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日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 “하루 세끼 건강한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지난 10일 여수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피스&그린보트’ 여객선 위에서 만난 日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 그는 이번 피스&그린보트에서 일본의 종자법 폐지 문제와 먹거리 안전 문제에 대해 강의했다. ⓒ한승희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빅이슈일본판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생 레시피란 코너가 연재된다. 빅이슈 독자들이 고민거리를 편집부에 보내면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인들이 상담사로 나서 다사다난했던 인생 경험에서 끌어올린 조언을 건넨다. 노숙자들의 조언마다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레시피가 곁들여진다.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64)가 개발한 레시피들이다. 방 정리가 너무 어렵다는 25세 직장인 독자에게는 토마토주스로 풍미를 돋우는 15분 초간단 카레레시피를,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버린 30대 여성에게는불에 올려놓고 뭉근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닭고기 감자 수프레시피를 제안하는 식이다. 에다모토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고른다요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부엌 문턱을 낮추는 것 또한 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음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를 지난 10일 여수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피스&그린보트여객선 위에서 만났다. 피스&그린보트는 환경재단과 일본의 비영리단체 피스보트가 공동 운영하는 한일 교류를 위한 크루즈 프로그램이다. 에다모토는 이번 피스&그린보트에서 먹거리 안전 문제에 대해 강의했다.

 

◇ 요리로 더 따뜻한 세상 만들어가는 요리연구가

에다모토는 젊은 시절 작은 극단의 배우로 일했다. 극단 식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됐다. 그의 30여년 요리 인생은 요리와 음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여정이다. 빅이슈재팬과의 인연도 노숙자 자립을 돕는 빅이슈를 위해 나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빅이슈가 창간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빅이슈로부터슬로우푸드특집 기사 취재 요청을 받았어요. 노숙자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것, 무엇보다 시혜적 방식이 아니라 노숙자들을 잡지 판매를 담당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든 돕고 싶다고 편집부에 이야기하니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레시피코너 연재를 제안받았어요. 그렇게 맡게 된 코너를 십년 넘게 이어오고 있네요.” 빅이슈재팬과 필진으로 인연을 맺은 에다모토는 현재 노숙자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빅이슈재팬기금의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앞치마를 둘렀다. “엄청난 피해 소식들을 들으며 크게 동요됐어요. 절전과 모금 빼고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무작정 찬장을 뒤졌죠. 그랬더니 밀가루, 설탕, 버터 등이 손에 잡혔어요. 쿠키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었죠.” 쿠키를 구워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선물하는니코마루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쿠키 모양을 만들기 쉽게 디자인했습니다. 손으로 둥글게 빚은 반죽을 납작하게 누른 후 꼬챙이로 눈구멍을 두 개 퐁퐁 내고 숟가락으로 웃는 입을 살짝 찍으면 끝. 참 쉽죠?” (웃음)

에다모토 나호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해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해 시작한 ‘니코마루 프로젝트’의 ‘니코마루 쿠키’. ⓒ팀 무카고

피해지역 복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무렵부터는 피해 주민들이 직접 니코마루 쿠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쓰나미로 큰 피해를 당한 이와테 현 이쿠젠타카다 마을의 어느 사찰에서 흔쾌히 부지를 내줘서, 그곳에 쿠키를 만들 수 있는 부엌을 설치한 컨테이너 집을 지었어요. 피해지역 주민들이 쿠키를 빚고 구우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죠.”

지진 피해 주민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니코마루 프로젝트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변모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니코마루 프로젝트는 일단락됐어요. 지금은 후쿠시마현 아이즈미사토 마을의 장애인 복지관에서 니코마루 쿠키를 굽고 있죠. 처음부터 누구나 만들기 쉽도록 쿠키 레시피를 고안했기 때문에 장애인 자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니코마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 또한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가장 이상적인 세상은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삼시세끼 먹는 우리, 세상 바꿀 기회도 하루 세 번인 셈

지난 12일 피스&그린보트에서 에다모토 나호미가 일본 종자법 폐지 문제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에다모토는 건강한 식생활과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는 일본의 주요 농작물 종자법(이하종자법’) 폐지 문제. 종자법은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에 극심한 식량난이 닥치자 쌀, , 보리 등 주요 식량의 종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 품질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2017 4월 아베 정부는 충분한 심의 과정 없이 국회에서 종자법 폐지안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4 종자법이 폐지됐다. 에다모토는 종자법이 폐지되면서 몬산토 등 글로벌 종자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다시 말해 일본 토종 종자시장이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이 일본으로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이미 일본은 GMO 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허용하는 국가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일본 국민은 많지 않죠.” GMO 이야기가 나오자 나긋나긋하던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GMO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연구를 진행한 기관이 바로 GMO를 생산·유통하는 글로벌기업들입니다. 게다가 조금만 찾아보면 GMO로 심각한 질병을 얻게 된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 사례들이 쏟아져나와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종자법을 폐지했으니, 일본 국민의 식탁은 GMO의 위협으로부터 완전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 거죠.”

에다모토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물려주는 것이 현 세대의 임무이자 최대 과제”라며 “미래 세대에게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땅, 청정한 바다를 물려주려면 조금 비싸고불편하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하루 세끼 밥을 먹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하루 세 번 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다는 것이죠. 대기업에서 만든 조미료와 색소를 넣은 간장 대신 유기농 콩을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켜 만든 간장을 고르고, 기왕이면 직접 고른 건강한 음식재료로 손수 요리해서 밥상을 차리는 겁니다. 모두가 먹는다는 일상 행위 안에서 이렇게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점차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고 믿어요.”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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