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어떻게 ‘전국 최고 폭염도시’ 오명을 벗었나
대구는 대표적인 ‘폭염도시’다. 지난 1일 강원 홍천이 41.0도까지 치솟으며 1942년 8월 대구의 기록(40.0도)을 경신하기 전까지, 76년간이나 역대 최고기온 타이틀을 지켜왔다.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더운 도시지만, 실제로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면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강릉(37.1도) ▲2011년 고창(36.7도) ▲2012년 영월(38.7도) ▲2013년 김해(39.2도) ▲2014년 밀양(37.9도) ▲2015년 의성(38.7도) ▲2016년 영천(39.6도) 등이 연간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올여름도 마찬가지다. 대구 평균기온은 서울보다도 1~2도 낮다. 이러한 기온 역전 현상은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다. 대구는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도심에 나무를 심고, 물을 흐르게 했다. 펄펄 끓어오르는 도시를 식힐 수 있는 해법을 대구에서 찾아봤다.
◇나무를 심자 도시가 식었다…나무심기 올해로 23년째
대구는 지난 1996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온 ‘도시 식히기’ 정책으로 여름 기온을 관리해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문희갑 시장 시절 시작된 ‘푸른대구 가꾸기’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심에 나무 3677만3958그루를 심었다. 사업비로만 1조2142억원을 들인 장기 프로젝트다.
대구 시내에는 가로수가 마치 터널을 이루듯 그늘을 형성한 곳이 많다. 범어로 교차로에서 대구파티마병원까지 이어진 약 3㎞짜리 가로수가 대표적이다. 도로 양옆과 중앙분리대에 뿌리내린 3열의 ‘히말라야시다’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또 팔공로는 은행나무 가로수길, 달구벌대로는 느티나무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로 유명하다. 김옥재 대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지난해부터는 2021년까지 5년간 1000만 그루 추가로 심을 목표로 해당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나무심기 정책은 대구의 도시숲 면적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림면적은 9.91㎡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10년 4.68㎡에서 2015년 11.26㎡로 늘면서 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5.35㎡로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적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 폭염현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1인당 권고 기준을 9.0㎡로 제시하며 도시숲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심 가르는 하천, 분수대·쿨링포그도 효과적
폭염을 관리하는 해법에는 도심에 물이 흐르게 하는 방법도 있다. 대구시는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듬해부터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신천은 도시화로 인해 물이 말라버리는 건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유량이 적고 수질도 형편없었다. 이에 대구시는 하루 10만t의 하수처리수를 방류했고, 현재는 하루 10만t의 낙동강 물을 끌어와 하천 유지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신천은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와 백로, 오리 등이 사는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
분수대로 대표되는 수경시설 확대도 도심 기온관리에 한몫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 수경시설은 지난 2010년 138개소에서 올해(7월 기준) 203개소로 늘었다. 불과 8년 새 분수대가 35곳, 물놀이장 9곳, 연못 4곳, 인공폭포 3곳이 새로 설치됐다.
이 밖에 물을 안개처럼 뿌리는 쿨링포그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쿨링포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주로 설치된다. 대구 달구벌대로에는 ‘클린로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도로 중앙선에 설치된 분사 노즐에서 지하수가 뿜어져 나와 아스팔트를 식힌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클린로드 시스템을 통해 도로 지면의 온도를 20도가량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