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후위기로 인해 전 세계 아동이 극심한 폭염을 겪으며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7억6600만 명의 아동이 역대 가장 뜨거운 폭염에 노출됐다. 이는 전 세계 아동 3분의 1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남아시아가 2억1300만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아시아와 태평양이 1억2900만 명, 서·중부 아프리카가 1억1700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아동 3억4400만 명이 1980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기록상 가장 높은 기온을 경험했다.
또한, 극심한 폭염에 영향을 받은 아동의 수는 전년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24년 7월 한 달 동안 1억7000만 명의 아동이 폭염을 경험했고 같은 달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은 지난 30년간 기록된 기온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온도가 3일 연속으로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은 성인에 비해 신체 온도 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열탈진과 같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폭염과 함께 오는 대기질 악화는 호흡기와 면역 시스템이 아직 발달 중인 아동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연구진은 극심한 폭염이 아동의 입원율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증가시키며, 아동의 정신 건강과 전반적인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폭염으로 인한 아동의 학습권에도 주목했다. 2024년 4월과 5월 사이에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아동 2억1000만 명 이상이 학교에 결석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펀자브주에서는 유아 및 초중등 교육생 52%에 해당하는 2600만 명 이상의 아동이 폭염으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했다. 올해 5월, 52도까지 기온이 올라간 신드주에 사는 사미르(13세)는 “폭염 때문에 친구 야시르가 갑자기 열이 나고 구토해서 병원에 실려 갔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슈르티 아가르왈 세이브더칠드런 기후 변화 및 지속 가능한 경제 고문은 “전 세계 아동의 3분의 1이 폭염에 노출된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재앙이다”며 “이는 단순히 덥고 불편함의 문제가 아닌, 아동의 생존과 교육,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폭염이 불평등과 차별에 놓인 아동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며 “폭염은 기존의 불평등과 식량 불안정을 악화시키고, 분쟁 지역에서는 폭염과 인도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동의 안전을 더욱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화석 연료 사용과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인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기후위기 문제에서 아동을 주요한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고, 아동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국 정부는 글로벌 기후 대응에 있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지원하고, 학교와 같은 건물이 폭염에 더 강한 저항력을 갖춰 아동이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