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국내 10대 그룹, 2019년 사회공헌 전망은?

내년에도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협업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사회공헌 활동 규모가 한 해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이 지난해 사회공헌으로 지출한 금액은 2조7243억원에 이른다. 기업별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평균 나이는 9.4세. 기업 사회공헌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1월은 기업들이 내년도 사회공헌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어느 정도 확정하는 시기다. 더나은미래는 2019년 기업들의 사회공헌 트렌드를 짚어보기 위해 국내 매출 상위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내년 계획을 묻는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집단을 기준으로 상위 10곳(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신세계, KT)을 선정했다. SK가 응답을 거부해 11위인 KT를 포함시켰다.

◇10대 그룹, ‘취약 계층·아동 청소년’에 집중… 예산은 전년 수준 유지

내년에도 10대 그룹은 ‘취약 계층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각 그룹을 대상으로 내년에 주력할 사회공헌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그룹이 ‘취약 계층 지원’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교육·학교·학술’ ‘문화·예술·체육’ ‘환경’ 순이었다. 취약 계층 지원은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집중해온 사회공헌 분야다. 최근 전경련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141개사)의 사회공헌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31.3%)을 차지한 분야가 취약 계층 지원이었다. 한편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동·청소년”사회 일반’ ‘환경’ 순으로 답했다.

10대 그룹의 내년도 사회공헌 예산 추이는 어떻게 될까. 포스코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예산 확대’를 선언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사회공헌 담당 조직 개편과 함께 사업 전반을 완전히 바꿀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나 홀로 ‘예산 축소’ 입장을 밝혔다. 예산 비공개를 요청한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응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모 그룹 관계자는 “주력하는 사회공헌 사업에 큰 변화가 없어 예년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사회공헌 예산은 경영 실적 등 외부 요인 때문에 크게 줄이거나 늘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파트너로 ‘소셜벤처’ 선호하는 기업 늘어

기업의 사회공헌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통적 파트너인 비영리단체가 아닌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 ‘러브콜’을 보내는 그룹들이 눈에 띄었다. 한화, 신세계, KT그룹은 향후 사회공헌 희망 파트너로 ‘사회적기업 및 소셜벤처’를 선택했다. KT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해온 사업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투입해야 하는 신사업을 추진 중인데, 적임자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주요 사회공헌 키워드로 ‘동반 성장’을 꼽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 중심의 기업 성격에 맞춰 사회공헌 분야에서도 중소 상공인과의 동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통 시장 내에서 시장 주력 상품과 겹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상생 스토어’의 경우 입점 유치를 위한 문의가 몰려들 정도로 현장 반응이 좋아 내년에 더욱 힘을 실을 예정”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청년 창업·취업’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창업·취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은 만큼 스타트업 창업·취업을 위한 CSR 브랜드 ‘드림플러스’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관련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KT그룹은 정보 소외 지역에 통신망을 설치하는 ‘기가스토리’ 모델을 캄보디아·보라카이 등으로 확장해 정보통신기술(ICT)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계획이다. KT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 황창규 회장이 유엔에 제안했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업화 단계는 아니지만 ‘생명 존중’ ‘환경 보전’ 등 새로운 주제들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미래 기술이나 비즈니스와 연계해 기업의 핵심 역량에 맞닿은 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그룹사의 고민도 남아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그룹 차원의 ‘통합적 지속 가능 경영 전략’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응답했다. 모 그룹 담당자는 “지난 십여 년간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고민”이라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활동을 하나로 통합해 힘을 실어주는 게 내년도 과제”라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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