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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A는 최근 유기 동물 수가 늘면서 시설 포화 상태를 겪었다. 단체는 건물 매입을 위한 대대적 모금을 위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등록청인 행정안전부가 “건물 등 재산 취득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A 단체 대표는 “특성상 임대로는 해결이 안 돼 부지를 매입할 수밖에 없는데도 행안부나 서울시는 ‘건물 매입을 위한 모집은 안 된다’고 한다”면서 “정부가 할 일을 대신 하는데도 동물 보호 단체들은 수년째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모금 목적과 목표액, 사용 기한 등을 적은 계획서를 행안부 또는 관할 시·도(등록청)에 미리 등록해야 한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등록청은 사업 내용과 모집자의 결격 사유 등을 확인 후 등록증을 내줘야 한다. 이전에는 기부금품 모집을 하려면 관련 부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지난 2006년 법이 개정돼 ‘등록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름이 ‘기부금품모집 규제법’에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바뀐 것도 이때다.
행안부는 “건물 매입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안부 담당자는 “기부금품 모집 이후 건물 등 형태로 자산이 남을 경우 추후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2년 안에는 모집 금품을 다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내부 지침도 없다는 것이다. 기부금품법은 기부금품의 모집 기간을 1년으로, 관련 사업은 구제나 자선 사업, 영리나 정치·종교 활동이 아닌 공익사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법 조항과 동법 시행령 어디에도 ‘건물 매입’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행안부 담당자는 “법적 근거는 없으나 부처 해석상 일관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며 “건물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지자체와 연계해 건물을 ‘기부채납’ 하고 비영리단체가 운영권만 갖는 조건으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부채납이란 토지나 부동산, 공공시설 등을 국가 또는 지자체에 무상 기부하는 제도다. 비영리단체 중에선 푸르메재단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활용했다. 푸르메재단은 지난 2014년 서울 마포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금한 금액으로 구 소유의 부지에 병원 건물을 짓고, 이를 다시 기부해 위탁하는 형태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 중이다.
기부채납을 하려면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외부에서 기부채납을 원하면 관련 부서가 적정성을 1차로 판단하고, 이후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공유재산심의회’가 열려 기부받을 것인지를 심의한다. 주민들이 꺼리는 님비(NIMBY) 시설인 유기견 보호소 등의 경우엔 접근이 쉽지 않은 구조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공공시설로 기부하고 위탁을 받아도 주기적으로 심사해 운영 주체를 바꾸기 때문에 장기적인 운영권 보장이 되지 않는 한 단체가 자기 자산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기부금품 모집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체가 모집 금품으로 자산을 매입하면 이를 개인이 사적 유용할 위험도 있다는 것.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는 “일부 악용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단체가 기부금품을 사용하는 것을 일일이 공무원이 관리한다는 것은 후진적 제도”라며 “기부금품 모집은 전면 허용하되 사용은 단체의 이사회가 책임지고 이를 대중이 감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기부금품법의 완화나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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