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연구한 존 팰프리 교수 인터뷰
“온라인 왕따, 게임 중독 등은 한국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고민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건강한 정도(正道)’를 찾아간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돕고, 기술의 좋은 점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민의식’을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술을 윤리적이고 옳은 방식으로 쓰도록 돕기 때문이다.”
존 팰프리〈사진〉 전 하버드대 법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10여 년간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서 자란 이들인 ‘본 디지털(Born Digital) 세대’를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그에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특성과 가능성, 윗세대의 역할 등을 물었다.
―본 디지털 세대란 누구인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시대였던 이들을 말한다. 1980년대 이후 태생이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공기’와 같다. 반면 그 윗세대는 다르다. 나 역시 10~12세쯤 인터넷이 생겼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갑자기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간 ‘디지털 이주민’ 세대인 셈이다. 이주민은 그곳에서 태어난 이들과 똑같을 수 없다. 각기 다른 두 세대는 여러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전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가.
“본 디지털 세대에게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은 하나다. 이들의 정체성은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에도 있고, 실제 삶에도 있다. 그런데 나이 든 세대에게 두 세상은 별개다. 오프라인에 맞는 자리와 온라인에 각각 맞는 게 다르다고 본다. 사생활은 또다른 예다. 윗세대는 종종 ‘어린애들은 사생활 생각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에 대한 과도한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기 때문이다. 선을 넘지 않도록 도와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사생활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불특정 대중보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학교에 오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만나 친구가 되어 있다.”
―온라인에서는 포르노 같은 유해한 정보가 너무 쉽게 유통된다. 바꿀 수 있을까.
“2008년 미국에서는 정부와 여러 비영리단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여 ‘인터넷 안전 및 기술TF’를 꾸렸다. 오늘날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기업들의 청소년의 삶에 대한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바로 이곳에서, 무수한 정보가 아이들에게 도달한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재하는 법만 제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는다.”
―교육자나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좋은 ‘모델’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령 저녁식사 자리에서 본인부터 휴대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디지털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밖에서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고 관계 맺는 기회를 줘야 한다. 동시에 기술을 윤리적으로, 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면 디지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민교육’은 디지털 윤리와 에티켓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커리큘럼이다. 온라인에서의 윤리와 에티켓을 가르치는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나 하버드대의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는 디지털 시민교육의 성공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