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 인터뷰
미국 허핑턴 포스트는 ‘강남스타일’이 열풍이던 2012년 한해, 가수 싸이가 음원 부문에서 246만달러(26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음원 판매 수익은 고작 6만달러(6500만원) 정도로 추정됐다. ‘똑같은 음악인데, 왜 미국에선 한국보다 40배가량 더 많이 받는 걸까.’ 한국의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뮤지션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4년 출범했다. 당시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를 중심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고(故)신해철, 중식이밴드, 리아, 킹스턴루디스카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바음협 출범 3년, 한국의 뮤지션들의 제 몫 찾기는 과연 이뤄졌을까. 바음협 신대철(50)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저작권법, 뮤지션 배제 시키는 ‘악법’
신대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플랫폼 창동’에서 진행됐다. 신 이사장은 현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불공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음원수익 분배구조의 불공정함은 상당 부분 저작권법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음원수익 분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작권법이 잘못됐다. 정확히는 저작권법 105조 5항과 8항이다. 음원 가격을 정하는 데 문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이상한 조항이다. 뮤지션과 제작사가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드는 것인데 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음원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 있나.
“현재 다운로드의 경우 곡 당 600원. 스트리밍은 한 곡당 종량제의 경우 14원으로 책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값 그대로 거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 멜론 같은 플랫폼 회사들은 음원 가격을 50% 할인해서 판매한다. 이 경우 한 곡당 가격은 7원으로 책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복합상품(무제한스트리밍 상품과 다운로드 상품이 결합되어 있는 상품)의 경우에 음원 가격은 그것의 절반인 3.5원으로 떨어진다. 이 세상에 어떤 상품이 나오자마자 50~75%라는 말도 안 되는 할인을 받나. 한국의 음원 가격은 1년 내내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인 셈이다.”
-음원을 할인해서 파는 것이 뮤지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문체부의 음원수익 징수규정에 따르면, 저작권자(작곡가, 작사가, 편곡가)가 음원수익의 10%를, 실연자(가수 및 연주자)가 음원수익의 6%를 가져가도록 명시했다. 음원 가격을 낮춰 판매하면 뮤지션의 몫이 적어진다. 문제는 가격을 정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뮤지션이 배제된다는 점이다.”(음원 수익이 발생하면 전체의 40%를 멜론이나 벅스와 같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가고, 남은 60%에서 제작사가 44%, 저작권자가 10%, 가수와 연주자 등이 6%를 가져가는 구조라고 한다.)
-2000년대 플랫폼 회사들의 등장 이후 뮤지션의 생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나.
“1990년대 이후 초고속 인터넷이 생겨나며 CD로 무단 복제하는 게 쉬워졌다. mp3로 변환해서 뿌려대고 서로 공유하면서, 아무도 돈 주고 음악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대안으로 등장한 게 저가로 유료음악을 듣게 하자는 것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게 멜론이다. ‘스포티파이’(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도 우리나라에서 10년간 해온 정액제 서비스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신대철 이사장은 “플랫폼 회사는 돈을 버는데 비해, 뮤지션들은 더 가난해졌다”고 했다)
◇바음협 3년, 도전과 어려움의 연속
신대철 이사장이 바음협을 통해, 거대 플랫폼회사에 맞서 뮤지션을 위한 권익 찾기를 나선지 3년. 그 평가는 어떨까. 중식이 밴드의 리더 정중식 씨는 “바음협이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거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아성에 맞서 뮤지션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음협 3년, 어떤 성과를 거뒀나.
“음원수익 분배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문제제기를 해, 재작년 문체부에서 구성한 상생협의체에 참여했다. 문체부를 비롯해, 바음협, 저작권위원회, 5대 음원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엔, kt music, CJ E&M, 벅스, 소리바다), 신탁 4단체(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권리자단체(생산자연대, IFPI,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해외직배사(유니버설, 소니, 워너뮤직) 등과 소비자단체인 YMCA 등이 참여했다. 그 결과 문체부는 재작년 12월 창작자 권익 강화를 위한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수익배분 비율을 국제적인 기준으로 조정(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플랫폼회사의 몫을 기존 40%에서 30%로 줄이고, 스트리밍은 기존 40% 유지) ▲과도한 할인율을 제한(묶음상품 할인율 최대 75%를 65%로 하향 조정) ▲곡당 사용료 인상(음원 스트리밍 월정액 3.6원에서 4.2원으로, 다운로드의 경우 360원에서 490원으로 조정) ▲음악산업발전위원회 운영을 통한 권리자-사업자 간 상생의 장 마련 ▲한국음반산업협회에 사용료 결정의 자율성 부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바음협 측은 “유료 음원 소비자들이 대다수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분배 비율은 변함이 없고, 이제는 사양화돼가는 ‘다운로드 상품’에 대해서만 수익 분배 비율이 조정돼 생색내기”라고 주장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바음협이 넘어야 할 산
-바음협이 직접 유통업도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
“음원 수익 60%는 뮤지션에게 바로 돌아가지 않고, 유통사에게 전달된다. 유통사는 유통 수수료 9%를 제하고 나서야 뮤지션의 ‘몫’을 지급한다. 바음협은 조금이라도 더 창작자의 몫을 챙겨주기 위해, 유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최대한 적게 책정해 유통업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137개 팀의 307개 음원을 중간 유통해왔다. 하지만 현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그대로 있는 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자칫 영세한 중소 유통사들을 잠식할 우려도 있어 바음협은 섣불리 유통업을 확장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바음협은 출범 초기부터 직접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2015년 바음협은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비손 컨텐츠와 MOU를 체결했고, 이후로도 플랫폼을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실상 플랫폼 사업은 바음협의 숙원사업이다. 현재, 공개되진 않았지만 프로토타입이 나와 있는 상황. 그러나 자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말인가.
“협동조합 형태다보니 외부 투자금 유치가 어려웠다. 순수하게 출자금만으로 운영되는 상황인데, 갑자기 10억, 20억이 생길 리가 없지 않나. 플랫폼 사업을 하려면 서버비용이나 음원 사용 비용 등 돈 들어 갈 데가 많다. 현재로선 감당하기 어려워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신대철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부딪친 한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음협 조합원인 중식이밴드 정중식씨는 “신대철 선배님은 후배들 숟가락이라도 하나 쥐어주려고 시작했는데,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음악계 대선배이자 이름 있는 중견 뮤지션으로, 굳이 골치 아픈 일에 나서지 않았어도 될 신대철 이사장. 그는 “실용음악과에서 10년 가까이 강의를 하면서, 어느 날 내가 사기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졸업하면 십중팔구 실업자가 될 제자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스승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젊은 뮤지션들 또한 업계의 왜곡된 구조를 인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음악 하는 사람들 보면 되게 비현실적이다. 음악은 항상 추상적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 현실감각도 많이 떨어진다. 우리 젊은 뮤지션들도 실상을 똑바로 알고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동참해서 한 목소리로 이 불합리에 대해 같이 말했으면 좋겠다.”
바음협은 올해 가을 즈음 음악 페스티벌을 계획 중이다. 뮤지션들한테 더 많은 통로를 주기 위해 바음협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그가 바라는 꿈이다.
이민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