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하루 1만5000명이 방문하는 日 파머스마켓의 비밀

아오야마파머스마켓

 

도쿄의 고급 주택가가 밀집해있는 아오야마 지역. 서울의 청담동과 비슷한 이 동네에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이 열린다. 지난 2009, 도쿄 유엔대학 앞에서 시작한 이 시장은 하루 개최시 약 60개의 농가와 1 5000여명의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명물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초기 6개월은 일본의 농림수산성의 공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했지만, 당시 공모로 지원받은 10곳 중 살아남은 2개 시장 중 하나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 사진
도쿄 유엔대학 앞에서 매주 토,일요일에 열리는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 연간 150만명이 방문하는 명물 시장이다. ⓒ미디어서프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대화하는 시장이다. , ‘어서오세요(이랏샤이마세)!’가 아닌안녕하세요(오하이요)!’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판매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한 달에 50팀 가량 새롭게 출점 신청을 받게 되는데, 비료·병충해 관리, 농사 철학 등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꼼꼼하게 해야한다. 출점비는 7000엔 정도. 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400평 가량 되는 공간에 농가별로 테이블을 배정받게 된다. 매달 한 번씩,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제철 과일을 서로 비교하며 마음껏 먹어보는과일 축제’, ‘빵 축제등 생산자와 요리사, 소비자가 한 곳에서 어우러진다. 연간 150만명이 방문하다보니, 소농들도 1년에 마켓 참여만으로 400만엔(한화 약 4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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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 시장이다. ⓒ미디어서프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을 기획·운영하는 곳은 일본의 미디어서프 그룹. 디자인 가구 회사 이데(IDEE)의 창업자였던 구로사키씨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모토로 설립한 곳이다(이데는 2006년 무인양품에 인수·합병됐다). 이 회사에서는 대안 공간 운영뿐만 아니라 잡지 발간, 교육 공간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미디어서프 그룹 부사장인 다나카 유스케(31)씨는 와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재원으로, 재학 시절부터 그로사키씨의도시와 농촌을 잇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료돼 합류했다. 그는 파머스마켓은 이제 새로움을 넘어서서 전세계적으로 정착된 상태라고 말했다.

장보기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면 아마존을 이길 자가 없겠죠. 하지만, 저희는 장보기에서 즐거움과 배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몰랐던 것들도 알게되고, 맛있는 것도 알게되죠. 그 경험 안에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집니다. 파머스마켓은 사람들을 만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모이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다나카 유스케 미디어서프 그룹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이우기_아오야마파머스마켓 다나카 부사장
사회적경제 해외 혁신가 국제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여한 미디어서프 그룹 부사장 다나카 유스케(31)씨.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 기존 시장과 무엇이 다른가?

“말그대로 ‘파머스마켓(농부들의 시장)’이다. 직접 생산자를 만날 수 있다. 2009년 9월에 첫 문을 열었다. 처음엔 국가에서 조성금을 받아서 6개월간 운영했다. 그 이후로는 독립적으로 자금 운영을 하면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연간 100일 정도 시장을 열고있다. 창업자인 그로사키씨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업을 했는데, 유독 도쿄에 파머스마켓이 없었다고 했다. ‘도쿄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시작했다고 한다. 조부모님이 농사를 짓기도 했고, 나는 대학생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도시와 농가를 잇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로사키씨를 만나면서 파머스마켓 운영에 합류하게 됐다(다나카씨는 와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 매주 주말 3만명의 사람이 방문하는 명물 시장이다. 큰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픈할 당시, 농림수산성에서 지원금을 받았던 곳은 10곳이었다. 그중 지금까지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을 포함해 2곳만 남아있다. 살아남은 비결이라면, 지원금이 있든 없든 ‘우리는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닐까. 일주일에 1번 정도 여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우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개최했다. 그렇다보니 수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농가를 발굴하고, 섭외하나?

“처음엔 정말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어디가 좋은 농가인지 알 수 없었고, 명백한 기준을 만들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지’이다. 그들이 만나는 첫번째 소비자가 우리들이다. 우리가 농부와 대화를 하면서, 이 사람의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출점을 권할 첫번째 조건이 갖춰지는 거다. 지금은 출점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한 달에 50곳 정도 새로 출점 신청을 받는데, 신청을 하면 등록 양식을 보내준다(출점비는 농부의 경우 약 7000엔 정도다). 농부라면 어떤 흙으로 농사를 짓는지, 제초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병충해 관리에 대한 농부의 생각은 어떤지 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물어본다. ‘유기농이라서 좋다’라는 일괄적인 기준이 아니다. 농부가 어떤 생각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철학’이 중요하다. 이 생각이 오픈돼있고, 소비자들과 대화가 가능해야한다. 이후 선택은 손님의 몫이다.” 

-지속적으로 어떤 농부들이 참여하나?

“농부의 체력에 달려있다(웃음). 판매실적이 좋은 농가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들도 좋아하는 농부들이다. 많이 파는 농가들은 주말 마켓에서만 1년에 1000만엔 이상 수익을 올린다. 소농들의 경우, 400만엔 이상 판매하는 분들도 있다. 아오야마(마켓)에 출점하다보면, 도시의 셰프들과 연결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채소도 정기적으로 납품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누적 농가수는 어느 정도 될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000곳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편리하게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아오야마마켓을 찾을까?

“이유야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크지 않을까. 여기서는 농부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장을 안 봐도 매주 참여하는 분들도 있다. 그냥 오셔서 인사하고 가는 거다. 단순한 장보기와 다르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만의 원칙이 있나?

“거의 원칙은 없다. 아! 아오야마파머스마켓에서는 “어서오세요(이랏샤이마세)”와 같은 판매를 위한 언어를 추천하진 않는다. 우리는 대화를 하기 원하길 때문이다. 그보다는 “안녕하세요(오하이요)”과 같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언어를 권한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의 공간은 어떻게 조성돼있나?

“도쿄 유엔대학 앞에서 매주 주말 공간이 마련되는데. (도면을 꺼내서 보여준다) 농가 테이블들은 4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설치된다. 한 달에 1번 정도는, 1500평 정도되는 테이블 앞 넓은 광장에서 특별 이벤트도 연다. 여기서 빵 축제, 제철 과일 축제 같은 행사들을 연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을 운영하는 ‘미디어서프 그룹’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사실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한다. 창업자인 그로사키씨는 이데(IDEE)라는 일본의 디자인 회사를 만들었던 분이다. 무인양품에 인수된 후, 다시 ‘미디어서프 그룹’을 창업하게 된 것이다.  직원은 10명 정도 되는데, 다양한 스탭들을 포함시키면 15~20명 정도다. 주로 3~4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파머스마켓, 하나는 대안 공간인 커뮨 246을 운영하는 것, 또 하나는 잡지 발행 등 출판 관련 일이다. 홍보물을 위탁 제작하는 일도 한다.”

-커뮨 246 공간은 어떤 곳인가?

“(아오야마 지역에) 2년 정도 비어있는 400~500평 정도되는 땅이 있었다. 2012년에, UR이라는 반관반민 형태의 부동산 회사가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공모 사업을 했다(일본의 UR도시재생기구는 UR이라는 불리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주택단지다). 우리가 ‘커뮨 246’이라는 대안 커뮤니티 모델 아이디어를 냈고, 이것이 채택됐다. 처음엔 푸드트럭 위주로 조성돼있었다. 카페도 있고, 셰어오피스도 있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숙소도 있었다. 커뮨 246 안에 ‘자유대학’이라는 배움의 공간도 있다. 카페, 숙소 등 커뮨 246 공간 안 어느 곳에서 자유롭게 배움이 일어난다. 먹는 것, 일하는 것, 배우는 것 모든 활동이 커뮨 246안에서 일어난다.”

-자유대학은 일종의 대안학교인가?

“조금 다르다. 누구든지 가르치고 싶다면 선생님이 되고, 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발 닦는 법’도 개설하고 배울 수 있다. 요즘엔 손금보는 법이 인기라고 하더라.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강의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있다. 열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기획서를 들고 온다. PT도 하고, 시범 강의도 진행해본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면, 지속적으로 열 수 있다. 선생도, 큐레이터수입을 얻을 수 있다. 수업료는 2만 8000엔에서 5만엔까지 다양하다(기본 5번 수업). 연령의 제한도 없다.”

-가장 인기 있는 강의는 무엇인가?

“너무 다양한데, 하나 말해보자면, ‘신발 닦는 법’ 수업은 30번 앵콜 강의를 했다.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 몇 명 정도 방문하나?

“그 공간에 전혀 사람들이 없었다. 이 공간을 만들고 나서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1500명에서 많을 때는 5000~6000명 정도 방문한다.”

-미디어서프 그룹의 미션과 비전은 무엇인가?

“아직 명문화되어있진 않다. 우리가 가지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회사. 굉장히 심플한 회사다. 미디어서프 그룹은 웹도 있고, 잡지도 있고, 공간적 미디어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는 공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긴한데, 이것들을 조합시켜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려고 한다.”

-2017년 가장 중점을 두는 계획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거다. 작년에 방문자수가 많이 늘었다. 연간 150만명이 찾아온다. ‘빵 축제’를 열면,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루 1만명 정도 방문한다. ‘커피 축제’를 열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방문한다. ‘북유럽 스타일’과 관련된 행사를 열면, 북유럽 생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기호에 따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데, 이 커뮤니티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할까 한다. 잼을 좋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빵을 좋아하는 그룹과 연결할 수 있다. 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다. 분절된 커뮤니티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들을 시도할 생각이다.”

-한국에도 ‘마르쉐’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시장들이 열리고 있다. 파머스마켓은 전세계적인 트렌드인가?

“세계적으로 파머스카멧은 정착이 돼있다. 장보기에 편리함만을 추구하면 아마존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장보기에는 즐거움과 배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떤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몰랐던 것도 알게되고, 맛있는 것들을 만나면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빵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한곳에 모이고 있다.”

-다나카씨는 30대 초반의 청년이다. 일본 청년들은 농업에 대한 관심은 어떤 정도인가?

“8년 전에 비하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파머스마켓 뭐야?’ 이렇게 되물었다면, 지금은 모두 어떤 개념인지 인지한다. 처음에 파머스마켓을 시작했을 때는, 이것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서 마켓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는 택배운송회사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다음날에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웃음). 그렇게 먹고 살았다. 아버지는 자유롭게 일하라고 하셨지만, 사실 어머니는 걱정을 하셨다. ‘와세다 대학까지 졸업시켰는데 왜 그런 걸 하고 있냐’ 그러시더라. 그런데 책도 나오고, TV에도 나오다 보니 이제 안심을 하신다(웃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오야마파머스마켓 사회적경제 해외 혁신가 국제포럼 발표 자료

*출처 : 서울 사회적경제 포털 홈페이지(http://sehub.net/archives/4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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