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협력으로 자원봉사 시너지 극대화한다
2007년 5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10개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아동센터 아동 198명을 위한 ‘미니올림픽’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건강검진을, 농협안양시지부는 먹거리를, 고려개발㈜과 국토연구원은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를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미니올림픽을 선물하기 위해 각자의 역량과 자원을 모은 것. 이 ‘미니올림픽’을 시작으로 10개 기업의 사회공헌은 벌써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안양기업연대 사회공헌 릴레이팀(이하 안양기업연대)’의 이야기다.
◇10개 기업 뭉친 비결···CEO가 움직였다
“예전부터 병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해왔어요.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에서 일정액을 기부하고해당 기금을 자원봉사 활동에 사용하곤 했어요. 그러던 중에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근 기업들에게 하나 둘 연락을 취하고 만나러 갔죠.”
김성호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팀장(안양기업연대 총괄)이 협력이 시작된 10년 전을 떠올리며 말했다. 용기를 내어 기업에 직접 연락을 하고 만나기를 몇 달, 10개 기업이 마음을 모았다. 당시 한림대 성심병원 행정부원장이 10개 기업 CEO를 직접 만나 사회공헌 취지를 밝히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 그렇게 고려개발㈜, 농협안양시지부, 롯데백화점 평촌점,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코레일안양지, 현대차 안양지점, KT안양지점, CS프리미어호텔안양, 한림성심병원, 휴비츠, LG노텔, M클래스컨벤션 등 10개 기업이 멤버로 동참했다. 김 팀장은 “기업 사정상 함께하지 못할 경우엔 다른 기업에 참여 여부를 물어보면서 지금까지 10년간 10개 기업이 안양기업연대로 유지돼왔다”고 덧붙였다.
10개 기업이 모이자 지역사회 니즈를 보다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단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에 안양기업연대는 안양시자원봉사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10개 기업이 함께 첫 회의를 열었다. 매년 분기별로 만나 회의를 하고,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할 지 각 기업별로 아이디어를 모아서 당일 회의때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매번 회의를 거쳐 주관사를 지정하고, 기업이 주도적으로 자원 및 역할 분담을 하고 자원봉사센터는 수혜처 발굴에 나선다. 최원철 안양시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저소득층 아동들이 원하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유관 기관 담당자들과 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찾는다”면서 “이를 위해 안양시자원봉사센터는 안양시 전체 31개동에 동 단위의 미니 자원봉사센터인 ‘동V터전’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활동은 다양하다. 여주시 능서면에 함께 찾아가 모내기를 하는 등 농촌 일손돕기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구입해 포장하는 등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기획회의의 아이디어를 더해 활동을 이어갔다. 김 팀장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모내기 봉사를 하러 갔는데, 모심기는 처음이라 다들 논바닥의 진흙으로 머드팩을 하는 등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끈끈한 유대감, 10년간 봉사 지속한 비결
10개 기업은 인력과 자원 모두 동일하게 분배한다. 매번 봉사할 때마다 최소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공동분담금을 내고, 각 프로그램마다 짜여진 예산안에 따라 n분의1로 나눈다. 봉사가 끝나면 활동에 대한 피드백 평가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기업 봉사자 1500명이 37회 동안 수혜자 2267명을 만났다.
10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김 팀장은 “끈끈한 유대감”을 꼽으며 “기획회의·평가회의 외에도 별도 모임이나 워크숍을 통해 실무자들끼리 끈끈한 친밀감이 유지돼 협력이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의 기업이 모인 만큼, 수평적인 구조를 만든 것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의 비결로 꼽혔다. 각 기업별로 모이는 직급도 사원, 대리, 차장, 임원, CEO 등 다양했지만 안양기업연대는 권위적인 조직 체계를 지양했다. 나이순, 직급순으로 서열화하지 않고 자원봉사가 좋아서 모인 하나의 동호회로 운영했다. 비공식 친목 모임은 물론, 1박2일 단합여행도 간다. 더 이상 자원봉사 업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비공식 모임엔 함께 나와서 네트워크를 이어나갔다.
지속적인 파트너십은 사회공헌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안양기업연대는 경기도 최우수상,전국자원봉사대회 우수상 등 모범 사례로 입소문이 났다. 충남, 군포 등 전국 단위의 타기업 및 자원봉사센터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안양기업연대를 찾아오거나 강의 요청도 이어졌다.
“기업간 자원과 인력을 모아서 서로 더 좋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일어난다는걸 꺠달았습니다. 다른 지역의 기업들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최원철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담당자& 김성호 안양기업연대 팀장의 TIP
Q1. 기존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업과 연계할 경우, 전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시골, 농촌에 사는 어린이들에겐 가족 단위의 나들이 등 추억이 될 만한 활동이 많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려했는데, 대상지역 선정이라든가 교통수단 확보 등 어려움이 있었어요. 다행히 안양기업연대 사회공헌릴레이팀의 재정지원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 기업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결연 지역(여주시 능서면 작목반)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해 지역 주민들과 끈끈한 친밀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2. 기업과 연계한 자원봉사 이후 지역사회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참여 봉사자들 중엔 안양에 거주하는데도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소득층 아동, 장애인들과 생활시설에서 직접 접촉해본 경우도 매우 드물었습니다. 기업연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알고 공감하게 됐고, 특히 장애인〮가정폭력 피해여성〮청소년 자립생활관 등 생활시설에 개인 및 기업 차원의 후원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Q3. 기업과 자원봉사 파트너십을 맺을 때 기억해야할 점은 무엇일까요?
기업이 자원봉사센터와 봉사활동을 연계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일손을 돕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활동처를 연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맞는 활동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료원, 요양원,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등 기관별 특성과 자원봉사 활동이 진행될 장소의 특성도 함께 파악해서 준비하면 기업과 수혜처에도 신뢰를 줍니다.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기업의 만족도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덕분에 안양기업연대 회원사와 수혜자 모두 만족했고, 기업연대 활동 사례를 기업에 홍보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이 요청하는 자원봉사활동은 대규모 인원의 1회성 참여가 대부분인데, 김장담그기·연탄 나눔·농촌 일손돕기 등을 제외하면 많은 인원이 일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활동처가 많지 않습니다. 환경정화활동이나 100명 이상 생활하는 대형 수요처에 배치하다보니 도움이 더 필요한 곳이 소외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활동을 부서 단위, 팀 단위로 전환해 20명 전후가 더 의미있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