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기부 그 후] 생명을 살리는 ‘음악’을 전합니다

기부그후_이노비_서울시립어린이병원13‘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지난해 4월 말, 서울 시립어린이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실’. 부모들이 키우길 포기한 중증 장애 아동들이 치료받는 이곳에서, 이날 어린이 환자 침대마다 ‘찾아가는 바이올린 연주회’가 연이어졌습니다. 간호사들이 간혹 동요 테이프를 틀어줬지만 눈앞에서 연주를 보는 건 처음인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지 뇌 병변 등으로 정확한 의사 표현은 못해도 손발을 흔들고 활짝 웃으며 좋아합니다. 평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던 병원도 이 날 만큼은 어느 공연장 못지않은 밝고 신나는 분위기로 가득 찼습니다.  
 
같은 달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놀라운 은혜)’의 차분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느새 평생 참아온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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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치료제’  

병원 밖을 나설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은 비영리단체 ‘이노비’. 이노비에서는 클래식·뮤지컬·재즈·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음악가 300여 명이 재능기부로   국내외 호스피스 병동, 암병동, 어린이 병원 등을 찾아 다니며 무료 공연을 펼칩니다. 지난 10년간 국내외에서 올린 공연 수만 800회 이상에 이릅니다.

“음악은 한 번에 수많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의 마음까지 위로하며
치료 자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것이 이노비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죠.”

김유원 이노비 매니저는 병원에서 공연 중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을 잊을 수 없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한 환자분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위한 음악회가 열리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응원한다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난다’며 고마워하셨죠.  휠체어를 타고 아내를 병간호하던 할아버지는 공연 내내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옛 추억에 잠겨 즐거우셨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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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에서 공연하는 이노비의 모습. /이노비 제공

‘음악으로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에 이노비의 재능기부자들은 비록 무급 자원봉사이지만, 언제나 최고의 공연을 준비하고 선보입니다. 병실의 성격에 맞춰 선곡과 편곡을 하고, 악기 구성과 무대 세팅을 달리하는 것은 물론 의상까지 별도 준비합니다.
 
공을 들이다 보니 연주자들의 공연 연습을 위한 연습실 대관비, 무대 장식을 위한 소품, 음향 기기 렌트비 등을 포함하면 한 번 연주할 대마다 들어가는 부대 비용만 15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래서 이노비는 조금 더 많은 병실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부터 6300여 명 소외 이웃 위한 공연에 기부
 
지난 2013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한 후 지금까지 이노비에 기부한 이들은 6300여 명. 신한은행 등 대기업은 물론 아이돌 그룹인 B1A4 팬클럽, 그리고 100원, 200원씩 작은 마음을 모아준 소액 기부자들이 이노비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습니다. 덕분에 2015년 4월 공연을 위한 모금함은 목표액의 117%를 달성했습니다. 150만 원이 목표액이었는데 한 달 만에 170만 원이 넘는 돈이 모인 것이죠. 꾸준한 모금 덕분에 이노 비는 현재 한 해 20회 이상 아프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피 뽑느라 아팠는데, 공연을 보니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보여주세요.”

“아이가 행복을 느끼고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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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엄마와 아기가 이노비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이노비 제공

아동병실에서 공연을 본 후 환자와 보호자들이 전해온 소감입니다. 아프기 전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다며 함께 연주를 하는 소아암 환자나 자신이 젊은 시절에 배웠던 색소폰 연주를 되새기는 호스피스 병동의 할머님. 이렇게 다양한 환자들에게 이노비는 음악으로 잠시나마 병원 생활을 잊고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노비는 내년도 공연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혔습니다. 격월 마다는  중증 장애 아동 등 환아들을 만나고, 매달 암 환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김유원 매니저는 “아프고 힘든 더 많은 이웃들을 위해 더 많이 뛰어다니고 싶다”고 소망했습니다.

이노비는?
재능을 가진 이들과 필요를 가진 분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서울 시립어린이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고대안암병원, 서울대암병원을 찾아 전문가들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글/ 최아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4기)
사진·자료/ 이노비 http://happylog.naver.com/enob.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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