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동물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 찾아… 더 ‘비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죠”

‘아무튼, 비건’ 책 펴낸 김한민 작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독립 서점에서 만난 김한민씨. 그는 사람들에게 비건 문화를 알리기 위해 책 ‘아무튼, 비건’을 펴냈다. ⓒ한승희

라쿤 털이 달린 구스다운 패딩 점퍼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치맥 파티가 장례식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에서 얻은 것은 먹지도, 입지도, 바르지도 않는비건(Vegan)’이다. 비건들은 고기는 물론 해산물·유제품·달걀도 금하는 완전 채식을 고수한다. 가죽·모피·양모 등 동물성 섬유로 만든 의류, 동물 실험을 거치거나 동물에서 채취한 성분이 첨가된 화장품은 사지 않는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비건의 일상은 고난의 연속이다.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면 채식 메뉴를 찾아 헤매고, 옷 한 벌 살 때도 소재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작가 겸 번역가 김한민(40)씨가 최근 펴낸 책아무튼, 비건에는 이들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김씨는비건으로 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면서비건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건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돼지 생매장 작업을 했던 어느 공무원의 글을 읽고 나서다. “살기 위해 땅을 파고 밖으로 나오려는 돼지를 다시 삽으로 내리쳐 묻었던 잔혹한 현장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돼지고기를 입에 댈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와 착취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비건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건강도 좋아졌다. 신선한 채소 중심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군살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자잘한 병치레도 없어졌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무엇보다 편해진 건 마음이죠. 동물과 지구를 위해 무언가 실천하고 있다는 보람, 추구하는 가치와 일상이 일치되면서 오는 평온함으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비건이 되기로 한 게 제 인생 최고의 결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한민 씨가 직접 그린 ‘아무튼, 비건’ 책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김한민/위고출판사

그는 비건이 된다는 건 여태까지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며동물에 대한 동정심이나 죄의식만으로는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의 의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의지를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한꺼번에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겠다는 목표를 갖는 게 더 좋아요. 엄밀히 따지면 ‘100% 비건은 불가능해요. 생산 과정에서 동물 착취가 전혀 없는 제품을 찾기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죠. 최대한 동물과 지구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는 누구나 비건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채식이 어렵다면 집에서라도 채식하는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가죽 신발을 낡을 때까지 신는 것, 물건을 살 때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비건적인 삶이다.

“비건들 중에주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해 외롭고 힘들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요. 비건을 다룬 책, 기사,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비건을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조금 더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못 먹는 것, 못 입는 것, 못 쓰는 것투성이인 하루하루가 버겁더라도 하나의 작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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