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 파트너 기관이 말한다
기업 사회공헌 파트너 기관들은 “2018년 사회공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시책이 담긴 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올해 말 연이어 터진 모금 비리 사건으로 인해 사회공헌 사업의 투명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에 발맞춰 파트너 기관들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해비타트, 굿네이버스, 푸르메재단, 아이들과미래재단 등 기업 사회공헌 파트너십 상위 5대 NGO에게 2018년 기업 사회공헌 향방을 물었다.
◇정부 정책 따라가는 사회공헌···자유학년제·사회주택 주목
국내 기업 중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곳은 33.4%(기빙코리아 2015)로, 약 3조원에 달하는 전체 사회공헌 비용 중 외부기관 협업사업에 지출하는 금액은 전체의 13.6%로 집계된다(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6). 기업 3곳 중 1곳은 비영리단체와 협업을 통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오랜 기간 기업 파트너로 사회공헌을 기획 및 진행해온 비영리단체들은 “최근 정부 정책과 맥을 같이 하려는 기업 사회공헌팀의 고민이 눈에 띈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 국정과제 속에 복지 정책 강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항목이 담기면서 내년에도 이러한 정책 방향을 담은 사회공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유학년제 도입이다.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경영전략실 실장은 “내년부터 ‘자유학기제’에서 1학년 1학기와 2학기를 모두 자유학기로 운영하는 ‘자유학년제’로 바뀌기 때문에, 기업 역시 교육 관련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학년제? 2016년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선택해 전면실시 된 자유학기제가 다음해부터는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중학교 1학년 1학기와 2학기를 모두 자유학기로 운영하는 ‘자유학년제’로 시범운영 된다. 따라서 다음해에는 학생중심 수업 강화, 과정중심 평가 확산 및 체계적인 다양한 진로체험활동 활성화 등 학생의 역량을 길러주는 자유학기 활동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 보다 기간이 긴 자유학년제가 도입됨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콘텐츠의 양도 늘어나게 된 것. 또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또한 소프트웨어적 인재양성에 공을 들이는 만큼, 기금 전달 등 하드웨어적 지원이 아닌 질 좋은 교육 콘텐츠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및 임대주택 정책 또한 기업 사회공헌에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윤 한국해비타트 기업개발팀 팀장은 “올해 ‘사회주택’ 붐이 유난히 거세게 불었는데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해비타트는 올해 시흥시로부터 땅을 기증받고 호반건설에게 건설비를 지원받아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세울 예정이다. 세입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25-30% 저렴한 시세로 입주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기금으로 조성돼 임대주택을 확대해 나가는 데 사용된다. 김 팀장은 “주택 관련 사회공헌은 성과가 매우 가시적이고 대규모 봉사활동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업이 선호함은 물론,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지자체가 땅을 기증하고 기업은 재원을 대는 형태의 사회공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비타트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회주택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중 굿네이버스 사회공헌협력팀 팀장은 지역 이슈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팀장에 따르면, 요즘 기업 사이에선 본사 지방 이전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공헌 사업 전략도 노인 빈곤, 아동 인권 등 의제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회공헌이 ‘의제+지역’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에 기업과 파트너기관에겐 지역의 니즈(needs)를 찾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대기업 지방이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기업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대기업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획기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법인세 일부 감면, 주거·연구시설 건립 지원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매출액 상위 전국 1천대 기업 중 70%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지역 청년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고, 지방은 점점 활력과 경쟁력을 잃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이 이어진다.
이에 발맞춰 굿네이버스는 내년부터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공익 사업을 시작한다. 굿네이버스 지역 사무소를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현안을 조사,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민들의 소통창구를 조성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큰 정부’ 손길 못 닿는 新사각지대 찾아야”
문재인 정부가 ‘큰 정부’를 표방함에 따라 복지 新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은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나눔마케팅본부 마케팅팀 팀장은 “문 정부가 복지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만큼 제3섹터가 담당할 부분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출구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새정부는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빈곤과 건강위험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바로잡고 사회 구성원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룰 복지국가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계층별, 연령별로 생애주기에 맞춘 소득지원제도로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기로 했다.
반면 기업은 사회공헌 규모를 줄이되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회공헌 예산을 크게 줄이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좋은 취지라면 어떤 일에라도 재원을 쓰겠다’는 식의 사업은 지양하고 있는 것. 즉 정부 복지 범위를 벗어난 사각지대를 지원하거나 기업의 특성을 살린 전략적 사회공헌을 택하려는 움직임이다.
파트너 NGO기관들은 “이제 기업은 사회공헌 사업을 비영리기관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사업을 수적으로 늘어놓는 백화점식 사회공헌도 지양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금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만나는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생존에 꼭 필요한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여긴다”면서 “기업이 사업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는만큼 기관도 해당 기업과 사회공헌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트너십에 투명성은 기본…확실한 곳에 지원한다는 기업
“예전에는 가이드스타의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간접적으로 자료를 요청하곤 했는데 이제 얼굴을 마주할 때도 당연하게 공시자료 등을 요구하더라고요. 또 사회공헌을 기획, 결정하는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도 늘어났어났고요. K스포츠 재단 등 요즘 투명성 이슈가 워낙 민감하다보니 기관의 투명함을 증명하는 것이 껄끄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린 거죠. ” (A비영리단체 사회공헌협력팀 담당자)
올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비영리 투명성 이슈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확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민공익위원회 출범 등 굵직굵직한 투명성 의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이 파트너기관에게 요구하는 투명성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팀이 기관의 공시자료 등을 기관 투명성을 나타내는 자료들을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또한 대기업 사이에서 비영리 투명성 뿐 아니라 사회공헌 임팩트와 이를 측정하는 기준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사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단계적 조치가 나타나는 것.
김희윤 한국해비타트 기업개발팀 팀장은 “최근 기업들은 사업 결과 보고서를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아닌 ‘인풋(Input) 대비 아웃컴(Outcome)’으로 나타내주길 요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젠 사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했는지, 해결했다면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기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웃컴을 도출하려면 지원자 한 명 한 명을 만나 달라진 사례 등을 발굴하고, 복지부 등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세세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김 팀장은 “이미 해비타트 국제본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성과지표를 도출하는데 아웃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기업들은 파트너 기관을 선택할 때 NGO의 문제인식 능력을 가장 많이 보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팀이 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만이 가진 문제 발굴과 해결 능력을 전문성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경영기획실장은 “기업과 안정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함께했다고 해서 이것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 낙관해서는 안된다”면서 “보통 사업을 한지 4년차가 됐을 때 모든 것이 재건(re-newal, 리뉴얼)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이 투명성과 임팩트를 요구하기 전에 기관이 먼저 입증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