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인클루전 플러스’ 대회 우승팀
소셜벤처 ‘부엉이들’ 한승우 대표 인터뷰
국내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 정도다. 퀵서비스 등 다른 배달 분야까지 합하면 실제 배달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35만명인 배달업 종사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이유다.
소셜벤처 ‘부엉이들’은 커가는 시장에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했다. 한승우(33) 부엉이들 대표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배달 시장 또한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배달원들을 제대로 보호해줄 보험, 합리적인 가격의 오토바이 리스, 정비 서비스가 별로 없었다”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비즈니스적 가치는 물론 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엉이들은 지난달 24일 열린 ‘인클루전 플러스’ 결승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이 주최하는 인클루전 플러스는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보유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발하는 대회다. 지난 4월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해 최종 20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고, 이날 결승에서 최종 1~5위가 가려졌다. 한승우 부엉이들 대표를 서울 강남구 메트라이프생명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대회 준비하며 사업 모델 구체화
부엉이들은 오토바이 배달원들에게 싸고 질 좋은 오토바이 리스, 보험, 정비 및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한승우 부엉이들 대표는 기업 컨설팅 및 교육 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4월 소셜벤처 부엉이들의 ‘사장님’이 됐다. 기존 회사의 신사업개발팀에서 시작했던 부엉이들의 지분 전체를 인수해 독립한 것이다. 얼마 전엔 직원 두명과 함께 일할 사무실도 꾸렸다.
“소셜벤처 창업을 하고 싶어서 아예 독립했어요. 케이스와 시장을 조사하면서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내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거든요.”
인클루전 플러스 대회는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부엉이들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창업을 위한 종자돈 마련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체계화된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을 통해 만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대회에 참여했다”면서 “실제 6주간의 대회 참여 기간 메트라이프생명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멘토들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모델을 레벨업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오토바이 리스에만 한정돼 있었어요. 그러다 대회에서 시장조사도 하고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리스만으로는 이윤 창출도 어렵고 배달원들의 삶도 개선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됐죠. 대회에서 얻은 정보들, 전문가들 덕분에 보험가입과 정비소 연계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배달원에게 모은 데이터로 구조적 문제 해결할 것”
한 대표에 따르면 오토바이 배달업에 종사하려면 ‘유상운송 보험’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 합의금을 주기 위해서다. 1년에 한번씩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비는 최소 140만원. 자동차 책임보험이 40만원 선인 것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높은 보험료와 오토바이 구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배달원들은 리스업체에서 오토바이를 임대하기도 한다. 리스를 이용할 경우 오토바이 구입비용과 보험료를 일 차감 또는 월 단위로 납부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보험료로 인해 리스 비용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일반 출퇴근용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등 편법을 활용해 주행하는 사례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운송용 오토바이 보험은 왜 유독 비싼 것일까. 한 대표는 “뚜렷한 명분이나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 사고율에 대한 기초 자료 없이, 막연히 교통사고율이 높을 것이라는 보험사들의 판단하에 보험료가 올라간 거죠. 배달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오토바이 배달원의 교통사고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부엉이들은 단순히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구조를 바꾸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부엉이들 플랫폼을 통해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교통사고율 등에 관한 데이터를 만들겠다는 것.
“배달업 종사자를 위한 보험료가 비싼데, 보험상품도 다양하지 않아요. 리스와 정비 및 수리 시장 또한 체계화돼 있지 않고요. 이 모든 게 오토바이 배달원에 대한 사고 데이터와 사고를 줄일 솔루션, 오토바이 정비와 관련된 데이터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데이터는 배달원에게서 직접 모은다. 배달원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이들로부터 위치 및 교통사고 정보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배달원의 주된 사고 원인, 자주 망가지는 오토바이 부품,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시간대와 장소 등을 플랫폼에 모아 분석할 수 있다.
“모인 데이터들로 보험사, 정비소, 리스업체 등과 함께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오토바이 정비와 배달원 사고와 관련한 데이터를 통하여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배달업 종사자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싶어요.”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