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산하 공익법인 상위 10곳은 기부금 대비 평균 61%의 목적사업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공시 자료 기준). 사단법인 물망초(9위)는 기부금(7억 2094만원)의 145%에 해당하는 10억 4375만원을 목적사업비로 사용했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6위)는 기부금(12억 6360만원)의 134% 수준인 16억9251만원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했다.
물망초는 특히 상위 10개 단체 중 정부보조금(1억 8724만원)을 제일 많이 받은 곳으로, 기부금에다 정부보조금을 통합해 탈북 청소년들의 문화정착을 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망초는 탈북 청소년들의 문화정착 교육, 국군포로 송환 및 정착 지원, 물망초학교(탈북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형 학교) 운영 등의 명목으로 8억78만원을 지출했다.
이후로는 세계평화여성연합(73%) ▲사랑광주리(71%) ▲국제사랑재단(67%), ▲사단법인 여명(62%) ▲해솔직업사관학교(10위, 30%) ▲평화재단(25%) 순이었다. 통일부 지정기부금단체 2위 규모에 해당되는 한국글로벌피스재단(3%)과 2960억 6515만원으로 기부금 규모 1위에 속하는 통일과나눔(0.3%)은 기부금 대비 목적 사업비 지출이 한 자리 수에 그쳤다.
통일과나눔의 목적사업비 지출이 유독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통일과나눔의 기부금은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대림코퍼레이션 비상장 주식(343만 7348주·2868억 1231만원 현금 가치)이 대부분(96%)을 차지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이라 당장 돈으로 바꿔 쓸 수 없어 기부금 수입과 목적사업비 지출과의 격차가 컸다. 통일과나눔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20%에 해당하는 주식 210만 주(1700억 가량)를 2019년까지 매각한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통일부 산하 상위 기부금 단체가 기관의 건립 이념이나 철학이 종교적 배경에서 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 등 종교단체가 탈북민 및 북한 주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기 때문. 대표적으로 여명(3위, 14억 9592만원)은 90년대 후반 북한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북한을 지원하던 여러 교회와 개인들이 연합해 2004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여명의 대표 사업은 탈북 청소년과 북한 이탈주민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여명학교를 지원하는 것으로, 목적사업비(9억 2000여만원) 90% 이상이 교육비나, 기숙사 운영비, 장학금 등 여명학교 운영비로 쓰였다. 국제사랑재단(4위, 14억 8326만원) 또한 2004년 고(故) 김기수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에 의해 창립된 비영리단체며, 사랑광주리(7위, 9억 8971만원)는 사랑의 교회가 만든 비영리 국제구호단체다.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은 통일교 창시자인 故 문선명 총재의 셋째 아들인 문현진이 2010년 설립한 국제 비영리단체로, 본부 격인 한국글로벌피스재단 포함 16개 해외 지부를 운영한다. 2016년 기준 약 29억원의 기부금이 모였으며 이 중 약 25%인 7억7000만원을 통일학술연구, 청년통일교육 및 지도자 양성, 통일 운동 연대 등 사업비로 지출했다. 세계평화여성연합(5위, 14억1039만원) 또한 故 문선명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씨가 1999년 설립한 곳으로, 통일 공감 시민 강연회, 네팔 희망학교 짓기, UN DPI NGO 컨퍼런스 개최 등으로 13억1816만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했다.
북한의 농업과 보건의료 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6위, 12억 6360만원)은 1996년 한국의 천주교, 기독교, 불교계 등 6대 종단과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설립한 곳이다. 이 단체는 북한 아동급식 지원, 중국 조선족 소학교 지원, 북한 수해 지원 등으로 9억5930만원을 썼으며, 국내 사업에서는 평화교육 사업, 정책포럼 등 교육 및 연구 사업 등으로 6억9806만원을 지출했다.
한편, 평화재단(8위, 9억 2379만원)은 ‘연구 사업’에 특화된 비영리단체로 2000년 평화연구원을 설립했다. 한반도의 외교 안보 현안 등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며, 월 1회 이상 분과별로 북한개발협력을 위한 비공개 전문가 연구 모임과 전문가 포럼,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고 있다. 연구, 평화운동사업, 해외정책교류 사업 및 운영비로 5억7951만원을 사용했다. 2013년 세워진 해솔직업사관학교(10위, 6억 7494만원)는 탈북청소년들의 직업교육과 취업을 돕는 기숙형 직업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단체들의 투명성은 어떨까. 총 7곳이 한국가이드스타가 제공하는 기부 전 투명성 체크리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사단법인 여명과 세계평화여성연합은 의무 외부회계감사(이하 외감) 대상인 자산이 100억 이상 단체, 학교 및 종교 법인이 아님에도 외감 보고서를 공개했다. 반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랑광주리, 평화재단이 기부전 투명성 체크리스트에서 불합격점을 맞았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일반관리비(인건비, 임대료, 통신비 등)로 0원 사용하였다고 보고했으며, 법인의 5인 이상의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사랑광주리 또한 일반관리비를 0원으로 보고, 평화재단은 고용 직원수를 0원으로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