 어려운 사막 코스를 식량과 장비를 메고 달려야 한다.

“당시만 해도 초보티를 벗지 못했어요.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렇게 큰 대회에 나서는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또 무릎 수술한 지 1년 밖에 안된 때라서 컨디션도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다소 무리한 도전같았던 극지 마라톤에 도전한 이유는 단 하나. 희귀난치병을 앓는 은총이라는 아이 때문이다. 김씨는 “우연히 참여한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 대회’에서 은총이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은 은총이를 밀고 끌면서 수영·사이클·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을 보고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며 “극한의 도전에 나서는 모습이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투병 생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왼쪽 아래부터 반시계방향으로) 2017년 사하라 사막마라톤대회, 2018년 아타카마 사막마라톤 대회, 2019년 아이슬란드 종단. ⓒ김채울

물론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으로 몸을 다져야 하고, 사막마라톤의 경우 600만원이 넘는 참가 비용은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은총이 덕분에 운동과 기부의 즐거움을 알게됐어요. 어떻게 보면 은총이는 제 인생을 바꾼 은인이라고 할 수 있죠.”

종단 기부 프로젝트의 첫 해인 2017년에는 704만원이 기부됐다. 이듬해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으로 모은 440만원, 올해 아이슬란드 종단으로 모금한 317만원을 합하면 무려 1500만원에 이른다.

내년엔 ‘美 서부 종단’ 목표…”환경이나 국제구호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

김채울씨는 낮에는 직장인으로 저녁에는 대학생으로 생활하는 이른바 ‘직대딩’이다. 그러다보니 하루가 빠듯하다. 그는 외고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내신 성적이 좋았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알게 되면서 인생의 궤적이 바뀌었다. 하루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었던 그는 이후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해 열아홉 나이에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입사했다. 입사 4년차인 2016년에는 한양대 산업융합학부로 진학했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년봉사단체 ‘팀 시나브로’를 조직해 이끌고 있다. 대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된 이들은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소아환자용 마스크를 제작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워킹대디를 응원하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기도 했다.

내년에는 미국 서부 지역을 종단하기로 결정했다. 네 번째 프로젝트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라고 불리는 미 서부 종단 코스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4200km에 이르는 도보 코스다. 완주하는데만 보통 5~6개월 정도 걸리는 극한의 도전으로 불린다. 그는 “내년에는 PCT에 도전하면서 1km당 1만원 모금을 목표로 총 4200만원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이나 국제구호 분야에서 활동가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40대가 되면 해외 개발도상국으로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그때쯤엔 ‘타인을 위한 삶’을 제대로 한번 실천해보려고요.”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