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마켓의 모든 것, 마포 푸드마켓 1, 2호점 일일 동행 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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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으로 조금 버는데 그걸로 한 달을 살아요. 푸드마켓에 들러서 이것저것 들고 나오면, 2주 동안은 시장을 안 가도 돼요.”

푸드마켓을 이용하고 나오던 임씨 할머니의 말이다. 푸드마켓이란 식품을 기부받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나눔장터로, 식품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직접 매장에 방문해 원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이용자 중심의 상설 무료마켓이다. 서울시 마포구의 푸드마켓 1호점은 구세군이, 2호점은 마포구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방문 가능하고 물품 가격은 2만5000원과 동시에 개수는 5개로 제한된다. 대기업, 자영업자, 교회 등에서 활발히 기부를 받고 있다.

마포구 푸드마켓의 내부 전경. ⓒ장강호 청년기자

“직접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부는 많지 않은데, 푸드마켓의 경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몸소 느껴져서 정말 좋아요.” 

자식은 있지만 거의 왕래가 없어 홀로 지내는 임씨 할머니는 파트타임을 통해 겨우 한 달을 살아간다. 임씨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 연신 “정말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된다”란 말을 되풀이했다.

푸드마켓 설립취지는 무엇일까. 푸드마켓 2호점 이재영 소장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어디에 기부를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들을 중간 입장에서 연계시켜주자는 것으로, 점점 사회복지 문화로 정착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교회로부터 기부를 받습니다. 구와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비를 받고 바자회를 열어서 얻은 수익금도 부족한 물품을 구매하는데 씁니다.”

그렇다면 혜택을 받는 회원들은 어떻게 선정하는 것일까. 이 소장은 “회원 선정은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혹은 한부모가정 등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총 회원이 1200명 정도 되는데, 하루 평균 70~80명의 회원들이 푸드마켓을 찾는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마포구 한 바퀴를 도는 푸드마켓 탑차

 

 

“여기 계세요. 차 가지고 올게요. 오늘은 떡마을, 홍대 파리바게뜨, 리치몬드, 알토브레드, 마포파리바게뜨, 슈퍼키친 순으로 방문할 예정이에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푸드마켓 2호점 윤성교 소장은 매일 아침 기부물품들을 수거하기 위해 탑차를 끌고 나간다. 하루 평균 10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첫 수거지는 떡마을이다. 떡마을 사장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영수증과 함께 떡 34개를 받았다. 마포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수거한 후 리치몬드로 향했다. 리치몬드에서 빵을 수거하면서 윤 소장은 “오늘은 평소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모여서, 수거가 많이 된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수거된 양도 상당해 보였는데 평소에는 이것의 4배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리치몬드는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음식점들 가운데 하나다.

매일 아침 마포구 한 바퀴를 도는 푸드마켓 냉동 탑차. ⓒ장강호 청년기자

윤 소장은 지난 주말 수거한 기부물품들의 영수증을 받기 위해 푸드마켓 1호점에 잠시 들렸다. 1호점 남상영 점장님과 반갑게 인사하는 윤 소장. 알고 보니 윤 소장은 1호점에서 일하다가 2호점으로 갔다고 한다. 이른바 ‘친정’인 셈.

1호점 남상영 점장은 유자차를 내주며 이런 저런 분위기를 전해줬다. 

“여러 대기업들, 서부녹지, 구세군 등등 여러 곳에서 많이 도와줍니다. 2010년만 해도 기부물품이 정말 안 모였어요. 지금은 기부문화가 확산되어서 많은 곳에서 도움을 줍니다. 후원금도 풍성하고요.”

2호점의 경우에도 작년 기부 실적은 6억5000만 원, 올해 10월까지는 9억 2000만 원 가량 모였다. 덧붙여 남 점장은 “기부문화가 활발해져서 좋은데 인력이 부족한 면도 있다”며 “직원 3명과 공익근무요원, 공공근로선생님이 함께 일하는데 일이 많아서 조금 힘들 때도 있다”고 했다.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후 일행은 다시 물품들을 수거하러 나섰다. 나머지 가게들을 모두 돌고 나니 11시 30분. 수거를 마무리하면서 윤 소장은 “사명감 때문에 일한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어르신들이 고마워하고 만족하실 때 너무 고맙고 뿌듯합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그냥 전해드리는 것뿐인데 말이죠.”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기부

 

기부물품을 수거하러 방문한 가게들 중 가운데 한 곳을 찾아갔다. 푸드마켓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떡마을이다. 떡마을 남은식 사장은 만 39세로 9년째 떡집을 운영 중이다.

“신수중학교 앞에서 8년 정도 떡집을 하다가 10개월 전에 여기로 옮겼어요. 여기 오픈하면서 푸드마켓을 통해 기부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기부를 합니다. 평균적으로 한 번에 5만 원 정도의 떡을 기부해요.”

한 달에 대략 40만 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남 사장은 “사실 신수중학교에서 떡집을 할 때에도 푸드마켓을 알고는 있었는데, 신청하는 절차도 자세히 모르겠고 복잡할 것 같아 망설이다 결국 안 하게 되었다”며 “우연히 푸드마켓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전화해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간단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푸드마켓을 모르고 계시는 사장님들도 많겠지만 이렇게 알고도 절차나 과정이 복잡할 것 같아 안 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사장에게 기부는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말해서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아요. 제가 직접 가서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분들이 직접 오셔서 떡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가장 쉬운 일부터 한다 생각하고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보람은 있습니다. 아침에 수거하러 오시는 분이 웃으면서 반응이 좋다고 가장 먼저 나간다고 해주시면 기분 정말 좋습니다. 복잡할 것 같아 망설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연남동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식빵몬스터 서주원 사장도 이렇게 말했다.

“아침부터 땀 흘려가며 만든 빵을 저녁에 버리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푸드마켓을 통해 기부를 시작하고나서는 이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졌어요. 오히려 누군가 맛있게 먹어준다고 생각하니 기쁩니다. 아침에도 빵이 얼마나 남을까 하는 걱정 없이 빵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어차피 남아도 좋은 일에 쓰일 거니까요. 그리고 주변 가게를 보면 푸드마켓을 몰라서 당일 판매되지 않은 음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기부업체들이 널리 알려져서 그냥 버리는 일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기부로 푸드마켓에 동참하고 있는 교회

 

떡마을에 이어 푸드마켓을 통해 기부하고 있는 동막교회를 찾아가 보았다. 동막교회는 푸드마켓 기부함을 따로 설치해서 기부물품들을 받고 있었다. 곽재욱 담임목사는 “올해 봄 넘어서면서 마포구청 안내를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며 “기부함에 물품이 가득 차면 수거하러 오는데,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거하러 온다”고 말했다. 기부함이 꽤 커 보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가득 찰 정도면 어느 정도 기부물품이 많이 모이는 듯했다. 이어 곽 목사는 교인들의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솔선수범해 기부한다고 했다.

동막교회 푸드마켓 기부함. ⓒ장강호 청년기자

“남들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생각해요. 굶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떡하나, 왜 풍요의 시대에 굶을까, 교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도 전달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저도 집에서 선물 받은 것들, 라면, 옷가지들, 샴푸 등을 기부함에 넣었어요. 최근에 다리미도 넣었네요.”

마지막으로 곽 목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기삿거리가 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얼마를 기부했다는 것보다 기부문화를 사회적으로 의식화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많은 자영업자와 대기업들, 교회에서 푸드마켓에 동참하고 있다. 덕분에 1200명의 푸드마켓 회원들의 생활엔 큰 도움이 된다. 2016년 기준 전국에서 127개의 푸드마켓이 운영 중이다. 푸드마켓과 같은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

장강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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